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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애정을 갖고 건강을 관리하자
관리자 ㅣ 2018-08-06 16:48 ㅣ 241

<혈우병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안녕하십니까. 경남 창원에 살고 있는 51세 환우입니다. 올해로 결혼한 지 21년이 되었지만 자녀는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양육에 대한 부담 없이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 아내와 2세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결혼 초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식 없이는 결혼생활 하기 힘들 거다라는 우려 섞인 말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얼마 전까지 학생들에게 수학 개인과외를 했었는데, 현재는

수술 후 재활치료 중에 있어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혈우병을 진단받았습니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피가 섞여 나왔습니다.

그리고 염증까지 생겨 통증이 매우 심해서 부산에 고신대 복음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혈우병 진단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름이 생소해진 치료제를 두 번 정도 투여했는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여서 한 2

정도 입원하였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혈우병에는 특별한 치료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꾸준히

응고인자제제를 맞으며 출혈을 관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병원에 가기보다는 스스로 관리하고

웬만한 통증이 아닌 한 진통제를 먹어가며 버티곤 했습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자주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의 환우분들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겠지만, 그 때만 해도 병원에 가도 혈우병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변변한

치료제도 없었기 때문에 한 번 출혈이라도 나면 진통제에만 의지한 채 며칠 동안 앓아누어야 했습니다.

저희 집에는 저 말고도 두 살 위의 형도 혈우 환우인데 어렸을 적에 공교롭게도 둘이 비슷한 시기에 출혈이

생겨서 둘 다 학교에 결석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 날이면 집에 누군가 오는 것이 너무너무 싫었던 기억도

납니다.

 

요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상태입니다. 한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하여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이러한

생활이 무릎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공부하느라 운동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만 있었더니 무릎 관절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었습니다.

결국 2007년 말에 첫 번째 수술을 받았고 그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난 올해 4월에 왼쪽 무릎에 두 번째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2007년에 첫 번째 수술을 받았을 때는 재단 근처에 원룸을 임대하여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환우

쉼터(코헴의 집)에 입소하여 재활을 하였습니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아침마다 편하게 재단의원에 내원하여

편하게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비록 혈우병이라는 불행을 안고는 있지만 이렇게 환우들이

온전히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창원에 내려와서 매일 CPM(수동적 관절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있고 모래주머니도 구입하여 다리근력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벼운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체중을 관리하는 등 나름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제는 관절 각도도 좋아졌고 힘도 많이 길러져서 다시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회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리의 중요성, 운동과 유지요법을 병행하자>

제가 2007년에 첫 번째 수술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때가 제 혈우병 관리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에 재단 부산의원에 내원하였는데 물리치료사로 계시는 양정숙 선생님이 저를

봐주셨습니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릎과 발목 운동치료를 받았습니다.

운동치료를 하고 나서 비록 이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였지만 발목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컸습니다. 운동치료를 받기 전만 해도 출혈 때문에 늘 부어 있고 통증도 심하여 잘 걷지도

못하였었는데, 운동치료를 받은 후에 발목이 정말 시원하고 상쾌해졌습니다.

 

그리고 출혈과 통증에 대한 부담으로 운동을 기피하는 것은 오히려 관절상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릎과 발목을 비롯한 모든 관절을 스트레칭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평소에 해오던 수영과 근력운동도 병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기에 보다 정확한 자세로 무리 없이 운동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헬스장을 다니며 개인트레이닝(PT)

받았습니다. 비용이 워낙 고가라 오랫동안 받지는 못했지만 트레이너에게 미리 저의 관절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맞게 운동프로그램을 짜서 운동한 결과 무릎 상태는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 첫 수술 이후에

다시 수술을 받기까지 10년을 버티면서 어느 정도 무릎 각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꾸준히 스트레칭과

운동을 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 달 반 정도 서울에 머물며 매일같이 재단의원을 내원하는 동안 젊은 환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꾸준하게 운동과 스트레칭을 젊었을 때부터 관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성인이 되어서야 주사약을 접했던 저로서는 어려서부터 유지요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그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더불어 그 친구들도 저나 저보다 연배가 많은 환우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교훈 삼아서 유지요법과

운동을 병행함으로써 자기관리에 조금 더 철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무릎 각도를 나오게 하려고 뼈를 꺾었을 대 엄청나게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 다시는 하지 못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그런 걸 보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치료제도 없었고 관리를 원활히 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젊은 환우들은 관리만 잘하면 저와 같은 아픔을 피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병을 친구로..>

재단 부산의원의 전 원장님이셨던 이순용 교수님은 환우들에게 늘 내가 가진 병을 친구로 생각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누구도 혈우병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미워하지 말고 친구처럼 애정을 갖고 관리한다면 오히려

혈우병이 없는 사람들 못지않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국내에 많은 희귀난치성질환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혈우병에 대한 치료환경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단과 환우단체, 의료인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현재 누릴 수 있게 된 혜택과 양질의 치료환경을 통해

모든 환우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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