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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조금 다를 뿐, 틀린 건 아니야
관리자 ㅣ 2017-06-09 15:32 ㅣ 323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7세 혈우병 A 환우로 그 간의 삶의 과정이나 수술, 그 이후의 회복과정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의 글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많은 환우

분들이 참고하시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혈우병 진단과 학창생활

저는 2살 무렵에 혈우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외가 쪽이 혈우병에 대해 비교적 익숙한 집안이었고,

부모님역시 제가 진단 받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셨습니다. 이런 집안 분위기속에서 저는 어린

시절부터 혈우병을 가진 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이후 학창생활로도 이어졌습니다. 가까운 친구에게 혈우병인 것을 밝히기도 하고, 선생님들에게도

말씀드려서 곤란한 상황을 미리 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가주사를 배우는 것에 소극적이었고, 출혈 시에도 빠른 대응을 하지 않는 등 여러모로 건강관리에

미숙했습니다. 또한 과체중인데다 표적관절이 양쪽 발목이었기 때문에 날이 가면 갈수록 빈번한 출혈로 인해

통증에 시달려야했습니다. 뒤늦게 중요성을 깨닫고 자가 주사를 터득하고 유지요법도 시작했던 10대 막바지

무렵에는 어느새 수술대에 올라갈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낯설었던 첫 번째 수술과 재활

20살이 되던 해가 되어서는 조금만 걸어도 발목이 마치 출혈이 생긴 것처럼 붓고 통증이 생기는 등 여러모로

생활이 힘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지속적으로 응고제제를 투여하였는데도 차도가 없어서 항체검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발목관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강동경희대병원에 갔고, 그곳에서 오른쪽발목에

활액막 절제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얻은 뒤 같은 해 겨울에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관절경방식으로 수술을 받았고 수술시간과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까지 합하여 약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수술 후에 붓기가 제법 컸기 때문에 3~4일 정도는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통증은 첫날 새벽부터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연휴가 겹치는 바람에 10일 정도 입원을 하였고 하지관절 쪽 수술을 받다보니 움직임이 제한되어 병수발을

들어주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가령 소변의 뒤처리나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 등의 일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어머니께서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퇴원 후 환우 쉼터(코헴의 집)에 입소하여 5주 동안 아침마다 재단의원에 내원하면서 재활을 받앗습니다.

재활은 온찜질로 수술부위를 풀어준 뒤 마사지, 근육운동을 포함한 물리치료를 받고 냉찜질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오전, 오후 2번에 걸쳐서 운동했습니다. 그리고 쉼터 입소로 인하여 하게 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은

회복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처음으로 해보는 재활이라 여러모로 미숙한 점이 많았습니다. 재활기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도, 퇴소 후에도 조금씩 재활을 해야 한다는 점 또한 간과했습니다. 5주정도의 입소기간동안 회복속도가 아주

좋았다가 퇴소 후 재활을 하지 않아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수술부위가 안정이 되었습니다.

매우 힘든 기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수술 전보다

자신감도 생겨서 의욕적으로 생활하였습니다.

그렇게 첫 수술 뒤 5년 가량 지나고 이번엔 반대쪽 발목에서 이상신호가 왔습니다.

 

다른 마음가짐의 두 번째 수술과 재활

반대쪽 발목인 왼쪽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예전과는 증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오랜 시간 걸으면 마치 발목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발목에 붓기가 느껴졌지만 휴식을 취하면 곧바로 괜찮아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적 출혈과는 다르고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짐을 느꼈으므로 부모님께 알리고 난 뒤 재단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검사결과는 잦은 미세출혈과 무게 부하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라난 골극을 제거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전의 수술과는 다르게 절개방식의 수술인 데다가 회복시간도 비교적 길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의 수술 경험을 통하여 수술 후에도 여유를 가지고 재활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두 번째 수술인 골극제거수술은 정병원에서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시간과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6간 정도였고 수술 후 통증은 새벽부터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수술을 받고 이튿날이

되어서는 목발을 짚고 혼자서 가까운 화장실에 가기도 했습니다. 연휴가 겹쳐서 약 열흘 정도 입원한 뒤 또 다시

쉼터에 입소하여 5주간 재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과 재활까지의 과정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쉼터 퇴소 이후였습니다.

퇴소 후에도 스스로 코헴의 집에서의 재활과 비슷한 일정을 만들어 실천하였습니다. 특히 꾸준한 스트레칭은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관절출혈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4개월 차에는

걷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6개월 차에 들어서자 출혈빈도가 급속도로 떨어져 유지요법만으로도 무리 없는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현재는 수술을 받은 때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상태이고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도 없고 관절출혈도 거의

없다시피 하여 학교를 복학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수술 후 반년 ~ 1년 정도는 관절이 불안정하여 관절출혈도

조심해야하고 꾸준한 재활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하지만 그 이후에는 출혈 빈도도 확연히 줄어들고 관절움직임도

훨씬 좋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장단점이 분명하므로 충분한 여유가 있을 때 수술을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짧은 재활기간으로 본업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칫 더 많은 출혈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언어생활을 할 때 우리는 흔히 틀리다다르다를 혼동하기도 합니다. 매우 작은 차이지만 틀리다는 말은

그르거나 어긋나다는 뜻을 갖고 있는 반면에 다르다는 비교되는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 이처럼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혈우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좀 더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에 임하셨으면 합니다.

글을 마무리 지으며 환우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재단과 코헴회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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