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선생님을 꿈꾸는 제주도 청년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올해로 스무살이 된 환우입니다.

제 꿈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사회선생님이 되는 것인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OO대학교 사회교육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혈우병 환우인 데다

비만이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교생활에 임했습니다. 몸이 불편한데도 뭐든지 열심히 하려하는

저를 보고 담임선생님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친구들과 다양한 학교 행사에 참여하며 어울렸고, 그럴수록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공부에도 점점 욕심이 생겼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도 올랐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눈앞에 성적에 연연할 게 아니라 수능이라는 높은 산을 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국연합을 비롯한 각종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였습니다. 특히 많은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에 강점을 보였습니다.

담임선생님과 구체적으로 진로를 의논하면서, ‘나도 담임선생님처럼 자신감이 부족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를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선생님이 되고자

사범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사범대는 대개 경쟁이 치열했고, 합격을 위해서는 성적을

더 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를 채찍질해가며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자가주사를 못해서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출혈이 나면

바로 병원을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을 가면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습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유지요법이나 자가주사를 하지 않고 출혈이 있을 때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병원은 집과 학교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한번 다녀오면 공부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고3때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면서 발목 출혈이 잦아졌습니다. 때문에 공부시간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

육체적 피로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 다녀온 후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수밖에.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주말이면 가장 먼저 등교하여 자습을 했고,

평일이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남아 야간자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일 내가 자가주사나 유지요법

둘 중 하나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시간을 많이 소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하지 못 할 건 없다

저는 대학교에 농어촌전형과 교과전형으로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 합격했습니다.

교과전형의 경우 내신이 70%, 면접이 30% 비율로 반영되는데, 다행히도 대부분 과목에서 내신 1등급을

유지하여 당당히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면접이었습니다. 우선 면접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준비도 잘 안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면접에서도 예상했던 문제들이 출제되어

긴장한 것에 비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농어촌전형의 경우 면접은 없지만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이 합격 여부를 결정합니다.

자기소개서는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 작성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저의 꿈과 전공과 관련한 경험들을

잘 엮어서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지만, 수험생들은 수능 전에 준비해야할 게 너무나 많습니다.

이는 엄청난 부담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하지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부딪혀야 한다면 철저한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생활을 긍정적으로

해야 합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도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했던 것이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합격한 사회교육학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비판적 사고력 및

교사로서의 자질을 공부하는 학과입니다. 저는 지리와 일반사회를 좋아하는데, 앞으로 펼쳐질 통합의

시대에서는 지리와 일반사회, 역사 모두 다루는 사회교육학과에서 공부하는 게 가장 좋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행복할까

개강하면 저는 제주도를 떠나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걱정이 많습니다.

자가주사를 못해서 제주도에서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병원을 다녔는데, 이제는 낯선 환경에서 혼자 지내며

병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부모님이 챙겨주실 수는 없는 법이고, 이제는 혼자서

해결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제 스스로를 다잡아간다면

어느새 선생님이 되어 저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을 보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이 많은 수험생 환우분들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꿈의 중요성입니다.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꿈을 갖는 것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꿈 없이 막연하게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목표 없이 공부만 하면 공부에 흥미도,

의욕도 안 생깁니다.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가장 행복할까’,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고3 수험생활은 정말 힘듭니다. 몸이 아픈 것도 문제지만 심리적인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능은 한마디로 정신력 싸움입니다.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공부는 너무 부족한 것 같고,

자기는 뒤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말입니다.

많은 수험생 환우분들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단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재단에서 세심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환우들을 도와준다는 것이

삶에서 든든함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저희 환우들이 살아가면서 제도적으로나 의료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꿈을 잃지 않도록 많은 지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 또한 미래에 환우들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