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이라 생각되어 퍼왔습니다.

내가 아는 젊은 캐나다 부부가 호주에서의 계약직 근무가 끝나가고 있었다. 원래 살던 토론토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던 중 그들은 캐나다까지 요트를 타고 가는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작은 요트를 한 대 사서 또 다른 젊은 부부와 협력해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 밴쿠버까지 항해하기로 했다. 그곳에 도착해 요트를 팔면 투자금을 건질 수도 있었고, 그 돈으로 전셋집 보증금을 낼 수도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탁월한 선택일 뿐 아니라 두 젊은 부부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 될 것이었다.

캐나다에 무사히 도착한 뒤, 그들은 멋진 여행을 설명하면서 내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특히 그들은 화를 낼 때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가, 그리고 화를 풀어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 주는 사건 하나를 들려주었다.

여행 중반쯤 되어 태평양 어딘가에 이르렀을 때 가장 가까운 섬에서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그들의 요트가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두 남자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비좁은 엔진실로 내려가 엔진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두 여성은 갑판에 앉아 따뜻한 햇빛을 즐기며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

엔진실은 무덥고 몹시 비좁았다. 두 남자에게는 엔진이 마치 의도적으로 고장이 나서 수리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커다란 쇠나사는 스패너로 아무리 돌려도 꼼짝하지 않았고, 작지만 매우 중요한 나사 몇 개는 손이 닿지 않는 미끈거리는 구석으로 달아나 버렸다. 구멍에서는 기름이 멈추지 않고 새어나왔다. 절망은 짜증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엔진에 대해, 그 다음에는 서로에 대해.

짜증은 금방 화로 변했다. 그리고 화는 심한 분노로 폭발되었다. 남자 중 하나가 마침내 한계에 이르렀다. 그는 연장을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좋아, 이것으로 끝이냐! 난 떠나겠어!"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그는 자신의 선실로 가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가방을 챙겼다. 그런 다음 여전히 독기를 내뿜으며 멋진 양복을 입고 손에는 여행 가방을 들고서 갑판 위로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두 여성은 너무 웃느라 요트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그 가련한 남자는 수평선 멀리까지 망망대해를 둘러보았다. 어디로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닫고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얼른 몸을 돌려 선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가방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뒤 작업을 거들기 위해 엔진실로 돌아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갈 곳이 아무데도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달아나는 대신 문제와 무주한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요트의 엔진은 수리가 되었고, 두 남자는 가장 가까운 친구로 남게 되었다. 그들은 나머지 항해 동안 함께 멋진 시간을 보냈다.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에서, <아잔 브라흐마 저·류시화 옮김, 연금술사 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