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환우 아버지입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열린 학교상담 부모교육 참석 후기를 전해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지난 2월초, 제 아이 덕분에 인연이 닿은 혈우재단 대구경북 지역 김영자 복지사님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할라카는데 금요일, 토요일 중 어느 날이 좋은교?” “네, 토요일이 좋습니다.” “그래요? 그라믄 토요일에

교육일정 함 잡아보께”

얼마전 환우 모임에서 뵙게 된 복지사님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말씀드렸더니 교육을 준비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중증 혈우 환우입니다. 어렸을 때 늘 몸에 멍이 많아서 주위에서는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저희 부부를 보곤 했었습니다. 생후 9개월쯤 중이염으로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던 중 귀에 상처가 생겼는데

출혈이 3일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병을 알게 되었고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가끔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주저하지 않고 뛰어 내리는 것을 보면

‘우리 애도 학교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저렇게 놀 텐데’ 라는 걱정을 하곤 했습니다. 하루 종일 즐겁게 축구하는

아이들을 봐도 ‘우리 애도 저렇게 놀고 싶겠지’라는 생각에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이끌어줘야 할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어디 걱정이 그것뿐이겠습니까. 담임선생님께는 어떻게 말씀 드리는 게 좋을지, 친구들에게는 병을 알리는 것이

좋을지, 알린다면 어떻게 말할지.. 등등 궁금한 게 많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잠들 때까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를 가만히

생각해보고 있자니, ‘또래 아이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출혈도 빈번하게 발생하여서 마음 한켠이 무거웠던 차에 학교상담 부모교육이 열린다는 소식은

정말 반갑게 들렸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한 교육 장소에는 몇몇 부지런한 어머님들이 이미 먼저 자리하고 계셨습니다. 잠시 후 혈우

재단 김윤정 사회복지사님과 재단의원 최진영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환우 행사 때마다 종종 뵈었던 분들이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은 준비해 오신 자료를 나눠주시고는 곧 교육을 시작하셨는데, 많은 부모들이 궁금해 하고 있던

부분들 외의 내용도 아주 세세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보인자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변담 시 가져야 할 부모의 태도에 관한 교육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염려하는 마음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혈우병에 대해 설명한다면 그러한 마음이

담임선생님께도 그대로 전달되어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마음속에서부터 혈우병은 관리만 잘 해준다면

문제가 되지 않고 일반 아이들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때에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아이와 대화할

때에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아이에게 전달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혈우병을 큰 문제라고 생각하여 주눅이 든 상태에서 아이에게 말하면 그 감정을 아이가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혈우 환우의 어머님이기도 한 김영자 복지사님이 자신의 경험을 들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보다 어려웠던 시절 열심히 혈우병과 싸우고 자녀를 돌봐온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날의 환우

부모들이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부모교육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익한 교육을 준비해주신 혈우재단 관계자 분들과

각처에서 환우들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