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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웅크리지 말고 한 걸음 더 내디뎌보자
관리자 ㅣ 2018-02-07 14:13 ㅣ 121

20년차 버스운전사.. 생애 처음 무릎수술 받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환우입니다. 재단 소식지 <코헴지>를 통해서 처음 인사드립니다.

나이는 52세로 아내와 슬하에 예쁜 딸과 멋진 아들을 두고 있는 가장입니다.

현재 저는 서울의 한 버스업체에 소속되어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운전직에만 20년째 종사하고

있는데요. 참고로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는 12교대 5~6일 근무를 일주일 단위로 주간/야간반이 교체되는

형태로 업무가 짜여져 있습니다. 때문에 주간반으로 일을 할 때는 새벽에 출근하여 이르면 낮 12시나

오후 3~4시쯤 근무를 마치고, 야간반으로 일을 할 때는 주간반 기사 업무 종료 시부터 야간 마지막 운행시간까지

운전을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버스는 배차시간이 생명과 같습니다. 일정한 배차시간을 지키려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운전대를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지각은 절대 금물이거니와 새벽에 출근을 할 때는 특히 아침 기상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날보다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한 주는 주간반으로 새벽에 출근을 하고, 또 한 주는 야간반으로 오후에 출근을 하다보니 생활패턴이나

생체리듬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컨디션을 잘 관리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막 특별한 관리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잠을 잘 때 충분히 자고 일주일에 2~3회 유지요법을 통해

출혈이 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7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릎수술을 받았습니다. 제 몸상태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환우분들과 마찬가지로 무릎관절에 가장 주의가 요구되고, 고관절 쪽으로도 통증이 자주 일어나는 편입니다.

과거에 재단을 알지 못하고 응고인자를 투여하지 못하였을 때는 팔꿈치에서도 출혈이 자주 일어났지만 지금은

거의 출혈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위는 무릎입니다. 얼마전까지 한쪽 무릎 뼈가 돌출되어서 각도가 안 나오고

다른 한 쪽과의 균형이 맞지 않았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형외과

클리닉에서 검진을 받아본 후 수술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수술은 유명철 교수님이 계시는 정병원에서

받았습니다. 그동안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직장문제로 인해 차일피일 수술을 미뤄왔는데 결국 수술을 받게 된 것

이었습니다.

첫 수술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두렵기까지 하였습니다. 다행이도 수술은 잘 되었고 차후 주사 관리도 잘 되어서

특별한 문제없이 퇴원하였습니다. 퇴원 후에는 일정 기간 물리치료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한 달 정도 서울에

있는 환우 쉼터(코헴의 집)에 입소하여 매일 아침마다 재단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업무에 복귀하여 원활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무릎은 재활기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하고 있는 일이 일이다 보니 물리치료를 자주 받고 있지는 못 합니다. 이전만큼 물리치료를 열심히 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스스로 몸을 아껴가면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발하다가 혈우병 알아, 웅크리지 말고 세상 밖으로

어렸을 때 이야기도 조금 들려드리자면, 저는 처음에 머리를 깎다가 혈우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은 나지 않는데 어렸을 때 시골에 있는 한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다가 그만 이발도구에 살이 뜯겨

피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피가 멈추지 않아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결과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혈우병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저와 부모님 모두 혈우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고 살던 곳이 용인에

있는 시골이었던 터라 병원치료 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용인이라고 하면 교통이 잘 발달되어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려면 산 하나를 넘을 정도로 오고다니기가

쉽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응고인자제제도 없었기 때문에 저는 출혈 통증과 붓기로 수많은

시간을 고통과 싸워서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생활이 녹록치 않았고 출석률도 좋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때에도 오늘날과 같은 좋은 교통과 의료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요즘의 젊은(어린) 환우들을 생각해보면 웅크리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젊었을 때와는 다르게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자기 안에 쌓여 있는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사회적인 장벽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받은 수술을 계기로 쉼터에서 많은 혈우 환우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제 또래의 환우분들과

비교하였을 때 10~20대의 젊은 환우들은 관리를 잘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환우들은 적정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였고 출혈 예방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도 몸이 아프고 불편하여 세상과 벽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자라나던 시기와는 달리 의료시스템이 발달되어서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수술과

유지요법으로 큰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웅크리지 말고

나오십시오. 다른 환우들과 만나 함께 소통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추후 고관절 수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무릎 수술을 받고 다른 환우들과 교류하면서 추가 수술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된 만큼 주저하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수술을 하면 다시금 일적으로 고민할 문제들이

많아지겠지만 제 몸을 생각해서 그리고 앞으로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잠깐의 고통은 감내할

생각입니다. 혹 지금도 수술을 망설이고 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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