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육 강의를 듣고

○○이는 서울 재단의원을 이용하다가 부산으로 이사 온 뒤 늘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부산의원 선생님들 덕분에 큰 출혈 없이 지내는 것 같아 고마웠는데, 이번에는 부모교육까지 시켜 주신다고 하셔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강한 아이로 자랄까 고민하는 부모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부모교육에 참석한 날, 항상 좋은 정보를 주시고, ‘어떻게 하면 환우를 더 잘 도와 줄 수 있을까?’ 애쓰시는 복지사 선생님, 초면이라도 “그 집 아이는 몇 인자에요?” 라는 질문 하나면 금새 마음을 열고 편안해 지는 환우 엄마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두 시간여는 20분 같이 빨리 지나갔다. 때론 그 공통점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 공통점 때문에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경남지역의 환우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모두 참석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바쁜 생활을 하고 있기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넉넉한 미소가 아름다우신 김민정 강사님의 좋은 말씀들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첫째, 정서는 전염성이 강하다.
옆의 사람이 깔깔깔 웃으면 그 이유를 몰라도 따라서 웃게 되듯이 엄마의 불안한 감정도 금방 아이에게 전달된다. 우리 엄마들은 ‘저렇게 뛰면 다칠 텐데…’, ‘출혈이 되면 어떻게 하나…’ 늘 불안하기 쉽다. 아이는 표현은 안 해도 엄마의 불안을 같이 느끼고 있다. 그러므로 엄마는 의식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갖고, 당당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에 있어서 자신감을 갖고,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자기 효능감이 충만한 아이로 생활할 수 있다. 어린 아이일수록 타인의 행동을 습자지처럼 빨아들이는데, 엄마와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서로 감정을 나누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엄마의 행동은 아이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때가 되면 아이들을 놓아주자.
아이들은 엄마와 한 몸과 같은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반항하고, 거부하는 사춘기를 거치며 점차 엄마로부터 분리되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내 품에서 노는 아이가 당연한 거고, 청소년기가 되면서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아이들도 반항이라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색깔’을 갖고 완전한 독립체로 분리될 수 있도록 엄마는 놓아주는 연습을 해 나가야한다. 즉, 사랑하는 방법에는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주는 것도 있지만, 조절해 나갈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좋은 교육 내용이 많았지만, 위의 두 가지 내용만이라도 실천하면서 생활한다면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가까이 있을 것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엄마들이 생활 중에 겪은 어려움과 고민을 이야기해 보는 나눔의 시간이 있었다. 주사 맞기 힘들어 하는 어린아이 엄마들에게는 내 경험을 살려, 같은 환우 친구를 만들어 주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었다. “너만 주사 맞는거 아니야. 지난번 캠프에서 같이 놀았던 00도 주사 씩씩하게 맞는데….” 하면 아이가 잘 이해했다. 그래서 코헴 모임이나 지역 소모임 참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의 경우는 지금까지 출혈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주위에 혈우병이라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 그 때문인지, 어느 날 친척이 집에 와 있을 때는 숨어서 주사를 맞으려고 하는 걸 보고, 아이가 자신의 병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이 역시 선배맘들의 조언대로, “주사 맞는 것이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남들은 주사를 아프게 생각해서 많이 걱정하니깐 말 안 하는 것뿐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병을 가지고 있고,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이렇게 엄마들이 생활에서 겪은 어려움, 궁금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함께 나누면서 생각할 때 더 좋은 부모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런 부모 교육은 나를 뒤돌아보게 하였고, 더 행복한 육아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번 부모 교육을 통해 나를 뒤돌아보고, 더 행복한 육아를 위해 꼭 필요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고, 서울에서 먼 길 와 주신 강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