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께 제 삶을 말씀드리기 전에 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변리사란 쉽게 말해서 ‘이익을 변호하는 사람’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특허, 상표 등 지적재산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두고 경쟁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것도 변리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변리사를 꿈꿨던 건 아닙니다. 대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대한고민이 커져갈 때쯤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같은 혈우 환자들은 건강관리까지 할 수 있는 직장을 다녀야 하는데, 일반 기업에서는 건강을 관리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또한 제 적성에도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적성과 전공, 취업 후의 삶까지 고민한 끝에 변리사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딱 3년만 해보자

처음 변리사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딱 3년만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시에 합격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취업난은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길게 볼 수 없었습니다. 공부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혈우병 관리도 스트레스였습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공부만 하다 보니 체중도 늘고 관절에 무리가 왔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었습니다. 결국 처음 계획했던 3년이란 기한은 점차 해를 넘겨 5년 동안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고시원에서 보내고 난 후에야 스트레스와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고시생활에도 적응했고, 공부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압박감보다는 여유를 갖고 적절히 스트레스도 관리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스스로 시간 관리만 잘 하면 고시 생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가 안 될 때는 영화도 보고, 휴식도 취했습니다. 틈틈이 등산을 다니며 체중 관리도 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공부가 더 잘 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시간은 전보다 줄었지만 효율성은 더 좋아진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한 결과, 변리사 결심 5년 만인 작년 11월에 드디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보다 값진 동아리 활동

저는 대학교에서 AIESEC(아이섹)이라는 ‘국제 리더십 학생 협회’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AIESEC은 전세계 1,700여개 대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국제 동아리인데, 저는 이 동아리를 통해 해외 학회에도 자주 참석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활동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 전공인 전자전기통신과 관련한 이공계적 역량 외에 마케팅 및 영업 스킬, 사람을 사귀는 노하우 등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이공계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변리사는 기본적으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과 만나 상담하고 소송 관련 업무도 하기 때문에 문과적 성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해외 대학생과 만나 교류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이 제게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구분이 필요

변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확실한 계획과 준비 없이 무턱대고 변리사 시험에 도전하는 태도는 지양했으면 합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변리사에 대해 호평일색인 뉴스만 보고 변리사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면 실망할 거라는 것입니다. 대부분 높은 연봉 때문에 변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언론에서 보도된 것만큼의 연봉을 받지는 않습니다. 물론 여타 일반 직무에 비해서는 연봉이 높은 편이긴 합니다만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끝으로 공무원 시험을 비롯하여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환우 여러분들께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무원은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고 있는 만큼 좋은 진로입니다. 특히 건강관리가 중요한 혈우 환우들에게는 더욱 적합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많이들 하니까’, ‘몸이 아프니까 공무원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먼저, 하고 싶은 일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한 후에 자신의 적성과 환경, 건강관리, 취업후의 생활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할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시작한 계획이라면 단기적인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끈기 있게 밀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찾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