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 이야기

안녕하세요. 황□□, 황△△ 엄마인 이○○입니다. 저는 원래 ‘나이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필리핀 출신인 저는 필리핀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국제결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교회를 통해서 한국 남자 20명과 필리핀 여자 20명이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1998년에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살게 된 곳은 전라북도 장수라는 곳이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어떤 곳일까?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에 많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국에 오니 반갑게 맞아주어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생활한지 1년 만에 첫 아들인 제우를 낳았습니다. 낯선 한국에서의 출산이었고, 첫 아이라 많이 아팠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첫 아이가 18개월이 되었을 때 큰 병원에 데려갔는데 혈우병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고, 많이 울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4년 후에 낳은 둘째 아이도 같은 병에 걸렸습니다. 두 아이가 모두 병을 가지고 태어나 남편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장수를 떠나 경기도 안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첫째는 심장 수술과 잠복고환 수술을 받았고, 아이 아빠도 척추염으로 허리수술을 받았습니다.
고향 필리핀을 떠나 한국에 왔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아프게 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교회 목사님들과 신자들이 도움을 줘서 셋방을 구할 수 있었고, 혈우재단과 동사무소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통증을 약으로 견디던 남편은 더욱 상태가 나빠졌고, 혈우병과 심장병 등 병이 끊이지 않았던 첫째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계속 찾아와 주고 상담해 준 혈우재단 김윤정 선생님과 동사무소 직원, 교회 목사님과 신도들이 없었다면 우리가족에게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에 대한 믿음뿐이었습니다. 그 믿음으로 삶에 봉사하고 믿음을 지키며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신앙의 힘으로 지금까지 무엇을 하든 언제든지 항상 기뻐하는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16년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걱정스럽던 아이들도 커서 첫째가 벌써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더 많겠지만, 어릴 때 보다 좀 더 의젓해지고 믿음직스러운 아이들이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이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잘 꾸려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