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

게시판

재단 공지사항
혈우뉴스
취업정보
자유게시판
혈우가족 이야기
함께 나눠요
FAQ

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지나고 나면 모두 좋은 추억들
관리자 ㅣ 2017-08-14 10:03 ㅣ 284

어렸을 적 가졌던 인생 목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올해로 28살이 된 환우입니다.

매일같이 출퇴근을 반복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별 볼일 없을 것만 같은 저의 이야기가 다른 환우

여러분들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재단 소식지 담당자님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짤막하게나마 저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여느 환우분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주변 친구들보다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의 날들을 떠올려보면, 병원 침대에 누워 연신 사람 살려달라고 외쳐댔던 저의 모습과

그런 저를 부모님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붙잡아 기어코 주사를 맞히려 한 모습들이 주로 떠오릅니다. 그렇게

어렵게 주사를 맞았던 기억들이 제가 가진 저의 유년시절의 기억인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로 넘어가보면 근육에 출혈이 발생하여 학교를 결석해야만 했던 날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환절기가 되면 건조한 날씨 탓에 시도 때도 없이 코피가 났고, 행여나 코피 나는 모습을 옆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들키지나 않을까,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남모를 아픔을 갖고 있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이 시절 제 인생의 목표는 일반 사람이 되자 였습니다.

조금 낯선 표현이지만, 보통의 사람들처럼 일반적인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대 후반이 된 지금을 기준으로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저는 이미 그 인생 목표를 이룬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히 혈우 환우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 입으로 저의 병명을 밝히지만 않으면 어느

누구도 제가 혈우 환우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저는 지금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건강한 사람들마저도 자신이 겪었던 어려운 기억들을 떠올리면 매우 힘들었다고 말하곤

하는데, 저와 같은 우리 환우들은 그러한 보편적인 어려움들을 혈우병이 있다는 이유로 더더욱 힘들게 여기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돌아보게 됩니다. 혹은 우리의 뇌가 그렇게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든 업무지만 보람도 많아

어느새 20대 중반의 나이를 넘어 선 지금, 저는 지방의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으로서 소규모

지역개발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주민들로부터 건의가 들어오면 도로를 포장하고 배수로와

옹벽 등을 설치하는 등 취약지역에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도로포장과 배수로 설치라. 이름만 들어도 느껴짓듯이 업무강도가 다소 센 편입니다. 그리고 민원도 많이

들어와서 힘든 부분도 많지만 취약지역에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과 대학에서

전공으로 배운 토목과 관련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감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공무원을 아침 9시에 출근했다가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정시퇴근이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은 편이기 때문에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대체로 밤 9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하곤 하는데, 대부분은

근처 공원에서 걷는 등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절관리와 관련하여서 최근에 또 하나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가주사입니다. 조금 늦은 나이지만

얼마전에 자가주사를 배워서 매주 2회 유지요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나서 혼자서 주사를 맞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도 했었는데, 몇 달 전에 수술을 받게

되면서 자가주사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받던 중에 재단의원에서 자가주사를 배움으로써

이제는 시간도 절약해가며 직접 유지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생애 처음 받게 된 수술

저는 올해 초에 고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원래 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관리를 잘 해왔던 터라 비교적 큰 출혈이

없었고, 5년 전부터는 수영도 하기 시작했는데 그만 수영을 하던 중 고관절에 출혈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이후부터 매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자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별다른 치료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통증이 있어도 참고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초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경희의료원

 정형외과의 조윤제 교수님을 찾아가 진료를 받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 상태를 보시고는 출혈이 났을 때부터 수술을 하였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연골이 너무 많이

손상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인공관절수술을 하기에는 아직 나이가 젊으니 관절경수술을 하자고 제안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직장에는 미리 한 달간 병가를 내어서 수술 후에는 서울에 있는 쉼터(코헴의 집)에 입소하여 3주 동안 재단의원을

내원하며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열심히 재활을 했던 덕분인지 예정대로 다시 업무에 복귀하였지만, 수술 후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목발을 짚고 생활하며 매주 한 번 정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절망에 빠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간

끝으로 저보다 어린 환우들분들에게 몇 마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혈우병이라는 이유로 절망에 빠지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틀에 박힌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귀한

시간들을 절망 속에서 보내기엔 아쉬움이 너무나도 큽니다. 젊은 시절에 꿈을 품고 그 꿈을 위해 도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부모님들께는 환우 자녀들에게는 저마다 특정한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사를 맞기

싫다고 떼쓰는 때가 있고 자주 다치는 시기도 있으며, 취업 준비한다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기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면 다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너른 마음으로 안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활을 하던 중에 지금 이렇게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고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선배 환우분들과 재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도 받기만

하기보다 여러 환우분들을 위해 더 나은 치료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