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찾은 작은 꿈

안녕하세요. 저는 기계·금속공학을 전공한 저는 현재 특성화고(마이스터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교사를 꿈꿨던 건 아닙니다. 초등학교 5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은사님의 모습을 동경한 적은

있지만,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교사를 할 만큼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학창시절을 재미있게만 보냈습니다. 그러다 고3이 되던 해에 몸이 아파 서울에서

수술을 받고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입원을 하게 되니, 공부에 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결국 성적에 맞춰 부산의 한 지방 공대에 입학했습니다.이때부터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여유롭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 저는 열심히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활 4년간

정말 열심히 달렸습니다. 학점관리, 교직이수, 영어, 일본어, 공모전, 대외활동, 연구실, 각종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실습, 자격증, 특허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우물이 아니라 개구리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에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무작정 실행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도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

다.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지방대학교라는 ‘우물’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개구리’라는 것을.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는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회의주의적일지 몰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개구리로 태어났다면 개구리로서의 소임과 사명을 다 하고 최고의 개구리가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그렇게 조금씩 삶을 살아내고 버텨내면 언젠가는 고진감래를 느낄 것이고,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생은 보물찾기, 공감하는 멘토가 되고 싶어

저는 저처럼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멘토가 되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멘토링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입니다. 멘티들이 갖고 있는 어려운 가정환경, 성적문제, 진로문제 등에

공감하지 않는 한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멘티에게 ‘나는 성공했는데 너희는 왜 못 하니’라는

질책만 하며 좌절감만 안겨줄 것입니다. 앞으로의 교사는 지금까지의 교사와는 다를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여러 가지 길을 제시하며 인성적, 직업적, 교육적 역량을 제고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인재육성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생을 보물찾기라고 생각합니다. 보물찾기에서는 보물을 찾는 것보다 보물을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보물보다 더 값진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경험은 결국 보물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저는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과 같은 특정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학생들이 현실적인 안목에 근거하여 자신의 신념과 비전을 통해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는 거야

앞부분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기계·금속에 특화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기계쪽에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 정말 막막했습니다.

공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비싼 학원 수강료도 부담이었습니다. 일반교과가 아닌 전문교과이다 보니,

학원도 서울에 한 곳밖에 없었고 수강료도 굉장히 비쌌습니다. 그때 도움을 받은 곳이 바로 혈우재단이었습니다.

저는 혈우재단에 취업지원을 요청하여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재단으로부터 취업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임용에

합격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전보다는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밤마다 소주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할 자금을 만들었습니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갔습니다.피폐해진 멘탈로 혈우재단의원에 갈 때면 선생님들이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딱 1년만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야경주독을 시작했지만, 중간 중간 일반 기업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습니

다. 그러다 포스코, 삼성중공업, 한수원 등에 지원했지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부가 손에

잡힐 리 없었습니다. 공부에 자신감은 떨어지고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그냥 하는 것!’,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그냥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다보니 어느새 수험생의 일상에 적응하게 되었고,

끝내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환우분들께 한 말씀 드리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 99가지를 해야 하고,

무언가 얻기 위해 애쓸수록 어쩌면 정말로 필요한 무언가는 잃는 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얻을 것과 잃을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잘 생각해본다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