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영 군 가족

지난 3월 메이크어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은 한국혈우재단과 협조해 재단에 등록한 혈우환아를 대상으로 소원성취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적지 않은 혈우가족들이 참여했는데요. 어떤 소원들인지 궁금하시죠? 이번 호에는 손준영 군 가족의 소원과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성취기관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사는 8인자 환아 손준영, 손유준의 엄마 김은경 입니다.

Q. 메이크 어 위시(소원성취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계기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의 최은진 교수님께서 팜플렛을 주시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알아보고 소원 신청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아이와 상의한 끝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본 후 아이에게 여행을 갈 수 있고 유명인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주면서, 준영이가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하니까 여행가고 싶다고 얘기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프로그램에 선정되신 후 진행 과정은 어땠나요?

소원성취 대상으로 확정되고 나서 위시엔젤들(봉사자들)과 축하파티를 했습니다. 준영이 친구들도 초대해 파티룸에서 게임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에게 편지도 쓰고 위시엔젤들이 준비한 선물 증정식도 있었습니다. 준영이가 받은 선물은 레고와 학용품세트인데 역시 준영이가 행복해 한 시간이었습니다.

Q.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하셨군요. 어떤 경험들을 하셨나요.

대구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 탑승을 위한 체크인을 하는 순간부터 준영이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지내는 2박3일 동안 여행을 즐기면서 사진 찍는 매순간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981파크’의 자동차 레이싱과 실내게임, ‘점보빌리지’의 코끼리 공연, ‘메이즈랜드’의 미로 찾기, ‘아쿠아리움’에서 오션아레나 공연을 보고 다양한 바다생물을 구경했어요. 또 소인국 테마파크에서 다양한 전시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기념품 구매를 하는 등 다양한 여행지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 특산품을 먹어보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비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사진 찍고, 비가 그치고 개인 후엔 덥고 습했는데도 준영이는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모래놀이하면서 마지막까지 알차고 즐겁게 지내다 왔습니다.

2박3일 동안 날씨도 좋아서 어디를 가든 풍경이 예뻐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제주도는 오전에 비가 오다 갰고, 대구는 오후에 비가 와서 저녁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돼 공항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동생이 힘들고 지루하다고 짜증내는 중에도 준영이는 웃으면서 잘 지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여행지를 다닐 때마다 재미있게 즐길 줄 아는 아이라서 다니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Q. 여행계획은 직접 짜셨나요?

항공권과 숙박 예약 등의 일정은 메이크위시 재단 측과 우리 가족이 상의하고 계획해 진행했으며, 아이들의 컨디션을 생각해 무리하지 않게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Q. 국내외 여행을 여행가실 경우, 출혈 발생 등 응급사항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시는지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주말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려고 하는 편입니다. 혈우병이 있다 보니 아이들의 컨디션과 상처나 출혈이 있지는 않은지 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올해 초까지 화요일과 금요일 주 2회에 걸쳐 자가주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예방요법을 실시했고, 지금도 적절한 응고인자제제로 예방요법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1박 이상의 여행 시에는 여분의 주사약과 용품을 따로 챙겨 다녔으며, 어릴 때는 여행지에서 출혈이 발생해서 추가 주사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Q. 제주도 외에 인상 깊었던 가족여행을 소개해 주세요.

할머니, 삼촌 가족과 에버랜드를 즐겁게 방문한 기억이 납니다. 사파리의 관람 버스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며,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고 놀다가 밤에 불꽃놀이까지 보고 1박한 뒤, 한국민속촌에 가서 민속체험도 하고 즐긴 기억이 있습니다.

또 외할머니, 외삼촌과 경주 2박3일 여행가서 박물관 구경하고 바닷가 가서 물놀이, 모래놀이하고 즐겼습니다. 그리고 1년에 한번은 경북 영덕의 해맞이공원과 바닷가로 여행을 다녀옵니다.

Q.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출혈이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떻게 조치하셨을까요?

준영이는 11개월 때 팔꿈치가 부어 병원을 방문했다가 혈우병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심예지 교수님께서 준영이가 너무 어린 아기라서 혈관 자가주사가 힘들다고 케모포트를 권하셔서 케모포트 삽입 후 주 3회 예방요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가주사를 실패해서 병원으로 달려가는 일이 많았는데 실패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자가주사가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그렇게 잘 지내던 3살 어느 날 저녁,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장난치다가 발판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윗잇몸이 찢어져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자가주사를 실시했고 출혈이 멈춘 것을 확인한 뒤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 다시 출혈이 시작되더니 멈췄다 나기를 반복해서 아침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잇몸을 꿰매고 예방요법도 이루어졌지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해 입원을 했었습니다.

출혈만 멈추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상가상으로 검사결과, 케모포트에 세균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제거 후 한 달 뒤에 케모포트 삽입 수술을 다시 하고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수술 부위가 붓고 출혈로 멍울이 발견돼 재입원해서 치료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때가 가장 길고 힘든 겨울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아무래도 다칠 염려가 있다 보니 바깥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원만한 교우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준영이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서 과격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아 따라다니며 주의주거나 조심하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놀이터에서 놀 때도 조심조심 놀았고 킥보드, 자전거 보다는 달리기를 하거나 공놀이를 하고, 레고를 만들거나 색종이 접기 등을 좋아했습니다.

운동보다는 앉아서 놀이하는 걸 좋아했던 아이라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주말이면 아빠랑 축구랑 달리기를 하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내성적이라서 교우관계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할 말은 하고 자기 주장도 펼치면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매년 들으면서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Q. 한창 외부 활동을 좋아할 나이인데 어떻게 관리해 주고 계신지요.

준영이가 축구, 야구하는 걸 좋아하는데 다치지 않게 조심히 하면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준영이가 친구들과 심하지 않게 운동한다고 이야기 해 주어서 무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운동하고 온 저녁에는 다리나 발이 아프다고 할 때가 있는데 제가 직접 마사지를 하면서 풀어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수영을 시작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