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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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잘 자랄 것입니다! 관리자 ㅣ 2022-08-11 14:31 ㅣ 7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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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잘 자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혈우병 9인자 중증인 고3 A군 엄마 B입니다. 평소 재단 소식지를 통해 중요한 혈우 뉴스는 물론, 수기를 읽으며 환우들의 삶을 현실감 있게 들을 수 있어 꼭 챙겨보고 있는데, 이런 소중한 지면에 기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동안 환우들의 수기를 통해, 어떻게 병을 알게 되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 때, 어떤 노력으로 극복해 내었다는 내용의 글들은 많이 보셨을 줄 압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히 ‘아픔’에 관한 내용이 아닌, 어린 신 환우 부모님들께 ‘희망과 용기’를 드릴 수 있는 내용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희귀’ ‘난치’라는 어휘가 주는 공포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장애가 생기지는 않을지 별별 걱정이 다 되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성인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는 아이를 보면서 선배의 미음으로 말씀드립니다.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잘 자랄 것입니다!’ 이제 안심이 좀 되시나요?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저희 아들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A는 학창시절 동안 결석이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물론 혈우병으로 인한 입원이나 큰 치료를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꾸준한 예방요법 덕분으로 일반 학생들과 별 차이 없이 학교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운동회, 현장학습, 수학여행도 모두 참석했습니다. 가끔 출혈이 생기면 응고인자를 주사하고 하루, 이틀 쉬면, 재출혈 없이 완쾌되었습니다. 그렇다고 A가 정적인 아이도 아닙니다. 초2 때 5km 마라톤 완주를 시작으로, 5학년때는 10km 완주, 중학교 1학년때는 21km 하프마라톤도 완주했습니다. 모두 출혈없이, 약간의 근육통만 있었습니다. 5학년과 6학년 여름방학에는 자전거를 빌려서 제주 해안도로를 일주하기도 하였고, 중1 때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정상도 밟았습니다. 자전거 일주를 할 때는 8월의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출발하고, 언덕이 나오면 하염없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도 했지만, 푸른 바다를 만나면 바로 뛰어들어 몸을 식히고 수영복을 입은 채로 다시 페달을 밟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원한 렌터카 안에서 보면 땡볕에 무슨 짓인가 하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달릴 때는 자전거 속도로 인해 바람이 불어오기에 생각보다 할 만 했습니다. 내리막을 빠른 속도로 앞서 내려가는 아이를 볼 때는, 뒤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미리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믿고 따라갔더니, 아이에게 큰 성취감과 추억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는 한 달 동안 미국 배낭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서부 LA에서 시작해, 동부 뉴욕까지 가장 저렴한 호스텔에서 자고, 샌드위치로 끼니를 떼우면서 하루 2만 보 이상씩 걸으며 여행했지만, 걱정했던 출혈은 없었습니다.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뉜 호스텔에서 유지요법을 할 때는 한적한 복도 구석에서 만나 주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도전과 여행을 위해서는 자가 주사를 빨리 익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도 A는 혈관이 좋은 편이라서 만 3세 정도부터 집에서 주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자가주사 에피소드도 많은 편인데, 예를 들어 주사가 잘 될 때는 여행 중 휴게소에 들렀을 때, 자동차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도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가끔 주사가 잘 안 될 때는, 두세 번을 해도 안 되어 애를 먹기도 합니다. 한번은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주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혈관을 잡지 못하고 주사가 안되는 것입니다. 연속된 실패에 아이는 맞기 싫다고 울지,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지, 저는 어쩔 수 없이 믹스해 둔 약을 그대로 들고 일단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이 아빠가 출국 수속을 밟고 있는 동안 저와 아이는 공항 의무실로 가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를 놔 주셨습니다. 하마터면 불안하게 예방도 없이 여행을 시작하거나, 믹스해 둔 약을 아깝게 버려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그때도 다 방법이 생기더라구요. 이쯤에서 A의 건강 비법이 있나 궁금하실텐데요. 특별한 것은 없는데 굳이 찾자면 수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가 돌이 되면서부터, 엄마와 같이 물에서 노는 ‘모자 수영’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수영을 꾸준히 했습니다. 고학년 때는 배드민턴, 탁구 등을 가르쳐주면서 함께 했던 것이 기초 근력을 쌓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 외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재단과 가까이 지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환우 엄마들과의 교류를 통해 혈우병 육아 ‘실전’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고, 아이에게는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친구도 만들어 주면 좋은데, 이런 만남의 장은 재단에서 열고 있는 교육, 행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아이가 한 이야기로 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제가 내리막길을 달리며, ‘역시 내리막이 최고야! 신난다!’ 하자 아이가 ‘엄마, 내리막이 있으면 곧 오르막이 나타나는 거 몰라? 평지가 최고야!’ 하더군요.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고 하지요? 어느새 인생의 진리를 깨달아 버렸더라구요. 신 환우 가족 여러분~ 이제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이번 여름방학 신나는 계획을 세워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는 코헴지 186호 16~17p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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