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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부모 수기] 존재만으로 감사한 아이
관리자 ㅣ 2020-06-01 09:26 ㅣ 158

<지혈이 되지 않아 힘들었던 시간>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10살 환우의 엄마입니다. 이렇게 재단 소식지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서 기쁩니다.

  저희 아이는 만 10개월이 되었을 때 혈우병을 진단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입술 안쪽에 있는 설소대가 찢어져서 일반소아과, 치과 등 열 군데는 더 찾아다녔었는데 입술은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지혈된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혈은 되지 않고 아이가 입고 있고 옷과 주변의 이불은 점점 피로 물들어졌습니다. 그렇게 2주간 지속되면서 속만 타들어 가며, ‘우리 아이는 왜 지혈이 안 되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소아과에서 참 감사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의 혈색이 창백하다며 빈혈 검사를 진행해주셨습니다. 그 당시 아이의 빈혈수치는 4점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과를 보시고 의사 선생님은 큰 병원에 가보라고 저희를 재촉하셨고, 아이는 빈혈로 인해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아이의 혈우병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아이의 질환을 알았을 때는 무척 혼란스럽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저희는 가족력도 없는 상황이라 너무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처음 한 달 정도를 무척 힘들게 보냈습니다. 첫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 아이를 담당했던 주치의 선생님은 우리를 불쌍하게 바라보시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주저하셨었는데 사실 그러한 모습이 저희 마음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맞은 혈우병 주사는 애드베이트였습니다. 왼쪽 발목이 부풀어 올라 약을 처방받고 맞은 첫 주사였습니다. 아이는 온몸으로 주사를 거부하면서 자신과 보는 우리마저 지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주사에 대한 거부가 지나치게 심했는데, 거기에다 몇 차례 주사를 맞기도 전에 항체가 생겨나서 왼쪽 발목의 출혈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이었던 출혈이 일주일로, 또 일주일에서 거의 매일로 발목 출혈이 진행되어 걷기도 힘들어졌습니다. 항체로 인해 출혈을 막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은 마음에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서울 혈우재단에서 정형외과 진료를 받는 것을 권유받게 되었습니다.

  재단 진료를 통해 아이의 발목관절에 활액막이 심하게 부어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리팜핀 시술을 3차례 시행하였습니다. 아이의 412월부터 4주 간격으로 3차례 시술하였는데, 아이가 많이 어리다 보니 전신마취를 해서 진행하였습니다. 마지막 마취 시기에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 다시는 아이를 수술대에 눕히는 일이 없도록, 아이의 주변이 피바다가 되지 않도록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아이의 시술은 잘 되었습니다. 물론 왼쪽 발목이 오른쪽 발목에 비해 얇아져 있고, 근력도 약해져 있었지만 아이의 출혈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아이의 항체를 없애기 위해 온 가족이 힘을 합쳐서 노력해나갔습니다.

  저희의 단기간 목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1년 정도의 노력 끝에 아이의 항체는 잡혔고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우리 가족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지금은 재단 서울의원 정형외과 진료를 6개월 단위로 받고 있습니다.

  아이는 현재 출혈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혈액응고 인자를 농축한 애드베이트 약물을 일주일에 3회 이상(2일 간격으로) 경북대학교 어린이 병원 주사실에서 정맥으로 주사하여 치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요법이 모든 외상으로부터의 출혈을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과 놀이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현장 체험이나 체육 활동에는 다소 장애가 있기도 합니다.

 

<주사와 아이의 스트레스>

  대부분의 혈우병을 지닌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아이는 사소한 다툼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노출되는 것에 많이 예민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과 악동과의 심리적 갈등이 나오려 하면 아이는 겁을 먹고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거나 그 부분을 5분 뒤로 넘기거나 혹은 음소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방출이 일반적이지 않은 수준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잦은 출혈과 주사 시기가 많아질수록 감정의 불안이 더 심해지다가 현재는 점점 조절되면서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이와 대화를 통해 그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가 억압시키려고 하는 두려움을 함께 나누려고 시도합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보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일이며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면서 반드시 헤쳐나가야 하는 부분이기에 아이를 응원할 뿐입니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자신의 병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자라기를 기대합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며 키워가는 가족애>

  최근에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대구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대구의 분위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심각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20202월 말의 상황이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자주 다니던 대학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여 응급실이 폐쇄되었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는 일에도 제약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자가 주사를 몇 차례 시행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고 자연히 아이의 발목에 통증이 생기는 일이 종종 발생되었습니다. 매주 다니던 재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가족은 집에서 격리되어 한동안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였고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보였습니다. 대구는 제가 결혼을 하면서부터 10년 동안 살게 된 곳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우리 지역 주민의 성숙도에 감동하게 되었고,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역과 사회를 배려하는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 타인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 감사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자녀에게 대구시민으로서의 긍지를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의료진들과 시민들이 대구지역의 봉사를 지원하는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협력하는 힘을 다시 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타지역에서는 대구지역을 바라볼 때 불안감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구지역에서의 상황은 생각보다는 안정적이었습니다. 환경이나 다른 누군가를 비방하기보다 자기 스스로를 지키면서 기본 수칙을 잘 지켜나가고 있었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타인을 위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높았습니다.

  하루 종일 가정에만 있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돌아서면 밥을 하고 돌아서면 밥을 하고.. 삼시세끼 모두 집에서 해결하고 24시간을 함께 아이와 지내다 보니 답답한 마음도 있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에게 잔소리도 더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이겨내고 있으며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족애가 더욱 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환경적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이기 때문에 감사하며 즐겁게 매 순간의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다가올 미래에 오늘의 이 상황을 바라보면서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희망으로 가득한 아이의 미래>

  아이는 올해 10살로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3학년이 되니 학교 과목이 많아지고, 학습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졌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한글을 온전히 잘 쓰지는 못합니다. 학교과제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발표를 잘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아이입니다. 타인의 시각에 의해 평가되기보다 아이의 지금 모습을 있는 그대로 칭찬해주면서 학습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의 소중한 모습을 위해서, 아이와 나와 가족을 위해서 현재 이 순간을 더 감사하고 기뻐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아이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받는 지원이 많아서, 고마운 마음에 항상 주변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이가 처음 만난 교수님은 너무나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바라보고 항상 긍정적인 조언으로 힘을 내게 해주셨습니다. 제게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어떤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보세요.”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그 긍정적인 말 한마디는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은 현재 힘든 상황을 용감하게 잘 이겨내고 훌륭하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 비록 우리의 기대만큼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희망과 소망을 품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며 하루하루 아침에 눈을 뜰 때 아이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모든 환우 부모님들도 비록 병관리가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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