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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두근두근, 나의 결혼이야기
관리자 ㅣ 2018-12-07 16:24 ㅣ 477

성당에서 시작된 인연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 진천에 살고 있는 환우입니다. 재단 소식지를 통해 환우 여러분들께 저의 결혼스토리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10월에 결혼한 저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는 성당에서 만났습니다. 그때 당시,

그녀는 성당에서 미사반주자로 활동하고 있었고, 저는 성당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녀님의 소개를

받았는데 처음엔 서로 낯설고 어색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놓게 되었고 같이 성당 활동을

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마침 제가 갑작스럽게 청년회 회장을 맡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지금의 아내에게 총무직을 맡아줄 수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당시 아내는 대학생으로,

한창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거절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저의 요청을

들어주었습니다.

활발하고, 항상 긍정적인 지금의 아내의 성격 때문인지 청년회 활동을 같이 하는데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행사를 함께 실시하며 자연스럽게 정이 생겼고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저와 아내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연애를 하며 각자 다닌 여행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니며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줬고 아내는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가 빨리 저무는 것만 같았습니다. 함께 있다 보면 행복만

남는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을 갖고, 사귀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혈우병이라는 크나큰 숙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같이 바다여행을 가게 되었고,

처음으로 혈우병과 제가 갖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았습니다.

아내는 제 말을 듣고 많이 놀라는 눈치였으나 큰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혈우병도 의료기술이

개발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말해주며 항상 희망을 갖고 함께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저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어 결혼을 결심하였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장모님께 혈우병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게 낫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망설이던 중 아내가 용기를 내어 먼저 장모님께 결혼할 사람이 혈우병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아내와 장모님이 통화하는 걸 엿듣게 되었습니다. 장모님께서는 혈우병이 있는 남자랑

꼭 만나야겠냐며 몸이 건강한 남자를 만나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혈우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데, 피 한번 나면, 니가 감당할 수 있느냐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장모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말을 듣자 아내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장모님께 혈우병이라고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다. 유지요법과 건강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하며 설득하였습니

. 아내는 그렇게 한참을 통화한 뒤 결국 결혼허락을 받고 말았습니다. 장모님께서는 몸이 아프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 안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0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같은 공간 안에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도 물론 서로가 부딪히는 일도

있겠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서로가 배려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마음에 와 닿았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중에 황홀한 고백이라는 시에 나오는 일부분을

환우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사랑

저는 그동안 참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갖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내를 만나게 되면서 지금까지 겪어왔던

괴로움과 슬픔, 고통, 좌절 속에서도 저를 지켜준 가족들이 항상 함께 해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 아내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기까지

그동안 절망의 근원이었던 혈우병이 이제는 기쁨과 감사의 원천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자리를 빌어 앞으로 결혼을 앞둔 환우들에게 말씀을 드리면, 내가 가지고 있는 혈우병에 대한

이야기를 미래의 동반자나 가족들에게 솔직하고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혈우병을 말한다는 것은 두렵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제 아내가 먼저 장모님께 말씀을 드렸던 것처럼

유지요법이나 건강관리만 잘 한다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혈우병을 알리고 난 뒤부터 결혼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졌고, 더 편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내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하면서 제가 느낀 점은 막연한 두려움을 먼저 갖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혈우병은 몸만 불편함일 뿐 서로 연애나 결혼을

하는 데는 전혀 제약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미래의 동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먼저 혈우병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사랑입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혈우병 환우들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의 삶이 이루어 질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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