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올해로 30년째. 이OO 환우(55세)는 대구의 한 자동차금형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금형은 자동차 제조 쪽에서도 업무강도가 세기로 유명해서 웬만한 20대 남자들도 꺼리는 업종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매일 20-30kg 되는 부품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 무릎 쪽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뭐, 워낙 오랫동안 이 일을 해서 그런지 요즘엔 힘든 걸 모르겠습니다”

풍채만큼이나 듬직한 그의 답변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계속 힘듭니다. 힘들지 않은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만약 ‘이 나이에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돼?’라고 생각하면 일을 할 수가 없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이 즐거울 수밖에요”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 환우는 구직중인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무작정 취업을 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시작했다면, 그것이 일이든 공부든 끝까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언젠가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혈우병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전OO 환우(55세)는 대학교 교수이다. 후학을 양성한 세월만 20여년. 30대에 처음으로 대학 강단에 선 이후로 지금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전 환우는 주위에 혈우병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때문에 제자들은 그가 혈우병 환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제가 혈우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혈우병이 부끄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혈우병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교수로서 강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50대 중반. 정년이 딱 10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전 환우의 마음은 여느 20대 못지 않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쳐서 제자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밥도 많이 사주고 학회도 자주 보내줘야겠지요.(웃음)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최OO 환우(66세)는 가전제품 재활용 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웬만한 가전제품은 직접 수리한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째에 접어들었다. “워낙 오랫동안 이 일만 해 와서 그런지 힘들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별다른 계획이나, 각오도 없어요. 그 정도로 이 일을 제 삶의 일부로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오랜 세월 공구를 만져왔기 때문인지, 손에는 온통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최 환우에게 이 정도 상처는 일상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치과에 갈 일이 많아져서 그게 신경쓰인다고. “치과에 다녀올 때마다 혈우병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더 늙어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일하고 싶거든요”

무엇이 그를 이처럼 건강하게 살게 만든 걸까. 최 환우는 그 비결로 즐거움을 꼽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입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당연히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