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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뒤늦게 깨달은 자가관리의 중요성
관리자 ㅣ 2018-07-04 12:06 ㅣ 50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혈우 환우입니다. 현재 매월 규칙적으로 재단의원에 내원하고는

있는데 재단 소식지를 통해서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두서없는 글이라 읽는 중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겠지만 끝까지 잘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자녀로는 이제 곧 30대에 접어들 아들과 딸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로 56세가 되었으니 환우들 사이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적지 않은 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경험들이 꽤 쌓였으니, 거창한 말을 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삶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여러분들에게 몇 마디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이 글을 보는 혈우 환우, 가족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 집도 직장도 수원에 있으니 계속 수원에서만 활동하고 있네요.

현재 저는 경기도에 있는 한 공공기관에서 토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공사현장에 나가

감독을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사무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요즘 무릎이 안 좋아져서 현장에 나가면

그마저도 불편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내근업무가 많다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공무원이라고 하면 안정적인 직업이고 일하기에도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물론 다른 대기업이나 영업, 현장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수월한 부분이 있지만 공무원, 공공기관

사무직도 나름 바쁘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복리후생, 복지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야근도 자주

안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날도 많았습니다.

 

대학교에서 토목을 공부한 저로서는 전공에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터

토목 업무를 맡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1987년에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소방관리직으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소방쪽으로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현장에 나가는 경우도 많고 몸을 쓰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상황도 많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출동 중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여러 안전사고의 위험에 비일비재하게

노출되다 보니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아마 혈우 환우가 아니더라도 위험하다고 여겨질 만한 일인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보다 출혈관리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환우들은 더욱 조심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이후에 내근이 많은 파트로 직무를 변경하였고, 그렇게 한 30년간 일하다 보니 토목업무 사무관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업무 중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경우는 없는데, 가끔씩 현장에서 전화가 오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만 제외하면 이렇게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은 나이에 혈우병 진단받아

저는 1995년도에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만 서른 살에 진단을 받았으니 다른 환우분들보다 꽤 늦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어렸을 때 출혈이 없었다거나 고생을 하지 않았단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져서 몇날 며칠 동안 다리가 퉁퉁 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릎이 심하게 부어 집 근처 병원에 가 치료를 받는데 도무지 지혈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혈우병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요즘 같았으면 바로 알았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외에도 혈우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코피가 나면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 큰 사건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있었습니다. 맹장수술을 받았는데 그때도

지혈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응급상황이라 얼른 치료를 해야 하는데 지혈이 잘 안 되는 것을 보고,

당시 의사선생님이 처음으로 혈우병이 의심스럽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게 제가 혈우병에 대해 처음으로 접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확진은 받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출혈로 인해 다리가

퉁퉁 붓는 날이 많았는데도 여차저차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후회가 되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다 결혼 후에 사랑니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것을 계기로 혈우병 진단을 받고 재단에도 등록하였습니다.

혈우병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출혈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에 발치를 하기 전에 의사선생님에게

일전에 혈우병 의심 소견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제 말을 들은 선생님을 통해 여러 검사를 받아 비로소

확진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혈우병 확진과 재단 등록 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후회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몸에 대한 이해도 없이 살아왔던 세월들이 정말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매사에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재단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응고인자를 맞고 코헴지를 보고

교육을 듣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자가주사는 정말 중요하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가주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자가주사를 배운 것은 한 5년 전에 재단의원

주사교육에서였습니다. 근데 실제로 자가주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전부터입니다.

2년 전쯤에 군복무 중이던 아들 면회를 앞둔 새벽에, 자다가 갑자기 잇몸에서 출혈이 난 것이었습니다.

급히 응급실에 갔는데 아무도 제 증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사도 놓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시름을 해보니

, 급할 때 주사를 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 날 이후로 직접 주사를

하며 출혈을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제 형님에게도 주사를 해드리곤 합니다. 이제는 간호사보다 잘 놓는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자가주사를 하다보면 어떤 날은 잘 되는데 어떤 날은 계속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포기하면 안 됩니다.

힘들겠지만 될 때까지 시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몸과 건강을 위한 일인 만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혈우 환우라는 것을 오픈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개인차가 있는 사항이라 이게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도움을 받을 사람들이 있는 게 좋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생활에 여러모로 이로운 게

많습니다. 우리 환우들, 특히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 환우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환우분들

어렵더라도 약해지지 말고 열심히 자가주사를 배워서 자기 몸은 스스로 챙기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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