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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보석처럼 빛나는 인생
관리자 ㅣ 2019-07-01 09:50 ㅣ 72

수능 100일을 앞두고 알게 된 혈우병

안녕하세요. 경기도 평택에 살고 있는 환우입니다. 재단 소식지인 <코헴지>를 통해 이렇게 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 글이 다른 환우분들에게 동기부여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혈우병B 중등증 환우입니다. 출혈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학창시절까지 혈우병에 걸렸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별 다를 것 없이 생활했습니다. 축구랑 농구를 했을 정도로

체육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몸에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체육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약간의 부상을 당하면

다른 친구들보다 상처가 아물고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 저에게 혈우병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별거 아니겠지라며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비로소 저에게 혈우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능을 100일 정도 앞둔 어느 날,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그만 눈두덩이 쪽을 크게 다친 저는 황급히

동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의사선생님께서는 다친 곳에 연고를 발라주시며 곧 잘 나을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말씀과는 달리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고 환부 주위로 핏덩이가 커지더니

주변으로 이내 멍이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까지도 저에게 혈우병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기에

상처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꼬박 두 달여를 기다렸습니다.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다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였지만

이 정도로 심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능이 끝난 후 혈우재단에 방문하였는데

결국 혈우병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래 환우들에 비하면 늦은 나이에 진단을 받은 편이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에 크게 다치지 않고 체육활동에도 참여하였고 지금도 관절이나 몸에 크게 상한 곳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습 과정에서 찾은 목표

대학교 간호학과로 진학한 저는 병원으로 실습을 자주 나갔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보건진료소로 실습을 나갔는데

일반 병원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일반 병원에서는 하루 일과가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 반면

보건진료소에서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하였던 것이었습니다. 부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보건진료소는 시골에 지어지는 곳으로, 1인 근무 체계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처방과 건강 프로그램,

방문진료 등을 하는 곳입니다. 적성상 일반 병원보다는 차분한 보건진료소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저는 훗날

보건진료소에서의 근무를 꿈꾸며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였습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까지 약 13개월이 걸렸습니다. 대학교 4학년 1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니 1년 정도는

학업과 시험공부를 병행한 셈입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4학년 때는 그다지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국가고시를 보기 전까지 하루에 6시간 정도 공부하였고, 이후 100일 정도는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아침에 도서관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들어갔고 밤에는 가장 늦게 나왔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마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했던 것 같은데, 마냥 앉아서 공부만 하지 않고 적절히 휴식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그래도 100일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 밥을 먹으며 공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공부와

외로운 생활을 거듭하던 중에 활력을 되찾아야 했던 저는 밥을 먹으며 오래 전에 종영한 인기 시트콤을 1편씩

보았습니다. 편당 30분밖에 되지 않는 시트콤이었지만 그걸 보면서 조금이나마 웃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밤 10시쯤만 되면 공부하기 싫어져서 집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같은 도서관 안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을 경쟁상대로 삼고 공부하였습니다. 그야말로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라는 오기로 버티며 공부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주 또는 모의고사 성적을 잘 받은

주에는 평소에 먹는 것보다 조금 더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스로에게 보상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수험생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가 들려옵니다. 저에게는 발목이

그런 곳이었습니다. 학창시절, 혈우병 사실도 모른 채 열심히 축구와 농구를 했던 결과라고 해야 할까요.

공부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장에 나가 운동을 하며 기분전환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발목이 아파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신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족저근막염 방지용 깔창을 구입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공부했습니다

환우분들 가운데도 공무원시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기에 과목별로 공부방법을 상세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가장 먼저 자신에게 맞는 강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공단기>

(공무원시험 전문 학습사이트)의 국어 이선재, 영어 이동기, 한국사 문동균 강사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험 100일 전부터는 시간을 맞춰두고 매일 아침 국어, 영어, 한국사를 풀었습니다. 공무원시험의

특성상 이미 암기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시험 시간이 촉박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기출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푸는 것(회독)도 중요한데, 저 같은 경우 회독 시 바로문제지에 답을 적지 않고

연습장에 따로 답을 적어놓은 다음 틀린 문제들만 다시 보았습니다. 그렇게 회독을 반복하여 틀린 문제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계속 풀어보았고 암기가 잘 안 되는 문제들만 따로 모아 노트에 필기하였습니다.

영어는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인데, 저는 영어공부를 할 때 <Voca bible>로 단어를 외웠습니다.

또한 미니암기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단어를 외웠습니다.

영단어의 경우 한 번에 오랜 시간 몰아서 외우려다 보면 금세 까먹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투리 시간에도 꾸준히

영단어를 꾸준히 봐주는 것이 효율적으로 암기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해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문법도 기출문제 회독 시 틀린 부분이 있다면 개념서로 돌아가 그 부분을 확실하게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속도보다 방향, 보석처럼 빛날 나의 목표

요즘 취업 때문에 힘들다고들 합니다. 저도 취업과 진로에 관하여 고민을 하였는데,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 나아가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다면 학창시절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 해외에서 일을 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돌아오든지, 편입을 통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든지, 아니면 잠시 휴학을 하여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든지 여러 가지

방향이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대학교 학사 과정 중에 휴학을 하며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많은 것들을 보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영어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요즘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때에는 휴학을 할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휴학을 단지 쉬는 시간,

노는 시간으로만 보내지 않고 무언가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이것을 잘 갈고 닦는다면 훗날 보석처럼 빛날 것입

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저의 목표는 보건진료소장이 되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신체적 건강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케어함으로써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소장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주민들

한 분 한 분께 직접 찾아가서 지지해 드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필요할 경우 복지시설과 연계하여

노인 분들께도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을 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공무원시험이 되었든 취업준비가

되었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환우분들이라면 재정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대부분의 대학 동기들은 간호사로 근무를 시작하여 나름대로 소득이 있는데, 저는 취업을

하지 않은 관계로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을 받아가며 공부했습니다. 그럴 때면 부모님이 뭐라고 타박하지

않으셨는데도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 재단의 수강료 지원을 통해 조금이나마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환우,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환우분들이 있다면 이 좋은 복지 제도를 잘 활용하셔서 열심히 공부하시고 꼭 꿈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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