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증 혈우병A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30대 초반 환우입니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평소 같았으면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을 저는 학교가 아닌

차가운 병원 수술실에 누워 숫자를 세고 있었습니다.

작년 초부터 걷는 동안 왼쪽 무릎 안쪽에서 통증이 자주 느껴지고, 오래 걸으면 발을 내 딛을 때마다 통증이

지속됐습니다. 붓거나 출혈은 없었지만 통증이 계속돼서 걸음걸이도 고쳐 보고, 신발도 바꿔봤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왼쪽 발목의 출혈 횟수도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대부분의 출혈이 오른쪽 무릎에서 발생했고, 그로 인해 5년 전쯤 오른쪽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은 후로는 출혈도 멎고 꾸준히 예방요법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왼쪽 무릎에서

이런 통증이 오니까 너무나 속상했고, 짜증 아닌 짜증도 많이 내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신사진을 찍거나 거울 앞에 서면 왼쪽 다리만 눈에 띄게 안으로 휘어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또한 다리와 골반이 삐딱해져 양쪽 다리의 균형이 맞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게 휘어진 다리,

무릎 안쪽에서의 통증, 삐딱한 신체. 그제야 비로소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코헴회에 항상 멘토가 되어주는 형님과의 상담, 재단 물리치료선생님과의 상담, 재단 토요 정형외관진료,

그리고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관절경 수술을 했던 강동경희대병원에 갔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김강일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며 엑스레이를 통해 무릎 안쪽 사이가 좁게 맞닿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에는 아직 제 나이가 젊은 편이니, 근위경골절골술(‘오다리교정술’로 많이

불립니다.)을 제안하셨고, 저도 현재 제 무릎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터라

근위경골절골술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근위경골절골술은 무릎 아래 뼈를 잘라 발생한 공간에 골시멘트를 채운 후 지지대를 받침으로써

무릎 안쪽으로 갔던 다리의 중심을 무릎 가운데로 교정하는 수술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무릎 안쪽으로 향하는

힘을 분산시켜 무릎의 통증을 줄임으로써 관절을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도록 기간을 늘려줄 수 있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월 말 김강일 교수님의 집도하에 근위경골절골술과 관절경수술을 같이 받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뼈를 잘라서

교정을 해주는 수술이라 통증이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 수술 후에는 꽤 오래 통증이 지속됐고,

뼈가 붙을 때까지는 계속 침대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퇴원하기 며칠 전에 겨우 목발을 짚고 움직일 수 있었고,

수술한 다리에는 다리로 향하는 전체 힘의 30% 정도만 가도록 주의하며 생활했습니다.

퇴원 후에는 코헴의집에 입소했고, 매일 재단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뼈가 붙었고, 무릎각도를 늘리고 근육을 기르고자 열심히 물리치료와 근육운동을 병행했습니다.

수술만으로 바로 좋아진 거 같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근육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치료와 운동을 시작하면서 허벅지에 힘이 붙었고 통증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이틀에 한 번씩 한 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다리들기운동과 밴드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으로도 수술 전보다 무릎 상태가 많이 좋아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우분들 중 인공관절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강동경희대병원 의사선생님과

혈우재단 물리치료 선생님께서는 젊은 나이의 환우들은 운동과 치료, 예방요법을 통해 출혈과 관절상태를

관리함으로써 관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수술시기도 늦출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수술로 인해 비록 다리길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통증도 줄어들고 걸음걸이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 다리 근육이 생기는 즐거움도 알게 됐고 몸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를 그대로 놔둔다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면 고통은 줄어들고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나 환우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을 이어나가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