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간호사의 삶

사람들이 “무슨 일 하세요?”, “직업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간호사라고 답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의아해하기도 하고, 조금 놀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간호사라는 직업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적합하다는 기존 관념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전부터 사람들에게 “남자인데 간호사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왜 남자 간호사를 하게 되었어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너 커서 뭐 될래?”라는 질문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요즘에도 어린 아이들이

쉽게 듣는, 아주 흔한 질문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에 대해 나름대로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보다 꿈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질문을 올렸습니다. ‘남자 간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 이 질문만 올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그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도 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러 정보를 구하고, 남자간호사 카페에도 가입하여

이것저것 스크랩했습니다.

공부할 것도 많고, 업무량도 많고

그렇게 이것저것 알아보고 고민하면서 저는 정말로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날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이 막연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이 된 것이었습니다.

남자로서 간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병원신세를 자주 져왔던 저에게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매우 고마운 분들로 남아 있습니다.

병원에 있으면 늘 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하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간호사 선생님들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렇게 간호사라는 직업은 자연스럽게 장래희망으로 이어져,

오늘날 그 꿈의 절반 정도는 이룬 것 같습니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간호사가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어느 대학이든 간호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하면

간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남자로서 간호학과에 들어가 졸업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졸업만 하면 취업하기 좋은 직업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간호학과의 공부량은 정말 막대합니다. 기본간호학, 아동간호학, 모성간호학, 성인간호학,

지역사회간호학, 노인간호, 응급간호, 간호학개론, 간호 의사소통, 간호 정보항, 윤리학, 해부학, 생리학,

의료법규까지. 공부해야할 내용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병원실습을 1000시간 이상 해야 합니다. 저도 거의 방학을 반납한 채 병원에 실습을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그 과정을 모두 거쳐와서 간호사가 되었습니다만, 앞서 언급해드렸던 것처럼

업무량도 상당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수술실 특성상 상주근무를 해야 하고,

보통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야 퇴근합니다.

또한 제가 일하는 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라 종종 중한 응급수술을 해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밤 10시를 넘겨서 퇴근하기도 합니다.

혈우 환우로서 간호사로 살아간다는 것

지금은 간호사의 꿈을 이뤘지만, 취업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냥 정상인도 하기 힘든 직업이

간호사인데, 혈우병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아픈 누군가를 간호해야 한다는 게 더 힘들 거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도 교수님들이 늘 “간호사는 일단 건강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병원 입사원서를 쓰기 시작할 때쯤에는 담당교수님이 저를 부르셔서 혈우병 환자로서 간호사를 할 수 있게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습니다. 제 꿈을 만류하는 듯한 말씀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저는 할 수 있으니 원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간호사가 되었고, 제가 알기로는 당시 같이 졸업한 간호학과 학생들

300명 가운데 가장 먼저 취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 외에도 주변에서 간호사하는 것을 만류했지만,

지금은 보란 듯이 반 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고, 혈우병 때문에 결근하거나 조퇴한 적도 없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혈우 환자들에게 유지요법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늘 유지요법을 철저히 하고,

외출할 때는 약과 보호대, 붕대를 꼭 챙깁니다. 또한 몸이 아플 때는 최대한 빨리 응고인자를 맞고

RICE요법을 실시합니다.

RICE요법은 아픈 부위를 안정(Rest)시키고, 냉찜질(Ice)을 하며, 적당히 압박하고(Compression)

심장 위로 올리는(Elevation) 것을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지만 당장의 위급상황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을 하시거나 취업 준비중이라 바쁜 환우분들께서도 평소에 자가관리와 유지요법을 철저히 하셔서

건강하고 즐겁게 꿈을 이루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