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제목은 윤종신의 결국 봄 (feat. 장필순)에서 따왔습니다.

여기저기가 꽉 막혀 있는 듯 갑갑한 요즘입니다. 개인은 황폐해졌고 환우 단체는 기운을 잃은 듯합니다. 풀 한포기 없는

사막이나 황무지를 지나는 듯한 느낌을 맛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삶이란 게 지독히 재미없으면서 심지어 몹시

길기까지 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인생이 재미없는 이유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라면 제발 고마울 것입니다.

걱정스런 일들이 참 절묘하게도 꼬리를 물고 생김니다. 하지만 순환하고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어딘가에서 새싹

은 움트고 있겠지요. 결국 봄인데.

계절적으로 봄을 싫어합니다. '시작'이라는 내재적 의미가 포함되어서 일 것입니다. 무리도 아닌것이 학창시절중 중, 고

생활은 남들과 같이 출발선상에 서 있지 못했습니다. 중딩때는 3개월, 고딩때는 2개월 늦게. 나와 같은 이유로 새학기에

같은 경험을 하게 될 환우들이 있을 줄 모르겠습니다. 수십억의 사람이 태어난다 해도 어떤 태어남도 진부하지 않듯이 지금

의 내 기다림은 헛되지 않다고 믿어야 합니다. 기다릴 무언가가 있는 이들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이들보다 고통스럽지만,

훨씬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다만 꿈꾸는 의무 정도는 잊어 버리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됐습니다. 아직은 봄하고 친하지

않지만 화해는 했습니다. 나이듬에 장사 있습니까. 또다시 결국 봄인데.

언 들을 깨우는 봄바람처럼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으니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이 곧 이겠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 납니다. 그래서 계절은 '온도'입니다.

<베티블루 '37.2도'>란 영화가 있습니다. 37.2도의 의미는 여자가 임신하기 가장 좋은 온도이며 여성이 가장 뜨거운 사랑을

느낄 때의 온도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의 온도는 몇도 입니까?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37.2도의 회복여부는 '소수성'의 인지

여부입니다. 우리들은 각자 자기 안에 소수성을 갖고 있습니다. 나의 소수성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소수성이 존중

받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헤이! 4층"으로 사람을 호명(하마터면 분노게이지가 적정선을 넘을 뻔 했다.)하거나,

아무 설명없(어도 이유야 명백하지만)이 단절의 장벽을 치거나, 흙더미가 무너지고 기왓장이 부서지도록 싸움(토붕와해)하는

짓을 반복합니다.

새 봄에는 그 누구도 반칙을 일삼고, 텃세를 부리고, 편을 가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한 개인보다 위대한 조직은 없습니다.

덧붙이면 직장에서 승진을 했더라도, 사업이 잘돼 돈푼깨나 만지더라도 <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 70>에서는 거들먹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큰 소리로 떠들지 말아야 합니다. 이곳은 돌아보고 뉘우치기 좋은 곳입니다.

우리에게 언제까지 결국 봄, 이겠습니까.

너무 딱딱한 글이였으니 윤종신의 '결국 봄'중에서 마음가는 구절이있어 옮겨 적고 물러납니다.

그대 왜 그리 두터운 옷을 아직 입고 있죠

왜 창문 굳게 닫고 있죠

솔직한 맨살 바람을 만나게 해줘요

처음엔 쑥스럽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