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머니~” 전화기 너머로 상담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에 부모님들 대상으로

부모코칭 하는데 오실 수 있겠어요?”

몇 개월 전쯤, 저희 아이가 물건을 잡고 혼자 일어나다가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저 머리 한번 찧었을 뿐인데, 열이 40도가 넘어가고 환부가 점점 부어올랐습니다. 허겁지겁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서는 혈우병이라고 그랬습니다. 이전까지 혈우병은 책에서만 보던 단어였는데...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혈우병 진단을 받은 후 잠시 일을 그만두고 몇 개월간 아이만 돌봤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는 가족과 주변의 도움으로 잘 크고 있습니다.

며칠이 지나 부모교육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전부터 혈우재단의원은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곳이었기 때

문에 놀러가는 마음으로 의원으로 향했습니다. 의원에는 독감 주사를 맞으러 온 가족들,

물리치료를 받으러 온 가족들, 모임에 온 가족들로 붐볐습니다. 오랜만에 다른 환우들을 만나니 그간

어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는 어떻게 클지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드디어 부모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MBTI(성격유형검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검사지에 표시를 하는 동안 성격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검사가 끝난 후 남편과 저의 성격을 알려주시며

서로 다른 점에 대해, 의견차이가 있는 이유에 대해 들었습니다. 아이가 혈우병 진단을 받은 후 예민해진 저를

맞춰주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남편의 성격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어 앞으로는 의견차이가 있을 때

덜 싸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재단 사회복지사님께서는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아이의 먼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당장 1년 동안의 일만

생각해보세요”였습니다. 요즘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 청소년이 되면, 성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사회복지사님의 말을 생각하며 당장 1년 동안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일,

감사해야할 일을 생각합니다.

이번 모임은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색달랐고, MBTI라는 흥미로운 검사를 이용해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돌봐주시는 재단의원 직원분들께, 용기를 주신 

재단 사회복지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혈우병을 처음 알았을 때 많은 용기를 주신

상담사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