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환우입니다. 제 글이 사회복지 분야나 유사 공무원 쪽으로 진로를 정하신

환우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에 나오는 업무의 내용, 특성, 느낌 등은 어디까지나 서울시 위탁복지관/이용시설을 기준으로 하여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근무지의 규모와 유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사회복지사란 어떤 직업일까>

저는 현재 사회복지사로 8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일을 시작한 지는 11년째인데,

그중에서 3년은 구청, 8년은 복지관(이용시설), 지금은 법인 인사발령을 받아 3월부터 전문요양센터(생활시설)

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시는 부분들이 있는데, 몇 가지를

추려서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첫째 사회복지사는 공무원이다?

사회복지사는 공무원이 아닙니다. 서울시에 위탁을 받은 사회복지법인이 운영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일했던 기관유형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과거 3년에 한 번씩 서울시 위탁과 관련된 평가를 통과해야만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부터는 5년으로 연장되어 직원들 사이에는 5년 계약직이라는 농담을 하곤 합니다.

둘째 월급은 얼마나 받나?

일반 사회복지사의 보수는 9급 공무원과 비슷합니다. 최근 몇 년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등 각종 단체의

노력으로 서울시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조례가 통과되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보수수준의 급여로 거의 맞춰지고

있습니다. 다만 급여체계가 보건복지가족부, 건강가정지원, 다문화가족지원 등등 시행 부처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현재 급여체계의 일원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셋째 근무환경과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우선 제가 일했던 기관은 근무환경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는 극히 주관적이며, 각 기관별 편차가 심함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다만 업무량은 많습니다. 우선 사회복지업무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비스와 행정업무,

각종 행사들의 기획, 진행을 모두 맡아야 합니다. 제가 일했던 기관은 일일 평균 1,500명이 이용을 하고,

제가 담당하는 사업 이용인원만 약 900명 정도 되어습니다. 그 중 5%의 이용자가 저에게 5분씩만

문의를 하여도 거의 4시간은 행정 업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야근은 필수입니다. 기본적인 업무 외 추가로 각종 행사들과 각 기관들의 자료요구,

평가, 각종 감사 등등이 겹치게 되면 몇 달씩 연속으로 야근을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주말출근도 잦습니다.

넷째 사회복지사는 봉사심으로 하는 일인가?

처음에는 소명감, 사명감으로 시작을 하여도 그것만으로는 오랫동안 일하기 어렵습니다.

사회복지사라고 해서 모두 착하고, 봉사정신으로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상처받고,

울컥할 때도 많습니다. 만약 봉사라면 그런 어려움 속에서 계속 해나갈 수 없겠지요?

하나의 전문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섯째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가?

위의 질문들에 답변을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대부분 보수는 적은데 일은 많아, 그래서 놀 시간도 없어,

민원은 많고 스트레스도 많아, 대우도 못 받으면서 왜 사회복지사를 하냐고 합니다.

지금도 종종 ‘아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해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것보다 긍정적인 피드백과, 보람이 어려운 더욱 크고, 저에게 힘이 되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있으면 사회복지사로 취업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최근 인터넷, 라디오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대해 광고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점은행제, 사이버/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이수한 후 자격증을 취득하여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사회복지사로 종사하는 인력이 70,0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에 대학교, 사이버,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가능 인원이

70,000명이 넘게 양성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운전면허 다음으로 많이 발급되는 자격증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 운전면허 1종보통 그리고 야근과

주말출근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타직종에서 사회복지쪽으로 은퇴, 명예퇴직, 경력단절 후 재취업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조금 더 꼼꼼하게 알아보고 취업을 준비할 것>

혈우병 환자로서 처음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정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계속 했습니다. 클라이언트나 업무 때문이 아닌 출혈 때문이다 보니 그 고민이 더 깊고 무거웠습니다.

사회복지계 특성상 여성의 비율이 높아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후원물품이 오면 대부분 남자 직원들이

처리를 하는데, 아프다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어 무척이나 고생했습니다.

특히 기업체들로부터 후원이나, 농산물 후원을 받아 20kg 쌀이 한가득 들어오거나, 무, 배추, 감자, 고구마가

산처럼 들어올 때는 유지요법을 해도 출혈로 몇 주씩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제는 승진도 하고

기관 특성상 대규모의 후원품을 받을 일이 없어서 한숨 돌렸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회복지사의 힘든 점만 이야기한 것 같아 취업을 준비 중이신 분들이나,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부정적인 이미지만 드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드리고자 하는 바는

단지 혈우병이라는 이유로, 안정적일 것 같다는 이유로, 업무 내용에 비해 직업의 전망이 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너무 섣불리 취업에 뛰어들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어느 직업이나 힘든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도 힘든 것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큰 보람과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를 비롯해서 희망하는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실 때는

보다 꼼꼼하게 따져보신 후에 철저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각자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환우 여러분 모두 더욱 건강하시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