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코헴지 198호에 이어 2편을 작성하게 된 황성호입니다. 이번에는 왜 혈우병 신약 개발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저의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혈우병 치료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우리들에게 유지요법이 왜 필요하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혈우병 연구, 나의 꿈을 향한 발걸음

「한국인 혈우병 환자의 유전자형 분석」이라는 연구에 이어 2000년대에 혈우병사회의 중요한 이슈였던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 발생 기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상당히 어려운 연구였으며 항체 환자분들의 도움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지만 그 항체 발생의 원인을 밝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항체 환자의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과 신약 개발을 통한 항체 환자의 치료 방법 발견을 통해 혈우사회의 중요한 이슈의 해결법을 찾게 되어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혈우병에 대한 기초연구에서 확장하여 환우와 그 가족들을 위해 좀 더 실제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이해하였고 이것이 결국 혈우병 신약 연구자의 길을 걷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 쉽지 않은 도전-목암생명과학연구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의 첫 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혈액 내 반감기가 늘어난 9인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으로 long acting factor VIII와 TFPI에 대한 항체를 이용한 혈우병 치료제 연구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초기 연구의 많은 실패와 난관을 경험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작은 성공들을 이어 가는 과정은 제 삶에서 영원히 기억될 순간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여러 동료들의 도움과 헌신으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MG1113이라는 프로젝트의 임상 1상 진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좋은 결실을 맺기 기원합니다.

미래의 혈우병 치료제의 개발 방향

많은 혈우병 환우 분들이 궁금해 하실 내용에 대하여, 연구원이자 환우인 제 입장에서 정리해봤습니다. 특정 회사나 특정 제품에 대한 어떠한 이해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미래의 혈우병 치료제는 ① 개인 맞춤형 치료 ② 더 적은 주사 ③ 더 안전한 치료제 ④ 더 편리한 치료라는 목표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지금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혈장 유래 치료제는 오랜 시간 혈우병 환자들과 함께 해 온 가장 오래된 치료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겠지만, 아직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재조합 치료제가 발전했지만, 실제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한 응고인자는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아 여전히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출혈이나, 재조합 치료제로 출혈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또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걱정했던 감염 문제는 최신의 바이러스 불활화 기술을 통해 많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됩니다.

두 번째,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표준 반감기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이 축적되었고, 치료 효과에 대한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제형 기술의 발달로 상온 보관이 가능해져 보관 편리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약물 혼합이 간편한 장치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세 번째, 반감기가 증가된 치료제는 최근 혈우병 치료의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잦은 주사로 인한 유지요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약물의 체내 유지 시간을 늘린 것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기술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기존의 표준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폴리에틸렌글리콜, 항체의 일부분(Fc), 알부민 등을 응고인자에 결합시켜 반감기를 늘리는 방식이 주로 사용됩니다.

네 번째, 혈액응고인자가 아닌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일항체 또는 이중항체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된 이 치료제들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피하 주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는 피하주사 시 혈액으로 흡수되는 비율이 낮고, 많은 양을 주사하면 피부 조직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들에 의해 약효를 억제하는 항체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생체 이용률과 긴 반감기를 보여줍니다. 주 1회, 2주에 1회 또는 4주에 1회와 같이 적은 횟수로 주사할 수 있어 환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 대한 항체가 생긴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치료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제 임상 환경에서 이러한 치료제들이 어떤 효과를 보여줄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섯 번째, 유전자 기반 치료제는 혈우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먼저, RNA 간섭(RNAi)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는 4주에 한 번 정도의 적은 주사량으로 투여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현재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인 만큼,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유전자 치료는 혈우병 완치를 위한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치료로 평생 동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유전자 치료 후 응고인자 수치가 유지되는 기간이 개인마다 다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유전자 치료에 사용되는 AAV(아데노바이러스 벡터)가 우리 몸의 염색체에 직접 삽입되지 않고, 세포 내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에피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에피솜은 세포 분열 시 딸세포로 완전히 전달되지 않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더욱 안정적인 유전자 치료를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혈우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직접 교정하여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교정 효율이 낮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하는 만큼,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의 안정성과 새로운 치료제의 잠재력을 모두 고려하여,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치료법을 선택하든, 꾸준한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혈우병 치료뿐만 아니라,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우리의 다양한 노력이 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40대 이후에도 건강한 삶을 위한 예방요법의 중요성

1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다양한 출혈 경험에도 불구하고 40대 초반에도 유지요법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치료제를 개발하며 유지요법이 꼭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3일에 한 번씩 주사해야할 것을 4~6일 간격으로 드문드문 주사하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눈에 띄는 출혈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며 안심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세하게 반복되는 출혈을 방치하는 일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40중반을 넘으니 돌발 출혈이 심하게 발생하기도 하더군요. 결국 이러한 출혈이 반복되니 유지요법을 성실히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미 손상된 관절은 돌아오지 않더군요.

이러한 일은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환우들이 40대가 되면 관절의 손상이 심하게 일어나게 되는 현상을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논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험은 많은 혈우병 환우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도 혈우병 환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관절 손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영국의 THUNDER 연구에서는 중증 및 중등도 혈우병 환자 모두 연령이 증가할수록 출혈 횟수가 늘어나고 관절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스웨덴의 연구에서는 1차 예방이 효과적이지만, 성장기에 따라 정확한 용량 조절이 필요하며, 출혈 발생 시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내용을 보고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한 예방 요법은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40대, 50대에도 건강한 관절을 유지하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예방 요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는 혈우병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선배들, 환우 가족,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의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좋은 치료 환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혈우 공동체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원합니다.

혈우병 연구자가 되고 싶은 환우들에게

혈우병 연구는 단순히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혈우병 환우와 그들의 가족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쌓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혈우병 연구자가 되어 혈우병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혈우병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생명과학, 생명공학, 약학, 의학 등을 전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제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면 생명과학,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환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면 약학, 의학 전공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