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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1년의 노력으로 이뤄낸 공무원의 꿈
관리자 ㅣ 2018-10-10 10:28 ㅣ 63

어머니의 도움으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

안녕하세요. 올해로 24살이 된 혈우 환우입니다. 평소 재단 소식지를 통해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기만

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는 출생 후 일주일 만에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 제 이마에 작은 혹이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혹이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커져서 불안한 마음에 부모님께서 세브란스병원에 가보니 혈우병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여느 아이들처럼 장난기가 많아 자주 다쳐서 부모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어렸을 때는 이미 좋은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에 출혈이 나도 빠르게 약을

투여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몸이 아프면 바로 알려 달라고 교육하셨고, 어른들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던 저는

가르쳐 주신 대로 잘 따랐습니다.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저는 반 아이들에게 조심해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혈우병이 숨길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 아이들도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견 없이 잘 어울렸습니다.

 

내가 공무원시험을 선택한 이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매일 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노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방탕하게 살던 중 하루는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취업난에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시험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오랫동안 관공서에서 근무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길 원하시며 공무원의 장점에 대해 자주 역설하

셨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통해 드러난 사기업의 거친 문화도 공무원 쪽으로 마음을 잡게 하였습니다.

또한 마침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7살 터울의 친누나도 공무원을 강력추천하였습니다. 저조한 대학교

성적도 공무원에 도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제 학점은 2류 타자의 타율과 비슷했기 때문에

이 성적으로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사실 어릴 때 신동소리 한 번 들어보지 않은 아이가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또한 어렸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공인한 영재였을 만큼 똑똑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이런 사실을 되뇌며 대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공무원시험(공시)에 입성하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공부했습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했습니다. 그 후 누나의 조언을 얻어 학습 계획을 세운 뒤 노량진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 후에는 집에서 인터넷 강의도 들었습니다. 인터넷 강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더 저렴하게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시간관리는 다음과 같이 했습니다. 저는 독서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이른바 집터디를 했습니다.

집터디는 독서실 비용이나 식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자리다툼을 벌일 일이 없다는 것도

집터디의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의지가 약해지기 쉬우며 이따금씩 무기력증이 찾아온다는 단점이 있는데, 저는 매일 저녁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도 기르며 공부에 대한 의지를 다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공부도 잘 되고 건강도 관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루 스케줄은 아침 8시 기상, 저녁 12시 취침을 기준으로,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책상에 앉아 있으려

노력하였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한 시간 정도 전에는 운동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험생활 중 찾아오는

우울함이나 무기력증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혈우 환우들만의 주의사항을 말씀드리자면, 적어도 1시간이 넘어가도록 자리에 앉아있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환우들의 경우 오래 앉아있다 보면 출혈이 날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최소 5분 이상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저도 공부 중 엉덩이, 무릎, 목이 아팠던 때가 자주 있어서 꼭 스트레칭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과목별 공부방법

각자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저는 다음과 같이 공부했습니다.

(저는 2009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을 이수하였으니 공시생 환우분들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어는 개념 강의를 1회독한 후 기출문제를 풀며 실전감각을 익혔습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개념서를

살피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한자나 고유어는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여서 공부 비중을 줄였고 문학과

비문학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는 기본기가 있다고 판단하여 바로 기출문제를 풀며 실전감각을 길렀습니다.

한국사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초보와 고수의 점수 차이가 가장 극명한 과목이기도

하였는데,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노트필기 위주로 개념을 정리한 후, 기출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문제집은 전한길 한국사 3.0을 추천 드립니다. 가장 기출에 대한 해설이 꼼꼼하고 비교 개념도 잘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과목은 행정학개론과 사회를 선택했습니다. 학교에서 접한 과목이다 보니 개념서 회독만으로 목표점수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행정학을 접하는 분들은 새로운 개념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념서가 닳도록

개념을 외우려 했습니다. 특히 행기출문제가 다시 나오는 편이라 기출문제 해설을 모두 외우려 노력했습니다.

공통된 공부법을 말씀드리자면, 틀린 문제를 다음날 다시 풀어보는 식으로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또한 오답노트를 만들어 해설과 개념, 틀린 이유를 적어보았습니다.

위의 방법으로 공부한 지 1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에 국가직과 지방직 2관왕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서울시 1차에 합격하였습니다.

만약 저처럼 공무원을 생각하신다면 경쟁률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번 1001

넘어간다지만 실제로 응시하지 않거나 테스트 목적으로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숫자에 겁먹지 마시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시험은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강사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루에 12시간씩 2년만 공부하면 누구나 붙는 게 공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가진 것을 전부 쏟아 붓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자

젊은 환우 분들은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재 본인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아직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하였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목표를 정했다면 노력하면 되지만 진로를 못 정했다면 지금 열심히 해두세요.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공부해두지 않았던 게 발목을 잡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표본으로 삼을 만큼 훌륭한 사람도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목표한 것들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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