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깨 통증을 앓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넘어지면서 어깨가 한 번 빠졌는데, 그 이후로 줄곧 어깨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10여년이 지난 21살이 되어서야 제가 혈우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재단의원에서 어깨와 무릎을 진찰받으면서 원장님으로부터 관절경수술을 하기에는 늦었고, 인공관절수술을 하기엔 이르기 때문에, 우선은 최대한 약을 사용한 후에 수술을 하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후로 한동안은 통증이 있을 때에만 약을 투여하며 일상생활을 하였습니다.

 2008년 여름에 무릎 수술을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목발에 의지하며 생활하면서 고관절과 발목, 어깨에 심한 통증이 온 것이었습니다. 수술은 강동경희대병원 김강일 교수님께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고 1년 정도 지났을까요. 종아리에 근육이 붙고 발목 통증이 사라졌을 즈음 어깨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팔의 각도도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부터 일상생활에 제약이 왔고 이듬해 2월부터는 너무 아파 누워서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허리와 엉치뼈의 통증도 심해졌습니다. 더 이상 미뤘다간 다른 부위도 통증이 심해질 것 같았습니다.

2014년 7월에 강동경희대병원 조남수 교수님께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퇴원 후 바로 쉼터에 입소했습니다. 재단의원 선생님들과 쉼터 어머니로부터 재활과 보호를 받으면서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아직은 손목과 팔목을 완벽하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씻을 때 불편했지만, 다들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들 같이 대해주시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보호해주시는 쉼터 어머니, 코헴 사무국 직원들, 재단의원 선생님들과 물리치료사 분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함께 쉼터 생활을 했던 동생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동질감에 친동생같이 느껴졌고 정말 잘 지냈습니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어깨가 회복되는 걸 느꼈습니다. 수술 전까지만 해도 팔이 운전대에 올라가지 않아 운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운전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됐고 천정에 달린 전구도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이었습니다. 팔을 뻗어 멀리 있는 반찬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별 통증 없이 편하게 글을 쓸 수도 있게 됐습니다.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다 나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힘들지는 않습니다. 일도 조금씩 늘려가며 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부터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습니다. 주유소 일은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수술 후 제가 깨달은 사실은 유지요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혈우병 검사도 좋아지고 약도 많아졌을 정도로 과거에 비해 혈우병을 관리하기가 좋아졌습니다. 그러므로 어린 환우 분들께서는 평소 관리에 최선을 다하셔서 수술과 장애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혹시 수술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미뤘다가는 정작 수술을 받고 싶을 때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