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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자가주사로 일깨운 나만의 정체성
관리자 ㅣ 2019-02-11 09:09 ㅣ 275

안녕하세요. 현재 누적 방문자 천만 명 이상인 건빵의 음악 블로그”, 구독자 만 명 이상의 유튜브 채널

건빵뮤직을 운영하고 있는 1994년생 음악 애호가 이OO입니다. 저는 생후 11개월 될 때에 혈우병A 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제가 플라스틱 포크숟가락으로 요거트를 먹은 뒤에 볼이 계속 부어있는 걸

보시고 병원에 데려갔을 때 이 사실을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렸을 적에 힘든 일을 많이 겪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의정부에서 혈우재단이 있는 서울까지

셀 수 없이 오갔으며, 급할 땐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갔다가 혈관주사를 계속 실패해 6번 넘게 시도한 적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체육 시간에 혼자 교실에 남아서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열망이 컸습니다. 덕분에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자가주사를 익힌 덕분에 체육 시간에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학교에 빠지는 날도 없어서 개근상을 받는 등 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삶을

펼쳐나갔습니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서는 그저 학점과 자격증만을 좇기보단, 저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었습니다. 이때, 제가 어려서부터 늘 끼고 지내던 음악을 가지고, 제 전공인 국어국문학과 학생의 강점도

살릴 수 있는 음악 블로그를 떠올려봤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악 컨텐츠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차게 전하는

역할해보자는 생각에 2014630일부터 건빵의 음악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블로그 내 여러 카테고리를 통하여 힙합, EDM(전자댄스음악), , R&B 등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공연 정보와 후기, 앨범 소개까지 유익한 정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께서도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D

(블로그 주소 blog.naver.com/tjun3d)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단순히 음악과 관련한 컨텐츠를 게재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으로 음악 산업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공연 애호가로까지 거듭났습니다. 저는 2014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100번 넘게 각종 공연과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저 또한 제가 이렇게 많은 음악 이벤트에 다녀왔다는

사실에 놀랄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음악으로 가득한 록 페스티벌을 비롯해,

대형 EDM 페스티벌,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힙합 공연 같이 활동성 강한 이벤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의 최애”(최고로 사랑하는) 밴드 콜드플레이를 비롯해, 관객이 인산인해인 외국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도

많이 다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공연장이라고 하니 혹시나 제가 다치지는 않았을까, 공연을 즐기는 데 불편함은 없었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실제로 공연에 가서 심한 부상이나 출혈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느라 공연의 현장감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여 아쉬워했던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함께 공연장에 간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놀거나, 혼자 하루 종일 있다 온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는 평소에 자가주사를 바탕으로 유지요법을 철저히 하고, 공연장에 가서도 스스로 컨디션을 살피며 남다른

주의를 기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 어렸을 때부터 제 몸을

보살펴주신 부모님의 정성도 매우 컸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그 동안 수술이나 치료도 받지 않았고 이만큼 자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부모님께서 저를 보살펴주신 점에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과 공연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2015년부터는 음악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외활동도 하나 둘씩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되어서 2016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주제로 하는 유튜브 채널 건빵뮤직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이후에 이 모든 경험들을

바탕으로 음악 회사에서 인턴 업무도 할 수 있었죠.

결국 제가 지금처럼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음악 애호가로서 정체성을 맘껏 발현하게 된 데에는 주기적이고

확실한 유지요법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지요법에 있어서는 자가주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지요법을 할 때도 그렇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에 이상 증세가 느껴질

경우에도 바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가주사가 불가능했다면 음악 페스티벌은커녕 각종

대외활동이나 인턴을 할 때도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불어, 혈우병을 부정적인 콤플렉스로 여기지 않은 자세 또한 언급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야외 활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다 보니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접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 학창 시절에

주변 사람들이 혈우병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끔 평소의 생활태도와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 결과 어려서부터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것에 습관이 길들여졌습니다. 덕분에 자가주사도 늦지 않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껏 음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훨씬 자신감 있고 외향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역설적으로, 혈우병으로 인해 오히려 지금과 같은 삶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환경과 관심 분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저의 사례가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저마다 유독 관심 있는 주제가 있고, 즐겨하는 취미 생활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그게 음악이고, 취미 생활로는 음악 감상과 유튜브 영상 시청이 해당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만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특히 저처럼 청춘의 시기에 있는 분들에게 혈우병에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해보세요.”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떠올려보시기를 바랍니다. 그게 꼭 거창하거나 활동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제가 앞서 말한 블로그도 만든 지 처음에는 몇 달 동안 하루에 고작 100명 정도만 오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처음 대외활동을 해보기 전까지는 혹시나 혈우병 때문에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杞憂)도 컸고, 활달한 야외 페스티벌에 갈 때는 더더욱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이러한 일들은 지극히 성공적으로 완수되었고 제게 남다른 정체성까지 부여했습니다.

, 어떠한 일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그게 잘 될지 너무 계산을 하거나, 큰 위험이 느껴질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하면서 포기해버리는 태도를 경계하면 좋겠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제가 어떤 일을 해서 후회한

경우는 거의 전무하지만, 해보지 않아서 지금껏 아쉬워한 일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참고로 제 주변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맹목적으로 학점과 자격증에 쩔쩔매고, 기계처럼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수 없이 봤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요즘에는 남들 다 하는 걸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임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사람들이 훨씬 눈에 잘 띄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만큼은 확실한 결과물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자기가 가장 관심

갖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소비만 하지 마시고, “내가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애정이 깊고 지식도 풍부하다

라는 사실을 모두가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1년 안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10만 명까지 늘리고, 블로그도 누적 방문자가 2천만, 3천만이

될 때까지 계속 운영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실제로 음악 산업에서 A&R(Artist and Repertoire, 아티스트의

음반 제작 총괄업무)이라는 업무를 하면서 저의 정체성을 보다 발현하고자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그만큼 블로그, 유튜브를 비롯해 음악 산업 쪽과 관련하여 제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재단 측을 통해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음악 산업 분야는 관련 경험을 지닌 사람을 많이 알수록 좋기 때문에,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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