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조금만 더 관리를 잘할 걸>

 안녕하세요. 코헴지를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막상 글을 쓰려고 보니 다른 환우분들에게 정보가 될 수 있을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끄럽지만

저의 혈우병 진단, 수술과 관련한 경험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혈우병 진단을 받은 것은 30년 전입니다. 워낙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4살 여름

즈음에 시골에 가기 위해서 아버지와 선물을 사러 가다가 사고로 발뒤꿈치가 절단되었습니다. 급하게 목포에

있는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광주 전남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곳에서

수술을 받고 혈우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관리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놀다가 아프면 응고인자 맞고,

응고인자 맞고 나면 다시 상태가 좋아지니까 더 심하게 놀았던 것 같습니다. 뭐 중학생 때까지 그러기를 반복하다

가 왼쪽 무릎에 출혈이 심해져서 응고인자를 맞아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혈우재단 서울의원에까지 가서 검사를 받았고, “항체가 생겨서 지혈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해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때는 서울이 집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

가까운 곳에 전남대병원이 있으니까 재단 선생님들 말을 안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조금

더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았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이후로 항체 보유자라서 응고인자를 맞아도 출혈이 제때 잡히지 않아서 활동하는 데도 조심하였는데, 그것과는

다르게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정형외과 검진 후 수술 결심>

 무릎은 10대 중반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서 그랬는지 별다른 치료방법은 없었습니다.

종종 정형외과 검진을 받으면서 응고인자를 맞았고 무릎이 많이 부으면 주사로 피를 뽑아냈던 게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무릎이 심하게 아프기 전에는 웬만한 통증이 있어도 참고 놀았는데, 그 이후로는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20대 중반 즈음에 혈우재단 광주의원이 생긴 이후로는 그곳에 가서 약처방과 물리치료를 받고 자가주사 교육도

받았습니다. 자가주사 전에는 주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거나 간호사인 작은어머니가 놔주시곤 하였는데 자가주

사를 배우고 나서는 제가 직접 응고인자를 투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저로서는 자가주사 덕분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복지관 간사로 잠깐 활동하다가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가서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 이후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였습니다. 이전 직장보다 몸은 편했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에 거의 10시

간 이상이다 보니 처음으로 허리와 고관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경우는 발목이나 무릎에 출혈이 생기

면 일단은 부어오르고 일상생활이 안 되었는데 고관절은 아파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통증 말고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부터는 무릎과 발목이 자주 부어서 그쪽에만 신경을 썼지, 고관절에는 신경을 전

혀 안 썼습니다. 고관절이라는 단어도 생소할 정도였습니다.

 30대에 접어든 후부터는 일상 활동을 하면 발목에 출혈이 나고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통증이 잘 잡히지 않아서

재단 광주의원 진용인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았습니다. 원래는 서울에 가서 발목하고

무릎만 검사를 받으려고 했는데 고관절도 같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고관절이 무릎, 발목보다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받기도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고관절은 아직까지 검사를 한 번도 안 받아봤는데, 처음 검사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라니, 그 말을

듣고 나서 허리나 고관절이 더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제 30대 초반인데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리고 집은 영암인데 유명철 교수님이 계시는 성남 정병원

까지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하나.. 처음에는 수술을 어디에서 받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광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을까 했지만 수술을 받는 것보다 수술 후에 재활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유명철 교

수님이 계시는 정병원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비록 집에서는 멀지만 수술 받은 후에도 코헴의 집에 머물며 매일 아

침마다 재단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정병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동시에 두 가지 수술, 예방의 중요성 깨달아>

 저는 왼쪽 발목 골극제거술과 왼쪽 고관절 인공관절술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두 가지 수술을 동시에 받아서 그런

지, 수술 후 빈혈이 생겨서 고생 좀 했습니다. 퇴원 후에는 약 한 달 정도 코헴의 집에 머무르면서 재활치료를 받

았습니다.

 재활 초기에는 주로 고관절치료에 집중했고, 4주 정도 후부터는 발목 재활에 신경 썼습니다. 5주쯤 지나고 나서

부터는 고관절 통증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6주째에 수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져서 코헴의 집에서 퇴

소하였습니다. 현재는 수술 때문에 다니던 직장은 포기하였고 1주일에 한 번씩 광주의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예전처럼 고관절에 힘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통증은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전에는 잠을

자도 통증 때문에 자주 깨곤 하였는데 지금은 그런 증상은 없어졌습니다.

 발목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수술 후 5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목발을 짚고 있습

니다. 물론 수술 후에는 출혈이나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수술을 통해 느낀 점은, 당연한 소리지만 예방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수술받기 전에는 유지요법

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수술을 받고나서 다른 환우분들이 규칙적으로 유지요법을 하시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유

지요법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만약에 제가 유지요법과 냉찜질, 온찜질 등을 열심히 했다면 수술까지는 안 받

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앞으로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한 후배분들 아직 자가주사나 유지요법을 하고 있

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