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안녕하십니까. 올해 초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100만원을 기부한 이후로 여러 곳에서 인터뷰 의뢰가 들어오고 있기는 한데, 사실 저는 제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기부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체적,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고 꿈을 이루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몸이 심하게 아파 결국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공부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편한 몸을 안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방 안에 누워서 하루 종일 라디오를 듣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름대로 글도 써보고 사연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사연이 당첨되어서 소정의 상품과 상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 소식을 듣고 여러 사람들이 연락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 거의 60세가 되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써주셨는데, 저 또한 어려운 분들을 위해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조그맣게 시작한 나눔이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내후동마을에 계신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고, 지역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장애인들을 위해 노트북, 컴퓨터, TV 등을 후원하고, 매월 생활비를 조금씩 쪼개서 가계가 어려운 대학생과 초등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가진 것의 일부를 떼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기까지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눔을 실천하고 나면 스스로 ‘옳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 한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은인

주변에서 제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28살 때 처음으로 혈우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당시에는 의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환우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상당이 컸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혜택도 많아지고 지원체계도 좋아져서 혈우 환우들도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그저 받은 만큼 조금씩 갚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 중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감사한 분이 계십니다. 15년쯤인가요. 그때만 해도 혈우병 환자에 대한 의료혜택이 없었습니다. 6개월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비만 수천만원이 나왔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돈이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 원무과에 갔는데 깜짝 놀랄 말을 들었습니다. 글쎄 원무과 직원이 34만원만 내고 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 착오가 생긴 것 같아서 재차 물어봤더니, 이번에도 34만원 내라고 했습니다. 이상한 마음에 알아봤더니 당시 군청에서 근무하시던 사회복지사님께서 저의 사정을 아시고 치료비를 부담해주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도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때가.

6월에 열릴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

요즘 저는 많은 것들을 하며 분주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을 돕기 위해 여러 사회복지기관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지체장애인협회 운영위원으로서 맡겨진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는 6월에 열릴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작년에 열렸던 대회에서는 게이트볼 대회에서 우승해서 전국대회에까지 나갔었는데, 올해에는 화훼장식 분야에 출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한창 꽃꽂이를 연습중입니다. 꽃꽂이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은데 열심히 연습해서 꼭 전국대회까지 나가보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봉사활동이 다른 많은 분들께 귀감이 되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기부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릴 때마다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지금 제가 소망해왔던 모든 것들을 다 이뤘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갈 수도 없는데 혈우재단에서 매달마다 오셔서 주사도 놔주시고, 의료비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고,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하고 있고, 조금이나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요즘에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다음달에 열릴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화훼장식 부문에서 1등을 하는 것입니다. 1등을 하면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도 나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불우이웃을 돕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제가 가진 재산이 많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을 돕지 못할 만큼 부족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남은 재산을 사회에 모두 기부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봉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 삶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