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생각으로 실력을 쌓아야

신체적 장애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환우들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  젊은 환우들과 얘기를 해 보면 ‘직장에 다니다가 한두 달 만에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조그마한 것에도 상처를 받고, 상사가 몸을 비하한다거나, 일을 못했을 때 비난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성향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특히 우리 환우들은 이런 부분에 좀 더 예민한 것 같다. 물론 혈우 환우의 직장 생활에는 비혈우인보다 걸림돌이 많다. 예전보다 치료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출혈이 되면 빨리 응고인자를 투여해야 하는데, 직장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 신속하게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서 있는 시간이 많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하다 보면 출혈이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한 환우의 경우 근무 중 출혈이 발생했는데 마침 처방 받은 응고인자제제가 떨어져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참으며 근무를 해야 했고, 결국 다른 환우의 도움으로 응고인자를 투여했지만 이미 출혈 부위가 많이 부어 회복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약이 있다고 해도 적시 적소에 투여하지 못하니 직장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환우가 직업 선택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몸이 견딜 수 있는가’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육체적인 충격이나 부담이 동반되는 일이나, 서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이 있다고 하지만 바로 투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붓고, 다음날 출근을 하지 못하여 꾸중을 듣고 일하기 싫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그 외에는 어떤 직업이든 우리 환우들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의 직업인 교사도 많이 선호하는 직업이지만 수업 중에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그렇다 보니 1년을 채 다니지도 않고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다시 공부하여 다른 대학, 학과에 입학․편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대학의 학과를 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데 성적이 그에 맞지 않다면 성적에 맞는 학과가 있는 대학을 굳이 4년제가 아니라 2년제나 3년제 대학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학교는 고등학교 3학년 대입 수학능력고사를 치른 뒤에 입시 원서를 쓰기 전 20일 가량의 기간을 이용하여 여러 분야의 교수님들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학과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으니 그런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 더 일찍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모든 학생들이 적성검사를 받지만 선생님들이 취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상담이나 경험 프로그램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혈우재단에서 청년 환우들의 취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적성검사를 받은 후에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 이 시기에 자신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각 학교에 활성화 되어 있는 동아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를 선택해서 강의도 듣고 실습도 한다면 장래의 목표를 정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광주의원에 내원하는 젊은 환우들을 만나 재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구인광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청해 보라고 얘기하면 “제가 가서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한다.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재단에서 지역별로 자리를 만들어 설명해 주는 등 더 자세한 안내를 해주고, 보다 전문적인 1:1 상담이 환우들의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에 건강한 사람들과 경쟁을 하면서 공부를 하거나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해도 안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알고, 깨우치고,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실력을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모든 행동을 똑같이 하고자 하지 말고 자제력을 가지고 자신에게 필요한 준비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큰 노력이 필요한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일주일이 2회 이상 운동하기’, ‘일주일에 한 권 책 읽기’ 등 작은 것부터 목표를 정하고 운동일지나 독서일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성공은 큰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보다 큰 목표를 설정하여도 이전보다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자신에 대한 긍지, 자존감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한다면, 자신의 삶을 보다 보람되게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