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스무 살로 대학생이 된 환우입니다. 부디 저의 글이 자가주사로 고민하고 있는 환우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엄마 손을 붙잡고 병원에 다녔습니다. 4살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직접 주사를 놓아주지

못하셨던 어머니께서는 저와 동생을 데리고 병원에 가셨습니다. 주사를 맞으러 정말 자주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비로소 어머니가 주사하는 방법을 배우셔서 저와 동생에게 직접

응고인자를 투여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저희 형제에게 늘 감사한 분이었습니다. 반면 저희는 어머니께 죄송한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형편도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저희 둘을 혼자 키우셨습니다. 어머니는 분명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문방구나 마트에만 가면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대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한 번쯤 장난감 앞에서 떼써본 경험이 있겠지만, 저는 제가 봐도 조금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장난감을 사주실

때까지 울었습니다. 참다못한 어머니가 저를 때려도 보았지만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것에 가슴 깊이 죄송함을 갖고 자라온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힘든 상황에서도 홀로 저와 동생을 잘 키워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공하여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1순위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큼의 유명한 학교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보람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거기에 학비도 저렴한 편인

국립대학교에 가자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혔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토목과 관련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본래 소심했던 성격이 활발하고 외향적으로

변하였습니다. 저는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을 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배우들일 멋있어 보여서 무턱대고 들어간

연극동아리였습니다. 활동 초반에는 후배, 친구들에게 말도 잘 붙이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하며 점차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럽게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변화를 겪으며 어느덧 고3이 되었습니다. 저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웬만한 일에는 조장과 모둠 장과 같은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공과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만든 동아리에서도 건축과 토목 조의 조장을 맡기도

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대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학 진학보다는 차라리

기술을 배울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토목이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기고 나니 대학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공부해서 제가 좋아하는

토목에 대해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공과 관련하여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해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선생님들과 대화와 질문도 많이 하여 대학 진학을 위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공부하는 방법도

바꿔서 하루에 끝낼 학습량을 정하여 보다 계획적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는 교과지식들을 더 잘 쌓을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렸다. 노력 끝에 성공한 자가주사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저는 경상대학교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걱정도

많았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틈날 때마다 축구를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 발목은 늘 부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주사도 자주 맞았는데, 하루는 발목이 너무 많이 부어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수술하기가 정말 싫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의사선생님께서 축구 같은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관리만 잘 한다면 하고 싶은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 다음 적당히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그러자 이전보다 부어오르는 횟수도 적어졌고 통증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주사였습니다. 저는 주사가 늘 걱정되었습니다. 이제 곧 중학교에 올라가야 해서 그랬는지,

제 스스로 자가주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가주사 방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잘 안 되었습니다. 시도할 때마다 잘못 찌르기 일쑤였고 별수 없이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쉽게 포기할 자가주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그러니까 대학입학을

앞뒀을 때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기숙사 생활을 할 텐데, 그때가 되면 자가주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가주사를 다시 배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재단 부산의원에서 하는 주사교육에 참석

하여 차근차근 자가주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중학교 때 실패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열심히 배운 결과, 이번에는 의외로 쉽게 주사에 성공하였습니다. 나름

오랜 세월 동안 고충을 겪은 끝에 성공한 자가주사라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도움 없이 주 2회

자가주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로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자가주사를 성공한

후에 이야기하는 결과론이지만, 아마 제가 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 가게 되었다면 굳이 자가주사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집과 멀리 떨어진 학교에서, 그것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혼자 모든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다시 한 번 자가주사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운전면허도 따고 대학교 오리엔테이션도 다녀오고 나니까 정말로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는 걸

더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선생님들은 저에게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힘든 일이 훨씬 많을 텐데 그때마다

지금처럼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저는 저보다 어리거나 아직 꿈이 없는 혈우 환우 친구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많은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꿈을 발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무언가가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자가주사가 되었든 무엇이든, 결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제가 하고 싶어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볼 것이고 토목 관련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