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든지 자신감을 갖자

“비뇨기과 수술을 위주로 하는 병원이어서, 수술 시간 외에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여유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5년 경력의 간호조무사인 황○○ (27세) 환우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수술이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그 정도도 서있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였다. ○○ 씨는 의료행정학과를 졸업하였지만 원무직은 자리가 많지 않고, 급여도 적어 대학 때 취득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활용하여 취업하였다고 한다. 주로 하는 일은 비뇨기과 병원의 수술 보조로 다른 업무 보다는 급여도 조금 더 받는 편이라고 한다.

최근 병원에 남자 간호사나 간호보조사가 많이 보인다며 남자들에게 새로운 직종이 될 수도 있겠다고 묻자, 아직도 남성 간호조무사나 간호사의 영역이 넓지는 않다고 한다. “남성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수술을 하는 비뇨기과나 힘을 쓰는 일이 많은 정형외과 정도에 한정된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남자 직원들과 얘기를 해 보아도 일에 대한 전망이 나뉜다며, “어떤 분은 경력을 쌓아서 더 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급여가 많지 않아 후에 다른 직종을 찾으려 한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한다. “저도 더 나이가 들면 작은 매장이라도 직접 운영하였으면 합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간호조무사 취득을 위해 배울 때 혈우병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육체적인 어려움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버틸 수 있었고, 다른 환우들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환상을 갖지는 않았으면 해요.” ○○ 씨는 오히려 일할 때 보다는 입사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 면접을 볼 때 ‘혈우병이 있다’고 했는데 원장님이 실망한 표정을 짓더군요. 결국 그 곳에 취업이 안 되었죠. 그때 혈우병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정이 복받치더군요. 그 뒤에는 아예 이력서에 혈우병이 있는 것을 적었어요. 그런데 와서 일하라고 연락이 오더군요.” 한번은 다른 남자 직원들과는 달리 왜 예비군훈련을 가지 않느냐고 원장이 묻기에 ‘혈우병이 있어 예비군훈련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더니, ‘좋겠다’고 하였단다. “몇몇 직원들에게는 혈우병이 있는 것을 말했는데 어느 정도 이해해 주더군요. 제가 꾀를 부리거나 하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라며,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 것 보다는 사람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 많은 만큼 원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릴 때 게임을 좋아하여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 씨는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직이라기 보다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당연히 오는 환자들에게 잘 해줘야죠. 제가 짜증이 나는 일이 있어도 환자에게 그 짜증을 낼 수는 없으니, 마인드 컨트롤이 되기도 하죠.” 자신의 직업을 다른 환우에게 알리는 것보다 다른 환우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 씨는 “몸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직업 선택에 제약이 있다고 느끼지만, 다 힘들다고 하면 할 일이 없지 않은가?” 라며, “겁먹지 말고 부딪혀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 소극적인 성격이라고 말하는 ○○ 씨는 “그 성격이 원래 성격인지 병 때문이지 잘 모르겠다.” 면서 “유지요법을 할 수 있는 어린 친구들은 무엇을 하든지 우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