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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나의 공무원 시험 합격기
관리자 ㅣ 2020-12-01 09:01 ㅣ 676

안녕하세요. 경상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238인자 환우입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태어나고 얼마 안 있다가 혈우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좋은 기회를 얻어 열심히 공부해서 올해 6월에 진행되었던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코헴지를 통해 다른 환우분들에게 제 공무원 시험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도시 발전을 꿈꾸며 시작한 공무원 준비

제가 공무원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직장과 노후 걱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공인 토목을 살려서 제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무원에 대해서 많이 검색도 해보고 유튜브나 카페 등 여러 곳에서 공무원에 대한 지식들을 조금씩 쌓다가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전공이 토목공학과라서 토목직을 선택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토목직은 기술직에 속해 있어 점수가 높지 않아도 운이 좋으면 붙을 수 있었기 때문에 빨리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수험 기간은 작년 9월부터 전공을 조금씩 공부하다가 1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어, 영어, 한국사, 응용역학, 토목설계를 공부해서 총 10개월 걸렸습니다.

 

나만의 공부 팁 학습 플래너

저는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붙여가며 공부했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지만 다른 지역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가족을 자주 못 본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여자친구가 옆에 있어 주었기 때문에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공부하기 전에 항상 플래너를 작성했습니다. 하루에 공부량을 정해두고 그것을 꼭 지키는 것이 제 팁이라면 팁입니다. 그리고 저는 쉬는 날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약속이 있는 날을 쉬는 날로 두고 없는 날은 그냥 꾸준히 공부를 했습니다. 오히려 쉬지 않았던 게 공부의 감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공은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스마트폰에 어플이 있기 때문에 버스나 길 가면서 풀고 오답노트도 볼 수 있었는데 전공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만들어 매일 전공 공부하기 전에 전날 오답노트 복습을 했습니다. 필기시험 한 달 전부터는 스톱워치로 시험시간처럼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덕분에 처음 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습해왔기 때문에 실전에서도 계획대로 순조롭게 풀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성격이 조금 게으른 편입니다. 그래서 집에 있으면 공부를 덜 하게 되는데 공무원을 하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고 나서부터는 매일 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2월부터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집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하루에 목표로 잡아 둔 공부량을 끝내기 전까지는 눕지도 않았고 새벽 늦게 다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힘들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시간도 잘 가고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더라도 공부를 끝내야 한다는 불안감에 저녁에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다니면서 전공 공부를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회독의 싸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을 익히고 나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 시험 치기 직전에는 7시간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전공을 3회독 하자는 계획을 세워 진행했고 1월부터는 국어, 영어, 한국사 인강을 들었습니다. 인강은 3회독 하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1회독만 하고 기출문제집만 계속 풀었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지방직 시험이 먼저 있어서 지방직에 초점을 맞춰서 하다 보니 5월 중순부터는 동형 모의고사 위주로 풀었습니다.

 

문제가 되지 않은 혈우병

저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문제 푸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또 여러 번 풀어야 하는 공무원 시험에 잘 맞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혈우병이면 면접에 불이익이 있진 않을까 자격 조건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카페에서 혈우병 카페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분들께 질문도 하고 답변도 받으면서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저는 출혈이 심한 편은 아니라 공부를 하며 자주 아프지는 않았지만, 걸어 다닐 때 발목이 아픈 적은 있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 자가주사를 배워놓아서 아플 때면 스스로 주사를 맞아가며 공부했습니다.

면접은 필기합격 후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필기합격 후 준비라서 딱 한 달의 시간만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면접스터디를 구해서 했지만 처음 한번만 나가고 그 이후론 대학교 수업 때문에 저 혼자 연습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면접자료를 구해 하루에 3시간 정도 잠들기 전에 연습하고 면접 날까지 말하면서 연습했습니다. 제가 지원한 지역은 경북이라 원래라면 집단면접 후 개별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집단면접을 보지 않고 개별면접이 아주 조금 난이도 있게 나왔습니다. 면접에서 원하는 대로 질문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지만 말할 줄 아는 것은 확실히 말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지원한 시를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토목직은 다른 직렬과 달리 공사 감독을 하기 때문에 공사 현장을 자주 가고 민원도 많고 또 야근을 자주 합니다.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공무원을 꿈꾸는 환우분들에게

저와 같은 혈우병 환우분들은 군대를 가지 않아서 또래와 다르게 2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도 친구들보다 더 빨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과의 특성상 4학년 때 토목기사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데 토목기사를 가지고 있으면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이 5%나 들어가서 보통 토목직공무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 자격증을 따고 시작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들과 다른 전략을 세워 먼저 공무원에 도전을 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떨어졌다면 토목기사와 공무원을 둘 다 버리게 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붙게 되었습니다. 제가 경쟁률이 높은 행정직이 아니라 많은 조언은 해드리지 못하지만 다른 환우분들이 이 글을 읽고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하면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기한테 맞는 직렬이 무엇인가 잘 생각해보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자료를 잘 수집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카페에서 질문하면 답변을 잘해주기 때문에 그걸 잘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도전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마음먹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저는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8월까지 임용을 유예한 상태라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따지 못한 토목기사를 취득할 예정입니다.

어릴 때 말도 안 듣고 어머니를 힘들게 하던 제가 이제야 조금이나마 효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준비하는데 뒷바라지 해주신 어머니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항상 미리 병원에서 응고제제를 처방을 받아주셔서 집에 갈 때마다 약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좀 더 성숙해져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환우 여러분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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