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고 있는 38세 이영균입니다.

Q. 혈우병을 인지하시고 난 뒤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선 학창시절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어릴 적부터 운동에 소질이 많았고 육상과 구기종목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서 학교 대표도 하고 시 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 발목과 무릎이 표적 관절이 되어 출혈 빈도가 잦아지면서 스스로 작은 절망감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특히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거나, 좋아 하던 일을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조금 속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Q. 통증이나 출혈을 잘 이겨낸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친구나 지인 가족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여행도 많이 다녔었는데 평소에는 심한 출혈이 거의 없었는데 여행을 가게 되면 가끔 큰 출혈을 동반한 일들이 종종 생겨 숙소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자가 주사를 하기 시작하고 예방요법을 배워 미리 준비를 하고 가니 여행지에서 누구보다 재밌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Q.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신지요? 맡은 업무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25톤 덤프트럭 건설기계 장비운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산, 터널,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큰 돌을 실어 골재장에 운반 가공 후 레미콘 공장에 납품을 하며 도로를 포장하는 아스팔트 공사를 하기도 합니다.

Q. 현재 종사하시는 직업으로 인한 출혈 위험은 없으신지요?

전 직업이 양식업(요리사) 관련이었습니다. 이 일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기본으로 서 있어야 했고, 무거운 것들도 많이 들고 칼질을 하거나 무거운 팬을 돌리고 접시를 옮기면서 자주 출혈이 생겼었는데 현재 직업인 덤프트럭 운전을 시작한 후로는 출혈 빈도가 1년에 1~2번 정도라고 해도 될 정도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Q. 일에 종사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신 순간이 있으시다면?

앞에서 말했듯 전직 양식요리사였습니다. 주위 동료나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는 제가 요리를 자주 해주는데 항상 맛있게 먹어주고 동료나 친구들과 즐거운 얘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가족 여행을 다니다 보면 새로 지은 아파트나 도로를 보며 저긴 아빠가 언제 작업했고 기초공사를 어떻게 했으며 저기 멀리 보이는 산에 작업을 하기위해 덤프트럭을 몰고 저 곳을 올라갔다 내려왔다고 딸아이에게 말 해주며 지나가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Q. 중장비 사업에 관심이 있는 환우 동료 분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굴삭기, 기중기, 펌프카, 지게차, 로더 등 특수장비의 경우 제가 일하는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각 장비마다 전문 자격증이 필수이기에 필수로 자격증은 취득해야 하구요. 덤프트럭의 경우에는 1종 대형면허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특수장비 같은 경우 대체 인력을 따로 배치하지 않아 급작스러운 출혈이 생길 경우 현장에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갑작스레 다른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경우 추가비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장비 이동시 특수장비 동반)

하지만 평소 몸 관리를 잘하여 예방요법을 올바르게 시행하고 자신에게 무리한 운동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젊은 혈우환우 분들께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수장비의 경우 운전 실력이나 공간지각 능력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혈우환우 분들께서는 운전도 잘하시고 섬세한 성격이 많으시니 일반인보다 더 월등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요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비 같은 경우 성급히 시작하기보다 관련 자격증들을 천천히 알아보시고 특히 대규모 현장에서 필요한 자격증들을 취득할 경우 도움이 많이 됩니다.

회사나 개인사업자의 사업장에 취직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직장생활이다 생각하시는 게 좋고요. 일반 회사와 다르게 여러 인력이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고 한 대의 장비에 1명이 근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몸이 안 좋아 쉴 경우, 대체 인력 보충 등을 하게 되면 눈치(?)가 좀 보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본인 장비를 구입하시고 사업자를 내고 개인사업으로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몸이 안 좋거나 할 때 쉴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설현장들이 이른 아침 혹은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늦게 끝나기에 장시간 외부에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기초체력을 많이 길러두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힘들고 어렵겠지만 제가 그 동안 해 왔던 일 중 몸의 한계를 덜 느끼고 4계절 바뀌는 낭만을 즐기며 이곳저곳을 다녀보니 이 일이 보람되고 재밌습니다.

Q. 평소 출혈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꾸준히 하시는 운동이 있으시거나 체중관리 방법을 추천해 주십시오.

사실 음주를 너무 좋아하는 애주가인데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행동의 조심성도 적어지고 귀찮아서 약 투약도 미루게 되며 출혈의 기미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어서 술을 좀 줄이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생활권에서라도 내 몸을 돌보자싶어 평소에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고 쉬는 날에는 집 주변 올레길 코스를 돌려고 노력하고 가족과 외식을 하더라도 걸어서 갈수 있는 곳으로 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술을 원래 먹던 양보다 반 이상을 줄이니 2주 만에 놀랍게도 체중이 15키로 이상 줄어 평소에 입던 옷이 다 커서 못 입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체중이 감소하게 되니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통증이 하나도 없이 다니게 되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출혈은 예방하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체중이 줄어드니 확실히 몸이 가벼워서 좋습니다.

Q. 최근 열심히 하시는 취미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TV 프로그램 중 ‘흑백 요리사’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없어졌던 요리 세포들이 새록새록 자라나서 주말이면 인터넷에 최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레시피를 보고 딸과 함께 간단한 베이커리, 음료, 요리 등을 집에서 만들어 보며 주위의 이웃들과 나눠먹기도 합니다.

Q.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국내외 휴가지를 소개해 주십시오.

대구 군위에 화산마을이라고 자동차로도 접근이 가능한 곳인데 덤프트럭을 타고 그 높은 곳을 자주 오르내리며 산에 있는 운무를 보면 마음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흐린 날에도 매력적인 곳이니 한번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산마을 안에 펜션과 글램핑장도 있어 좋습니다. MBC의 예능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에도 나온 명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