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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부모 수기] 내 삶의 존재 이유를 일깨워 준 너
관리자 ㅣ 2019-08-14 11:23 ㅣ 108

녀의 말과 행동에 공감해주기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환우 엄마입니다. 이렇게 재단 소식지를 통해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희 식구는 4명입니다. 중학생인 OO이와 고등학생인 OO이의 형, 그리고 저희 부부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희 OO이는 4살 때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2009년 여름에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식당에 들러

밥을 먹다가 상 모서리에 부딪쳐서 입안에 피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금방 아물 줄 알았는데 상처는 2주가

지나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입안에는 피가 고여 있었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상처를 꿰매는

시술을 하였는데, 오히려 상처가 더욱 커지고 말았습니다.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결국 부산백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는데, 마침 그날이 재단 부산의원 원장님으로 계셨던

이순용 교수님께서 진료를 보러 백병원에 오신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은종이는 이순용 교수님으로부터

혈우병 진단을 받고 곧바로 재단에 등록하였습니다.

그때가 재단 부산의원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OO이는

무럭무럭 자라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되었습니다. 환우 자녀 부모님들이라면 다들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사춘기에 접어드는 OO이 나이 때가 되면 걱정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양육에 있어 어려움도 많아집니다. 단순히 출혈관리, 건강관리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아이랑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저희 집은 고등학생인 은종이 형도 있어서 더 고민이

많습니다. 때로는 아이의 진로와 장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직접 듣고 싶은데, 생각만큼 대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622일 부산의원에서 부모교육 및 유전진단교육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는

이러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교육진행을 맡으신 상담선생님께서 청소년기 아이들의 특징과 성향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시는 것을 보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교육내용 중 아이가 부모는 나의 편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아이가 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때

훈계부터 하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이 떠오르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어느 집이나 부모는 당연히 자식편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이유로 자녀에 대한 사랑을

직접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자녀는 그 마음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이에 관한 실제 사례를 들어주셨는데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동시에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제 스스로가 여유를 잃고 아이를 다그치기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말이나 상황에 공감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 아이에게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배웠는데요, 그 중 제일 쉬운 방법은 바로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만일 아이가 엄마, 오늘 민수 때문에 힘들었어요라고 말한다면 민수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나~”

라고 말해보는 것입니다. 당장 이 방법을 실천해보고자 교육중에도 선생님의 말씀을 계속 중얼중얼 따라해

보았습니다.

부모교육 후에 유전진단교육이 이어졌는데, 저는 교육 자체보다는 엄마인 제가 혈우병으로 진단받을 방법이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저희 아이의 반감기가 짧아서 약이 항상 모자라는 편이기 때문에 아예 제가 혈우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약을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런 방법이 없는지 질문을 드리자 재단의원 최진영 임상병리사 선생님께서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어 여쭤봤고 답변도

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또한 보인자를 두신 아버님들의 질문에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시는 모습에

저 또한 교육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도와줄게, 힘내자

올해 중학생이 된 OO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남자 아이입니다.

자기 주장도 분명하게 표현하여 가끔은 부모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대견해 보이기도 합니다.

점점 하고 싶어하는 게 많아져서 학교생활과 체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이따금씩

어려움이 보일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청소년기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방과후에 학원도

다니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건강이 우려될 때가 많습니다. 지난 3~5월에도 친구들과 농구,

축구를 하는 바람에 허벅지출혈이 나서 한동안 고생 좀 했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유지요법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출혈 위험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마냥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주사를 맞고 며칠 쉬면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OO이가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 듣는 편이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어렸을 때 출혈로 고생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잘 이해한다는 사실입니다.

OO이는 7살 때 출혈로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씽씽카를 타고 놀다가 무릎과 허벅지에

근육출혈이 발생하였는데, 출혈이 너무 심해서 한 달간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통 깁스를 하고

지낸 것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집에 있던 아이가 하루는 문에 혼자 머리를 박으며 울부짖는 모습을 봤을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조금만 집에서 참고 기다리면 다시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놀 수 있다며 어르고 달랬는데, 초등학교에

가서도 다리 출혈로 고생했습니다. 등교 길에 OO이가 갑자기 제게 엄마, 왜 나만 혈우병이야?

다른 애들은 혈우병 아닌데 왜 나만 이래?”라고 물어봤을 때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얼버무린 적도 있습니다.

그날 저녁 OO이를 앉혀놓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아파서 학교에 자주 빠지기도 하고 힘들지만 주사 열심히 맞고 잘 관리하면, 그래서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오히려 친구들보다 더 건강하게 될 수도 있어. 왜냐하면 OO이는 건강관리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건강을 더 잘 지킬 수 있을 거거든. 불편하지만 엄마가 도와줄 테니까 힘내자

이렇게 OO이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줬는데,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제법 말귀를

알아들어 참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OO이 덕분에 행복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는 평소 기초체력이 약한 편인데요. 하루는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녁까지 방에 누워 있는데 OO이가

무언가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OO이 손에는 밥그릇이 들려 있었습니다.

엄마 드세요

하루 종일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제가 걱정이 되었는지, 밥에 물을 넣고 끓여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어느새 우리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싶어 참 고맙고 기특했습니다.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려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인 우리 OO이가 부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봅니다.

 

부모는 자녀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저희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혈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는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아픔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함도 느껴질 것입니다. 더불어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신체적인

불편함으로 인해 의욕을 잃거나 의기소침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저의 옆에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는 사실을 되새겨

봅니다. 나아가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어려움에 도전하고

극복할 줄 아는 용기를 갖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우리 부모님들이 마지막 보루를

든든히 지켜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이번에 부모교육과 유전진단교육을 들으며 감사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먼저 멀지 않은 곳에

재단의원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재단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재단 행사와 환우회(코헴회) 지회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행사에 환우, 가족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의료진 분들도 많이 참여해주셔서 환우, 가족들과 보다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만 더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번 부모교육과 유전진단교육을 진행하시느라 애쓰신 부산경남지역 김선경 복지사님,

대구에서 오신 윤은정 상담선생님, 최진영 임상병리사 선생님, 김윤정 복지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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