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1학년 딸아이와 6살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둘째 아이가 혈우병이라는 진단을 받던 그날도 친정어머니께서 저 대신 아이를 병원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병원가신 지 한참 만에 걸려온 전화에서 걱정 가득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 성현이 어떡하니...”

“왜요 엄마? 병원에서 뭐래요?”

돌 전부터 코피를 자주 흘리고 한 번 흘리면 30분 이상 멈추질 않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렸을 적에 코피를 자주 흘렸지만 크면서 점점 나았기에, 우리 아이도 저를 닮아 그런 거라고, 크면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병원에 가서 아이의 코피 증상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피검사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1차 검사에서는 아이의 혈액응고인자 지수가 정상에 비해 많이 낮다며 혈액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하셨습니다. 친정어머니 편에 2차 정밀검사를 받게 한 결과 혈우병B 9인자 경증 진단이 나왔습니다. 전화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저도 충격이었는데, 저희 엄마께선 얼마나 놀라셨을까 하는 마음에 죄송했고 같이 있어주지 못한 아이한테도 미안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인터넷으로 혈우병이 정확히 어떤 병인지, 어떻게 관리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알아볼수록 불안하게 만드는 내용들만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던 중 병원의 권유로 혈우재단에 등록을 했고, 재단 사회복지사님과 상담을 하고 나니 혈우병이 정확히 어떤 병이며, 인터넷 정보는 되도록 접하지 말고 의연하게 키우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 후 재단에서 진행한 가족모임에 2번 정도 참석하기도 했는데, 얼마전 다시 사회복지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문 심리상담사께서 오셔서 강의를 하는 부모교육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참석한다고 말씀드리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상담 당일 재단으로 달려갔지만, 사실 기대보다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더 컸습니다.

마침내 부모교육이 시작됐고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습니다. 문수연 심리상담사님은 여러 사진을 보여주시며 본인이 느낀 감정을 표현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보여준 사진들에서는 놀람, 좌절, 고뇌, 분노, 공포 이런 느낌을 받았고, 두 번째 보여준 사진에서는 평안, 휴식, 평화, 기쁨, 즐거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이런 사진을 보여주실까? 라는 의문을 가진 그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 사진이 여러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 표정을 보고 아이가 어떻게 느낄까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그동안의 제 표정을 되돌아보니, 부정적인 느낌들의 사진들이 떠오르며 제 아이가 느꼈을 불안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5세, 7세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5세 때는 아버지가 따뜻하게 해주면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7세 때는 자아개념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버릇없다고 하지 말고 철저히 공감해주고 가르쳐라. 정보를 많이 습득하면 불안이 사라지고 철저하게 조사하면 희망이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아이에게 부정어를 많이 사용하면 부모의 불안이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도 불안해지고 감정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아이에게 걱정스러운 마음에 ‘하지 말라’고 말하며 화난 얼굴로 혼낸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그걸 본 우리 아이가 얼마나 두렵고 불안해 했을지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교육이 끝난 뒤 소감을 말하는 동안 저를 포함한 엄마들 모두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교육을 통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돼서 모두들 만족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저도 아이도 불안해 하지 않도록 정보를 많이 습득하고 제 얼굴에서 불안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교육의 자리를 마련해 준 혈우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이런 교육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