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생 혈우 환우의 아빠입니다. 저는 지난 2016년 6월 서울에서 열린

혈우재단 혈우병세미나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사실 세미나가 열린 날 아이가 체험학습을 가기로 했었는데, 세미나 소식을 듣고 아이와 가족을 설득하여

주저 없이 세미나 장으로 갔습니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나눠주신 교재를 보다보니 한 분 한 분 낯익은

분들이 오셔서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도 혈우병치료제에 대한 기대를 하며 듣고 있었는데 첫 순서부터 무척 흥미로운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아이에게 처음으로 혈우병 판정을 하신 인하대병원의 김순기 교수님께서 '유지요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제를 갖고 발표하신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4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왔는데, 이런 격한 운동이 환우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위험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김순기 교수님의 적절한 관리를 한다면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제약은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말씀에 안도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다른 환우 아버지의 말씀은 혈우환우를 자녀로 둔 부모의 입장을 두루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어져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듣는 내내 저희 가족의 일인 것 같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고, 더불어

철저하게 유지요법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다음은 목암연구소의 황성호 박사님의 주제발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이 많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을 통해 향후에는 롱액팅 제제가

나올 것이라는 말씀에 모든 것이 이해되는 듯 했습니다.

사실 혈우병에 대한 궁극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차선책으로는 롱액팅 제제의

출현이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일주일에 기본 2~3회를 투여하기에 롱액팅 제제가 나와

한 달에 한 번 아니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해도 된다면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주사를 맞는 것이 익숙해졌다고 하나 그래도 주사를 맞은 자국이 남고 밴드를 붙이고 학교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 빨리 좋은 치료제가 나오기를 희망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진 혈우환우의 재활치료는 아직 아이가 입원해 본적이 없다보니 바로 와 닿지는 않았지만 향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재활치료에 대해 알아 둘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혈우환우의 심리적 건강관리에 대한 발표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이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고민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린아이가 느낄 수

있는 혈우병 환우로서의 심리를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주제발표를 듣는 내내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 다 너를 위한 거다’라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겁니다. 

아이가 놀다 다쳐서 왔을 때는 화가 난 마음에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심한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의 얼굴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세미나 후에 맛있는 저녁까지 먹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이러한 세미나, 교육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노력해주신 발표자분들, 재단 관계자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들 드립니다.

부탁이 있다면, 다음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계신 환우들을 위해서도 자리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미나에는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강의에 조금 더 긴 시간을 할애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아이의 얼굴을 저녁에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는 행복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