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 치료의 꿈과 대학생활

저는 대학교 14학번으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데는

계기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혈우병 때문에 자주 병원에 입원을 했던 저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다음에 커서 유전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한 가지 목표를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전병 연구와 관련이 깊은 생명공학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하루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매일 아침 일찍 강의를 듣고, 강의가 끝나면 공강시간에 과제를

합니다. 가끔 조별발표가 있는 날에는 같은 조 친구들과 카페에 모여 토론을 합니다. 그런 게 하나도 없을 때는

밥을 먹지요. 이게 보통 오전까지의 저의 일과입니다. 강의는 오후에도 계속됩니다.

오전과 다른 게 있다면 실험수업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해부실험이나 화학실험이 있는 날이면 밤 늦게나

되어서야 기숙사에 들어갑니다. 기숙사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빨래부터 합니다. 지하에 있는 빨래실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시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과제와 공부 때문에 마음 편하게

놀지 못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동기들을 만나 놀기도 하지만, 과제를 하고 나면 새벽 1시를 넘기는 날도

많습니다. 그래도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동아리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면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매일 아침 옷을 갈아입을 때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옷장을 열어보면 대충 걸어놓은 옷가지들이 한가득입

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부모님께서 옷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주셨는데. 생각해보면 혼자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만 주의하면 즐겁게 대학생활 할 수 있어

아마 대학 입학을 앞두고 걱정하시는 환우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주의사항들은 있습니다. 먼저 술입니다. 술은 반드시 자기 주량에 맞게 드셔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술자리에 가시면 안 됩니다. 둘째 아무리 바빠도 유지요법은 철저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에서는 모든 활동이 자율적으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행여나 출혈 때문에 몸이

아프더라도 보호해주거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도 대학 입학 초기 유지요법을 소홀히 해서 수업을

통째로 쉬었던 날도 있습니다.

대학교에서는 공부와 건강만큼이나 친구관계도 중요합니다. 저는 친구관계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입학 후 다양한 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갔더니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요즘도 친구들과 당구장, PC방에도 가고, 술도 마시러 가고,

자취방에 가서 스포츠경기도 보는 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공부할 때가 제일 뿌듯합니다.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전학에

대해서 공부할 때가 제일 흥미롭습니다. 유전병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내용들을 공부할 때면

‘얼른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부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하자

공부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 공부에는 특별한 방법이나 요령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

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공부에만 집중했습니다.

저는 항상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하자’라는 마인드로 공부했습니다. 같은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더라도

집중력 있게 공부하는 사람일수록 성적이 좋은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또한 공부를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 동안 꾸준히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장시간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다보면 혈우병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입니다. 대부분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있다 보면 운동할 시간이 줄어들고 유지요법에도 소홀하게 되는데, 저는 오히려 유지요법을

너무 철저히 해서 입원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시간을 공부하면 반드시 10분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공부와 건강관리 모두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 스트레칭을 통해

뻐근해진 몸을 풀어줬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확실히 공부도 잘 됐던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새내기기 되길

올해 대학에 입학한 환우들은 가능하다면 오리엔테이션, 과행사 등에 빠지지 말고 참석할 것을 권합니다.

물론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로 모임을 좋아하면 안 되겠지만, 대개 그러한 모임은 매년 학기초에 한 번 있습니다.

많아야 두 번입니다. 때문에 그런 자리에서 동기, 선배들과 친해지면 학교생활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1학년 때는 동아리활동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대학생활을 할수록 취미가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동아리는 취미와 친구를 찾을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다만 운동하는

동아리에 들어간다면 늘 유지요법에 신경쓰시면서 관리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 선후배 관계입니다. 선후배 관계는 대부분 후배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후배가 먼저 다가갈수록 선배는 잘해주게 되어 있습니다. ‘선배는 무섭다’는 편견이 있는데, 모든

선배들이 엄하고 무서운 건 아닙니다. 후배의 문자메시지 하나에 밥을 사주고 싶은 게 선배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항상 친근하게 먼저 연락하는 후배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발표수업을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살면서 발표를 한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처음이 어렵지, 자꾸 발표를 하다 보면 그 다음부터는

무섭지 않을 겁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자신감 있게 발표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해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환우분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결코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절대 자기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학에 1~2년 늦게 들어간다고 해서 뒤처지거나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출발을 하기 위해서 1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목표만을 향해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재수를 한다는 건 정말 용기있는 선택입니다.

절대 기죽지 마시고, 후회없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