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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다시 한번 열심히 달려갈 그날을 꿈꾸며
관리자 ㅣ 2017-04-10 12:19 ㅣ 679

학창시절, 조금 늦게 시작한 출혈관리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로 딱 서른 살이 된 송정인이라고 합니다. 재단 소식지인 코헴지를 통해서 처음

인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여러 환우,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작년 하반기에 한 IT 전문 회사에 취업했다가 적성과 건강 등의 문제로 퇴사하여 현재는 매주 2회씩 재단에

방문하여 물리치료와 코칭 상담을 받으며, 다시금 취업을 준비하는 중에 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의

직장생활이었지만 어렵게 성공한 취업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현재 건강을

관리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 또한 많이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단에 등록하여 보다 세심하게 출혈을 관리한 지는

이제 10여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 나서야 재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출혈이 심하여 아플 때만 병원에 갔습니다. 대학병원 소아과로 가서 주사를 맞은 것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주사이지, 요즘의 응고인자제제도 아니었습니다. 혈장주사를 맞고 조금 괜찮아지면 귀가하는 식의

응급처치였습니다.

그렇게 출혈을 관리하던 어느 날, 한 번은 학교에 가려고 하던 중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급히 병원에 실려가

며칠간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그곳에서 담당 의사선생님이 혈우재단을 알려줬고, 그때부터 재단에

등록하여 오늘날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늦게 재단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전까지 저는 출혈이 그렇게 심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생 때까지는 학업성적도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번 쓰러지고 병원에 다녀온 후로는 이전처럼 공부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성격이 원래 내성적인 편이긴 하지만 무언가 더 위축되었던 것 같습니다. 왼쪽 발목과 양쪽

팔꿈치에 통증도 있어서 관절경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컴퓨터가 좋아.. 쉽지 않았던 직장생활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해서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가

좋았습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를 것도 같은데, 혹시 도스(MS-DOS)라고 아실까요? 디스켓은 아시겠죠?

여하튼 저는 286컴퓨터가 나왔을 때 도스에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며 고전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컴퓨터와 관련이 있거나 프로그래밍을 하는 전공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전문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하여 강원대학교 공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로 편입하였습니다. 결국 제가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게 된 것이었습

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졸업 후에도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있는 IT 전문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저의 첫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직장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몸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춘천에서 출근을 하였기에, 정시에

회사에 도착하려면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했습니다.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6시경에 서울행 버스에 올라타 잠시

눈을 붙이면 어느덧 서울에 도착, 8시부터는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회사원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피로하고 출혈 관리도 전보다

소홀해지게 되니, 여러모로 힘든 게 많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근직으로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몸을 많이

쓰고 외부로 사람들을 만나러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건강에 대한 걱정이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다행히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외출을 할 때는 항상 미리 주사를 맞거나 주사할 준비를 하고 나가라는 교육을 시켜주셔서,

바쁜 중에도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은연 중에 정말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더 늦기 전에 보다 확실하게 준비하여

후회 없는 취업을 하자는 마음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어쩌면 저의 이러한 선택과 포기가 결코 잘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또한 취업을 준비하는 20~30, 특히 저와 같은 환우 여러분들에겐

이와 비슷한 고민이나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사례를 통해 많은 환우분들이 더 꼼꼼하게 취업을 준비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다시 걸어가기

여하튼 저는 현재까지 건강관리부터 열심히 하면서 진로를 다시 잡아가는 중에 있습니다. 그동안 소홀했던

출혈관리와 건강을 위해 매주 꼬박꼬박 재단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관리를 받다보니

좋은 게 많습니다. 우선 저는 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물리치료 선생님들의 지도를 따르다보면 서서히 걸음걸이가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도 세라밴드 운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일로 인해 잠시나마

떨어져 있던 자신감을 많이 회복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물리치료 외에 매주 목요일마다 재단에서 하는 코칭상담 프로그램에도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프로그램인지 몰라 긴가민가했었는데, 코칭을 받을수록 확실히 저의 현상태를 돌아보고 자존감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덕분에 경희사이버대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여 현재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배우고 있습니다. 공대 출신이

사회복지학과라니 조금 많이 돌아온 느낌도 없지 않지만, 누군가를 돕고 보람을 얻는 일을 통해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환우분들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 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부모님들께는 걱정되고 불안하시더라도 조급해

하기보다는 자녀에게 신뢰를 보내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재단 물리치료사 선생님들과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신 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앞으로 재단에서 환우의 취업을 위하여 보다 더 힘써주셨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건강한 봄날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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