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얼마 전 발목 수술을 받고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민 끝에 이렇게 재단 소식지를 통해 저의 경험과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여러 환우, 가족 분들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혼자서 터득한 자가주사>

저는 어렸을 때 다쳐서 경북대병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혈우병A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워낙 활발한 성격이라 항상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는 조심하면서 논다고 하다가도 꼭 한 번씩 다쳐서 근처 의원에서 주사를

맞고는 했습니다. 주사를 맞으면 또 이내 괜찮아지고, 괜찮아지면 다시 뛰어 놀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통증이 있어서 의원을 찾아갔는데 그만 문이 닫혀 있어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가 직접 주사

하는 법을 배우셔서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주사를 맞고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시면 주사를 맞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니까, 답답한 마음에 그냥 한번 직접

혈관에 주사를 찔러보았습니다. 무턱대고 시작한 주사라서 처음에는 실패도 많이 하고 아프기도 했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가주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생활하기가 한결 편해졌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농구를 하다가 십자인대를 다쳐

한 달간 고생을 하였고, 재활 목적으로 헬스를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몸에 근육이 발달하니까 재활이 끝난 후에도

남들과 같이 어울리고 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행여나 운동을 하다가 다쳐도 이전과는

달리 활동하는 데 큰 지장이 생긴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딜 가도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다른 사람들

과도 원만하게 지내는 성격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발목 골극제거술 받은 후 방사선사로 근무>

그런데 작년에 발목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꼈습니다. 원래 일을 했었는데 잠깐 쉬던 기간에 걸을 때마다 발목이

시큰거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오래 걸으면 출혈이 난 것처럼 발목이 살짝 부었습니다. 처음에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런가 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여 28kg이나 감량하였는데, 여전히 통증이 있어서 재단의원의

정형외과클리닉을 받고 오른쪽 발목 골극제거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무작정 상경하여 정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2주 정도 입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쉼터(코헴의 집)에 입소하여 약 한달 반 정도 재활하였습니다.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재단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오전, 오후로 냉온찜질, 발목스트레칭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점차 통증과 붓기가 빠지면서 쉼터에서 퇴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서울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며,

엑스레이 검사 및 PET-CT, GAMMA CAMERA를 이용한 검사를 하는 게 저의 업무입니다.

매월 직원들과 돌아가며 야간당직근무를 하고는 하는데, 다행이도 업무가 그리 힘들지 않아서 건강에 큰 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직업이 방사선사이지만 처음부터 이 직업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방사선과를 전공으로

공부하다가 점차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니, 활발한 저의 성격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적성에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일을 시작하게 되니까 아무래도 출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겉으로 보일 정도로

몸이 심하게 주사를 맞거나 예방도 불규칙적으로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수술을 받은 뒤로는 1~2일 간격으로

무조건 한 번씩 주사를 맞으며 유지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운동도 하면서 몸에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잘 안 되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자>

저는 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혈우병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했습니다. 성격이 독해서인지, 아픈 내색도

잘 안 하고 항상 남들한테 먼저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의 행동에 후회는 없습니다. 혈우병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나 친구들과 놀 때 조심해야하는 건 맞지만, 다른 학우들과 어울리지도 못할 정도로 유별나게

조심하는 건 오히려 독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마 취업을 준비하는 환우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혈우병’이라고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직장마다, 인사담당자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혈우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게 합격에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취업에 임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자기소개서를 많이 써봤고 탈락도 많이 해봤지만, 취업을 하고 나니까 드는 생각은 혈우병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혈우병을 상쇄시킬 만큼의 다부친 체력과 당당한 도전정신, 스펙을 겸비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원하는 직장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왕 할 거라면 ‘나는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도전조차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차라리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도라도 해보는 게 훗날 얻는 것들이 더욱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으로 근육을 길러보자>

저는 현재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공부도 조금 더 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방사선 감독자 면허를 취득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운동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수술을 받아보니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이 많아지면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환우분들도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근육을 길러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조금

더 편하고 덜 아프게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수술을 받을 때부터 재활을 할 때까지 혈우재단과 코헴회 분들게 감사하다는 인사드립니다.

수술 후 편하게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