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떠십니까?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 앞에서 건강 때문에 하지 못했거나 망설인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 대부분의 환우 여러분께선 한 번쯤 그러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자로 태어나 살아가다보면 새로운 무언가에 당차게 뛰어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배낭을 벗 삼아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여행,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떠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끼고 맛보는 설렘이 있는 것. 제겐 버킷 리스트를 적어놓은 작은 노트 한권이 있습니다. 이 노트의 가장 앞장엔 제가 고등학생시절 훗날 성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잔뜩 적혀있는데 이중 첫줄에 적혀있는 것이 배낭여행입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인 만큼 고교 친구들에게 늘 “우리 대학에 가면 같이 배낭여행을 떠나자”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 입학하고 전국 각지로 떨어져 서로의 삶을 살기 바쁘다 보니 정작 가장 하고 싶었던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을 읽고 있었는데 문득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영학에선 ‘Motivation’을 동기부여라 표현하는데 이 단어의 어원이 움직인다는 뜻인 라틴어 ‘movere’에서 탄생했다는 문장이었습니다. 평소였다면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문장이었지만 그날은 문득 ‘나는 왜 배낭여행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지?’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리곤 바로 도서관을 나와 학창시절 함께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마침 친구들은 전역을 하고 별다른 일 없이 지내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무리 없이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1월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겨울보단 여름에 떠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주의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더 이상 하고 싶은 일들을 미뤄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약속을 잡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나자 걱정이 앞섰습니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여 놀고 호텔에서 편히 자는 여행도 아니고, 배낭여행일뿐더러 9일간 전국을 도는 빡빡한 일정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더욱이 평소에 운동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친구들은 제가 매우 건강한 줄 알기에 여행 도중에 아프면 이유를 설명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약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해 보았고 약을 들고 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결국 결론은 ‘겁부터 먹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자’였습니다. 제가 아프다고 하면 업어서라도 저를 병원에 데려다 줄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지만 저 하나 때문에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몸이 아파 여행을 계속하기 힘들다면 도중에 집으로 돌아올 각오를 하고 여행길에 오르기로 마음을 다졌습니다.

여행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그러기엔 할애된 지면이 짧기에 이 글을 읽고 배낭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적어볼까 합니다. 여행 계획에 있어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일 겁니다. 저의 경우엔 전국여행이다 보니 그동안 전국의 가고 싶었던 장소들을 선정한 뒤 그곳들을 중심으로 경로를 구성했습니다. 만약 부산과 강릉이 가고 싶었던 곳이라면 이동경로 중간에 경주와 안동을 들리는 식으로 경로를 구성하여 부산에서 출발하여 경북,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돌아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9일간의 일정을 짰습니다.

여기서 소소한 팁을 드리자면 모든 여행일정을 빽빽하게 채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꼭 들리고 싶은 몇 군데만 정해 놓으신 뒤 나머지는 여행을 다니며 이동하는 동안 정하셔도 충분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항상 일정대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배낭여행의 묘미를 때론 길을 가다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마음이 가는 곳으로 움직여 보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다들 스마트폰이 있기에 기차 안에서 또는 걸어가면서 빈 시간동안 어디에 들르면 좋을지 검색 몇 번만 하면 찾을 수 있고, 지도 어플만 이용해도 도보로, 차량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정확하게 조회가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빡빡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여행에서 까지도 여러분을 계획과 일정으로 옭아매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행에 있어 계획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비문제도 가볍게 다룰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함께 여행을 떠난 3명 중 유일한 상경대학 출신이라는 우스운 핑계로 모든 경비를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1인당 40만원씩 걷어 여행이 끝났을 땐 18만원이 남았으니 1인당 경비는 34만원이 든 셈입니다.  특별히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고,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보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엔 모두 들리고 남은 돈입니다. 여행비용에서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것이 숙박비용인데 유일하게 이 부분만 경비절감을 위해 신경 썼던 점이 여행경비를 절약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차표와 연계하여 코레일에서 제공하는 대학생 무료 숙박시설을 이용하기도 하였고, 또는 학생 할인이 되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였습니다. 남자 3명이서 여행을 하다 보니 사실 대부분의 잠은 찜질방을 이용하였습니다. 찜질방엔 목욕탕이 있으니 하루의 여독을 풀기도 좋을뿐더러 환우 여러분은 특히 이 찜질방에서 찜질을 해주어 근육을 풀어준다면 다음날 움직이기 한결 편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러분이 대학생이라면 학생 할인에 대해꼭 한번 알아보시고 여행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와 식당 숙소에서 대학생을 위한 수많은 할인이 준비되어 있으니 효과적으로 활용하신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약상자에는 없는 약이 여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이 우리에게 가치 있는 것은 단순히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가보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세계를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환우 여러분 부디 당신의 신체적 문제로 인해 당신의 세상을 좁게 만들지 말길 바랍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체적 문제를 하나씩 안고 있고 또 안아가게 됩니다. 신체의 한계가 당신의 정신과 가치까지 한계 지을 순 없듯, 육체적 아픔으로 말미암아 당신의 가능성을 피어나지 못하게 막지 마십시오. 도전 해 보고 부딪쳐 보며 이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육체적 아픔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여러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