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요법과 감량이 중요합니다”

“작년에 무릎 수술을 받고 재단의원 물리치료실에서 재활치료를 받는데, 10대인 아이가 다리가 불편한 거에요. 이렇게 약이 좋은데 말이죠. 부모가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꺼에요. 재단에서 이런 부분을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교육을 해줘야 합니다.” 인터뷰를 수락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김○○ 환우는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약이 좋잖아요. 약이 좋아서, 출혈이 되어도 약을 맞으면 지혈이 되잖아요. 그렇게 되니 젊은 사람들은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주사를 맞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깨달은 사람들은 조금 늦으면 그만큼 고생한다는 것을 알거든요.” 출혈이 되는 느낌이 있으면 바로 응고인자를 주사해서 출혈이 멎도록 해야 하는데, ‘괜찮겠지’, ‘집에 가서 맞지’ 하며 약 투여시기를 늦추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저는 스무살 때까지는 약이 전혀 없었어요. 7살부터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요. 게다가 안동에서는 출혈이 되어도 방법이 없으니 혈액을 수혈해 주는데 나중에는 지혈이 안되고 계속 출혈이 되더라구요.” 어릴 때 친구들과 축구도 하곤 했는데, 한번씩 출혈이 되면 고생이 심했다며, 혈장을 맞고 대구 경북대병원까지 가는 동안 무릎이 퉁퉁 부어올라. 병원에서 3~4개월씩 입원하기도 했고, 퇴원 후에도 무릎이 펴지지 않아, 붕대를 감고 나무를 지렛대 삼아 다리를 억지로 펴기도 했다고 한다.

‘몸이 굵은 편’이었다는 김○○ 씨는 그런 경험을 통해 몸이 뚱뚱하면 관절에 손상이 많이 되고 출혈 부위가 많아진다는 것을 깨닫고, 체중 조절의 필요성을 느껴 18살 이후로는 일부러 밥을 굶거나 조금 먹으면서 체중 조절에 신경 썼다고 한다. 그래도 스무살 때까지는 진통제를 달고 살다시피 했다고. “출혈이 되면 일주일에서 20일 정도 후유증이 남는 것 같아요. 출혈된 피가 몸속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그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흡수되면서 관절이 손상되죠. 그런데 출혈의 느낌이 있을 때 바로 주사를 하면 금방 지혈되는 것을 느낍니다. 관절의 부어오르는 느낌이 덜하면서 통증이 바로 가시는 것을 알 수 있죠.”

김○○ 씨는 출혈의 느낌이 있으면, 10분 이내에 주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응고인자 유지요법도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작년에 무릎 수술을 두 번 받은 후부터 유지요법을 해서 약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일주일에 2~3회 투여를 하는데 주로 저녁에 주사를 하죠. 우리 같은 환자들은 자면서도 출혈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잘 때는 출혈이 되었는지 모르니까 아침까지 대처를 못하기 쉽죠.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이 부어있고, 움질일 수 없는 상태가 되죠. 저녁에 약을 주사하면 자는 동안의 출혈을 막을 수 있어 좋아요.”
유지요법을 하기 전에는 출혈이 있을 때만 주사를 맞았다는 김○○ 씨는 그 마저도 봄, 가을에나 가능했고, 여름에는 바빠서 주사를 거의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출혈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지요법을 하니까 거의 출혈이 없는거에요. 출혈이 있어도 느낌이 왔을 때 바로 주사를 하면 곧 괜찮아지죠.”

모두 5천마리의 한우를 키운다는 김○○ 씨는 유지요법을 하면서 농사일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제 소는 얼마 안되고, 누님 소가 대부분이에요. 그것도 제가 돌보는 것은 1천두 정도이고, 20대인 아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도 있고, 기계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 그리 힘들지는 않아요. 출혈로 인한 통증이 없으니 이전 보다는 훨씬 좋죠.” ‘출혈 10분 이내 투여’를 강조하는 김○○ 씨는 농장에 약품을 비치해 두었다가 출혈의 느낌이 있으면 바로 주사를 한다고 한다. 또 농사일이 바쁠 때는 도저히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갈 여유가 없는데, 재단에서 실시하는 가정간호 덕분에 끊이지 않고 유지요법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농촌에서 힘닿는 한 계속 가축 키우면서 살고 싶다는 김○○ 씨는 건강관리를 위해 따로 하는 것은 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혈우병 약 이외의 다른 약은 전혀 쓰지 않는 건강한 몸이 되었다고 한다. “아침에 6시 반에 일어나는데 저녁에 예방을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좋습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김○○ 씨의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일까?
“지금 혈우병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좋은 약이 많이 있죠. 제가 어릴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약이 있어서 큰 바람은 없어요. 물론 고칠 수 있는 약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국가에서 도와줘서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 고맙습니다.”라며 이렇게 좋은 시기에 어린 환우들이 몸 관리를 잘해서 더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한다.
“저도 그랬지만 혈우 환우들은 어릴때 부모에 대한 한탄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또 무슨 잘못입니까? 부모님들도 역시 힘들죠. 하지만 환우들이 20대가 될 때까지는 부모가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챙겨줘야 합니다. 힘들지만, 자식을 만들려고 하면 어쩔 수 없어요. 그 후에는 자기 스스로 깨달아서 몸 관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할 수밖에 없죠.”

본인 역시 아들과 딸 남매를 두고 있다는 김○○ 씨는 아들이 동물을 좋아해 어릴 때부터 목장일을 돕고 있다며, ‘요즘은 아들이 다 한다’는 아들 자랑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성큼성큼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