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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수기]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관리자 ㅣ 2017-10-20 10:28 ㅣ 260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간호학과로 진학

안녕하세요 저는 혈우 환우 OOO이라고 합니다.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집에 오는 코헴지를 읽은 적은

몇 번 있었는데 이렇게 제가 글을 쓰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이 기회를 통해 혈우 가족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저에게 혈우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5살 때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저는 동네에서 장난꾸러기라고 불렸을

정도로 유별났던 아이였습니다. 하루는 친구랑 장난을 치며 놀다가 그만 벽에 이마를 부딪쳐서 멍이 들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멍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아보니 혈우병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단을 받은 후에도 장난기 많은 저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뛰어 놀고, 운동하고, 축구도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출혈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

니다. 그래도 겨울이나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날이면 코피가 자주 났고, 치과에서 이를 뽑을 때는 출혈이 발생

하였는데, 그때마다 재단의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적당히 치료를 받으면 금세 괜찮아지는 정도였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점차 자라면서도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출혈이 나더라도 겁을 먹거나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혈우병이 없는 보통 사람들도 살다가 코피가 나기도 하는데, 나는 괜찮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강하게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초등학교~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저는 공부할 때는 공부를 하고 학교 체육시간에는

체육수업에 참여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등 평범한 또래 아이들처럼 생활하였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교는 간호학과를 전공으로 진학했습니다. 남자가 간호학과라니, 조금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몸이

불편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를 도와주고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도 그런 저를 보시고

칭찬을 해주실 때가 많았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돕고,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여 대학교에 들어간 것입니다.

 

응급실에서 본 119대원의 모습소방공무원을 꿈꾸다

그런데 저는 얼마전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서 현재는 소방학교에서 정식 소방관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 이를테면 현장교육, 이론교육, 실기교육 등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교는 간호학과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예비

소방관이라니. 다소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중환자실,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했습니다. 저는 응급실에서 처음으로 119 구급대원의 모습을 직접 봤습니다. 보통 응급실을 찾는 환자분들은 119 구급대원의 손에 이끌려

올 때가 많은데, 위급한 환자를 모시고 와서 응급실 문을 나설 때는 몸 건강히 퇴원하세요라는 인사를 하는

구급대원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2년 이상의 간호 경력이 있으면 구급 특채로 필기/실기시험, 신체검사, 면접을 통해 채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혈우병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방공무원 결격 사유 중에

소방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혈우병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에만 따르면 저는 소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게 맞지만, 사실 2년 넘게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왔다 갔다 하던 중에 이렇다 할

출혈이 있었던 적도 없고, 평소에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일단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걱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실기시험이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왕복오래달리기, 배근력, 악력, 좌전굴(유연성테스트), 윗몸일으키기, 제자리 멀리뛰기 등의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딱히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실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초반만 해도 온몸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6개월 정도 실기시험을 준비했는데 매일

그렇게 운동을 하다 보니, 시험 보기 한 달 전쯤에는 왼쪽 허벅지 뒷 근육이 파열되었고 오른쪽 무릎에서는 물이

차기도 하였습니다. 따로 응고인자를 투여하지 않고 물리치료와 초음파치료, 냉찜질, 이완요법 등을 받으며

실기를 준비했는데,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보니 실기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평소 포기를 모르고 일단 도전한 것은 끝까지 해내고야 말았기 때문에

될 때까지 해보고 싶었고 그 결과 실기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실기를 통과하니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면접이 다가올수록 솔직히 혈우병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실기시험까지 통과한 마당에 면접 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방공무원이 되는 데 혈우병이 핸디캡이 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였기에, 그러한

자세로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만 보이면 면접관분들도 알아봐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노량진에서 그룹스터디를 하며 면접을 준비했고, 이러한 노력 끝에 마침내

한계를 뛰어 넘고 소방공무원에 최종합격 할 수 있었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제가 이글을 쓰게 된 것은 많은 환우, 가족 여러분들께 혈우병이 있어도 도전하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희망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환우 여러분들도 혈우병 때문에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약한

마음을 먹거나 좌절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도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절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은 새내기 소방공무원이지만 앞으로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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