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 현재를 있게 한 힘>

안녕하세요, 환우 가족 여러분. 저는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환우입니다. 이렇게 혈우재단 소식지를 빌어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갑게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환우분들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어려움과 한계를 느끼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현재는 그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미디어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할 만큼 업무량이 많지만, 그래도 매 순간을

즐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신체적 한계도 적절하게 조절해나가면서 일하고 있고, 조금 여유가 생길

때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가까운 교외로 나가 휴식을 즐기다 오고는 합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사업가가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만, 진짜로 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은 기회가 찾아와서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동안 갖은

우여곡절을 이겨내어 왔습니다.

저의 첫 직장은 한 유명 인터넷기업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마케팅담당로 근무하며 자연스럽게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짧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습니다.

교육대학원을 나와서 교사자격증을 따고 사회과목을 맡았었습니다. 한 번은 한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데뷔한 적도

있습니다. 평소 발표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도전한 직업이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모든 게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경험은 저를 단단하게 해주었습니다.

각각의 경험들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모든

경험과 연결되어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혈우병은 저를 참 힘들게 했습니다. 신체적 고통과 체력적 한계는 늘

발목을 잡았습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소, 근력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늘 출혈이 문제가 되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틈틈이 운동에 매진했고 긍정적인 마인들을 갖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육체는 정신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건강에 유의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돈이 들더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출혈은 보다 쉽고 사소한

것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어린 시절, 도움의 중요성>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주변에서 배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환경 탓인지 자기중심적인 성향도

어느 정도 생겨났지만, 그보다는 제 스스로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저를

방목형으로 양육하여 제가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성적은 그냥 평범한 편이었습니다. 저는 늘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혈우 환우로서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건강관리에 있어서만큼은

과할 정도로 예민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초등학생 4학년 무렵의 어느 날입니다. 그날따라 출혈이 심해 고통스러웠는데,

하필이면 부모님도 일하러 나가셔서 집에 혼자 있던 날이었습니다. 스스로 주사를 놓지는 못하였고 통신 수단도

발달하지 않아 10시간 이상 집에서 혼자 출혈의 고통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계속 아파서 울부짖던 중에 마침

이웃집에서 저를 발견하여서 위급한 상황은 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은 주변에 제가 아픈 것을 자주

말씀하시곤 하였는데, 아마도 그때 제 사정을 아셨던 분들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제게 한 가지 교훈을 알려줬습니다. 바로 도움의 중요성입니다. 신체적 고통 속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은 정말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취업과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체적 한계는 분명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제한적입니다. 모든 일을 할 때는 신체적 문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국가가 지원하는 여러 혜택을 조금 더 부지런히 찾아봐야 합니다.

부모님들 역시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스스로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체적 한계는 장애가 아니라 불편일 뿐이며, 이러한 아픔은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해버리면 그 순간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며 아픔은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립하고 조직생활을 통해 사회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이후에는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 독립적으로 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재단은 좋은 울타리, 정보전달을 조금 더 강화했으면>

제게 재단은 언제다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어려울 때와 위급할 때마다 도움을 받았으며 항상 환우를 위해

노력하는 좋은 기관이었습니다. 환우들이 지금 건강한 삶,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재단의 도움이

컸으며, 우리는 재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매우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 우리가 맞는 약도 공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단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매우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를 돕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단에 바라는 점은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캠페인들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정책과 혜택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특히 환우들은 일상과 직장생활 등 개인적인 상황에서 신체적인 한계도

극복해야 하는, 버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환우를 위한 정보 전달에 집중하면 더 나은

모습들로 일상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지금도 저는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살아야하지만

지금 순간에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집중하려 합니다. 미래에 제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어떤 삶을 살지도 모른 채 미래만 바라보며 현재의 불편을 감수하고 산다면 정말 암울할 것입니다. 그렇게 현재

가장 좋은, 하고 싶은 삶을 살고,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한다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환우여러분 모두 스스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잠시

불편할 뿐, 결코 불리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