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5살 혈우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생후 17개월에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자주 넘어졌고,

걷다가 넘어지면 곧잘 멍이 들곤 했습니다. 영유아검진 결과 대근육 0%로, 다리에 힘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 외에는 건강한 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아이가 갑자기 혈변을 봐서 아동병원에 갔더니 피검사를 하자고 했고, 검사 결과

혈액 응고인자 수치가 정상에 반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대학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대학병원에 도착하여 급히 수혈을 받고 여러 가지 검사도 받았습니다. 위내시경 결과 목젖 뒤에

혈종이, 머리 MRI 결과 소뇌와 머리뼈사이에 3cm 가량의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시작했고

병원에서는 혈변의 원인이 혈종인지 종양인지 알 수는 없다고 했지만 당장 종양과 혈종을 제거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갔습니다. 종양은 수술을 받아 제거하였고 혈종은 이후로 거의 자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수술한 지 4일 정도 지나자 수술 부위가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피가 조금씩 나왔습니다. 병원에서는

두피를 열어 피만 닦아내야 되겠다며, 1시간 정도면 끝나는 수술이니 시행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수술은 끝나지 않았고, 3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수술이 끝났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온 아이는 피주머니를

단 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보통은 수술 후 피가 스며드는 게 정상인데, 우리아이는 피가 고여 있다가 두피로 흘러 나온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하여 몇 가지 검사를 다시 했습니다. 검사 결과 며칠 전 제거한 종양은

육종이 아닌 피덩어리였고, 우리 아이가 9인자 혈우병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빨리 응고인자를 맞아야 했습니

다. 하지만 병원엔 응고인자가 없었습니다. 이런 대형병원에 혈우병 약이 없다니.. 저는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할 뿐이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서야 훽나인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설명이나

정보도 얻지 못하고 퇴원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시댁에 머물면서 인터넷으로 혈우재단을 알게 되었고, 그길로 재단으로 달려갔습니다.

처음 방문한 혈우재단에서 혈우병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점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이미 오른쪽 무릎은

관절출혈로 많이 부어 있는 상태인데 깁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등 설명을 들었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다만 일주일에 두 번은 주사를 맞아야 하고 많이 아프면 깁스를 해야 한다는, 이 두 가지 말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앞으로 닥칠 일들이 너무나도 무섭게만 느껴졌습니다.

서울에서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와, 재단 부산의원에 방문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울고불고 했지만,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이를 달래가며 주사를 놔주셔서,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씩 주사도 잘 맞고 있습니다. 처음엔 많이

무서워했던 아이도 매번 걱정해주시고 달래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인지, 요즘에는 의원에도 곧잘 걸어서 들어가고

물리치료도 잘 받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도 많이 안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의원에 갈 때마다 선생님들께 여쭤보고 책도 읽어보니,

조금씩 혈우병에 대해 알게 되었고 처음 상담받았을 때 들은 내용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혈우재단이 부산백병원에서 신환자 교육을 실시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망설였습

니다. 맨 처음 종양 수술차 방문했던 대형병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대형병원에서도 혈우병에 대해 잘 모르고,

약도 없었는데 큰 도움이 되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재단에서 주말까지 반납하고 마련해준 자리라고 생각하니,

참석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신환자 교육은 제 예상과는 달리 정말 유익했습니다. 박지경 교수님과 재단 검사실 선생님의 전문적인 강의를

들으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들어도 잘 몰랐던 유전자 검사에 대해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혈우 어머니의 경험담을 듣고 나니 우리 아이도 보통 아이처럼 잘

키울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부모교육을 비롯해 재단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석하다 보면 자가주사도 배우고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친절하고 가족처럼 같이 걱정해주는 재단이 있어서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