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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기타]"움직인만큼 좋아집니다. 꾸준히 운동하세요"
관리자 ㅣ 2023-12-06 16:38 ㅣ 294


박영안 환우 편

 

국내에 혈우병이라는 병명 조차 생소했던 시절, 대부분의 환우가 좌절을 경험하고, 고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 엄혹했던 시기를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는 원로 환우분들의 경험담과 자기관리의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Q. 출혈 예방 등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아침에 일어나 먼저 수영을 합니다. 수영 후 20분 정도 걷기운동도 하고요. 관절을 부드럽게 주물러주고, 출혈이 안 될 정도로 내 방식대로 관절을 구부려 줍니다. 일어났다 앉는 스쿼드 자세도 꾸준히 합니다. 365일 중 300일 이상 이런 운동 습관을 실천합니다. 만약 오전에 약속이나 업무가 있다면 오후에라도 꼭 하려고 노력합니다.

 

Q. 운동 중 유의하시는 부분은?

A. 욕심이 생겨 무리하는 것을 조심합니다. 만약 무리해서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금방 집으로 가 자가주사를 합니다. 자가주사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한다고 봐야 하는데. 관절 상태가 좋으면 조금 더 주기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방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혈우병은 언제 인지하셨나요?

A. 개인적 생각으론 다른 환우들보다 출혈이 덜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 때 까지 몰랐으니까요. 21살 때인 1976년이 되서야 내게 혈우병이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당시 교통사고가 났는데 대퇴가 골절됐습니다. 그때까지 출혈이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병원에서 찢어진 살을 제거한 순간,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당시에는 혈우병이라는 병명 자체가 생소해 정보도 없고, 의료진도 몰랐으니 속수무책이었죠. 또 골절된 뼈를 잘라내고 접합해서 다리 길이도 4cm 정도 차이나 버렸어요.

 

Q. 어릴 때나 학창시절 때는 전혀 모르셨나요?

A.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는데 나무 베고, 소 먹이고, 다른 아이들처럼 자랐습니다. 가끔 어디 부딪히거나 다치면 붓고, 걷기가 불편할 때는 있었어요. 공을 차면 발가락이 아파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에서 구른 적도 있는 데 그렇게 아프지 않았고, 심하게 다치지도 않았어요. 몸도 좋고, 주변 사람들과 팔씨름을 하면 다 이기고, 뜀뛰기도 남들 보다 잘할 정도로 힘과 운동에 자신 있었습니다. 아마 교통사고가 안 났다면 오랫동안 혈우병인지 모르고 살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 병원의 검사 결과도 1~2% 정도 응고인자가 생성되고 있었다고 했어요. 때문에 자랄 때는 출혈이 그리 심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요.

A. 교통사고 후 수술을 했는데 지혈이 안 됐습니다. 의료진이 혈우병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살을 제거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같았으면 의료사고였겠죠. 그 후 10개월 만에 채혈 후 검사를 의뢰했는데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지혈제를 링거로 맞았습니다. 정말 목숨이 오가는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24개월 동안 입원해 있었습니다. 병원에선 가족도 못 오게 해 간호사들이 간병을 해주는 등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퇴원해도 문제였습니다. 전 재산이 사라졌죠. 당시 병원비가 1500만 원이 나왔어요. 그 돈이면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을 때였습니다. 가까스로 350만 원 정도 지불하고 나머지는 내지 못했죠. 직장생활 하면서 채권추심의 형태로 나머지 병원비는 모두 갚았습니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 고비를 정신력으로 이겨냈습니다.

 

Q.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그 후 중식 조리사 자격을 땄어요. 요리에 재능이 있었는지 호텔에 취직했고, 경력을 쌓았습니다. 대인관계를 잘 하는 편이라서 무리 없이 사회생활을 해 나갔습니다.

 

Q. 혈우환우들에게 요리사라는 직업은 어떤가요?

A. 내 경우 무릎을 구부릴 수 없어 조리사 자격을 땄어요. 운전 등 앉아서 할 수 있는 직업은 구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다른 환우분들은 오래 서 있어야 하니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후 내 가게를 열고, 사업을 시작해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왔고, 중식 외 한식, 일식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Q. 어려운 상황에서 동기부여로 작용한 요인이 있었나요?

A. 27살에 결혼해 아이들이 태어나 가족을 위해 전력투구 했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어느 직장을 가든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다 믿고 투자한 사업에서 수십억 원의 사기를 당하게 됩니다.

 

Q.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A. 혈우병에 대한 의료정보가 부족하다보니 혈우병 때문에 60세만 지나면 관절이 상해, 일도 못하고, 집밖으로 아예 못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 부지런히 돈을 벌어 가족의 안정적 삶을 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사업 확장 밖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때 사업 제안이 들어왔어요, 제안한 단체를 돕고 싶은 마음에 주방장 8명을 고용하며 큰 음식점을 차렸죠. 그런데 그 단체 사람들 꾐에 빠져 실패했습니다. 돕고 싶은 마음을 이용한 거죠. 이 또한 결국 극복했습니다.

 

Q. 신학을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건강이 나빠지면서 부터입니다. 크게 사업을 하다 실패해 정신적 공황이 왔고, 40대 이후로 갑자기 몸이 불편해지고 나빠졌습니다. 40대 때까지 운동을 안 했어요. 안 해도 건강했으니까. 사업체도 2, 3개 했는데 건강을 돌보지 않고, 무리했더니 몸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고, 신학을 공부한 후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42살의 늦은 나이에 신학공부를 시작했어요. 목회 분야보다는 상담학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장로도 했고요.

 

Q. 봉사도 꾸준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아현시장 상인회 회장, 아현동 주민차지회 감사 등 봉사와 모임에 많이 참여했습니다. 해보니 봉사는 하려고 하면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Q. 식당을 잘 경영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A.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배달업으로 매출이 크게 뛴 적이 있었습니다. 배달원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잘 될 때는 3곳을 운영했습니다. 유행하는 메뉴는 하지 않아요. 삼겹살, 짜장면, 설렁탕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 먹고 좋아하는 대중적인 메뉴를 선택합니다.

 

Q. 최근엔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하세요.

A. 내 경우 헬스장은 의미 없어요.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으니. 각도가 가능한 정도까지만 스쿼드 자세를 많이 합니다. 하루에 100개 정도 해요. 허벅지에 근육이 생기라고. 3개월 전에 고관절 수술을 했음에도 지금은 문제없이 회복 됐습니다.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면 편해집니다. 노력 없인 안 돼요. 출혈이 두려워 스쿼드를 하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듭니다. 운동 하는 수고 정도는 들여야 합니다.

수술 후 조심하라고 했지만 물속에서 가볍게 운동합니다. 발목, 팔꿈치, 무릎, 고관절, 쇄골뼈 골절 등 수술을 4번 정도 했지만, 현재 무릎 각도가 거의 정상 수준입니다.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습니다. 건강의 비결은 아프지 않을 정도로 물속에서 꾸준히 20~30번 스쿼드 자세를 합니다. 죽기 살기로 꾸준해야 합니다.

몸은 움직인 만큼 좋아집니다. 누구든 다 아픕니다. 다만 1~2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해줘야 합니다. 운동한 만큼 쓸 수 있습니다. 제가 만 67세인데 건강을 자신합니다. 내 몸이 좋아지니 즐거워 사업도 잘되고, 봉사 등 사회활동도 적극 참여하게 됩니다. 큰 딸은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는 등 두 딸 모두 잘 커 주는 등 집안도 화목해 집니다.

 

Q. 어떤 취미를 즐기시나요.

A. 여행을 좋아합니다. 혼자 나가서 일주일씩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자가주사를 하기 때문에 여행에 불편은 없어요. 피곤함을 딛고 일어나 꾸준히 운동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괜찮습니다. 건강해지니 부담이 덜 합니다. 아프다고 가만히 있으면 근육이 생기지 않아요. ,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무리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몸을 만들어 가려면 우선 자기 몸을 잘 알아야겠지요.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빌립보서 413절의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가 좌우명입니다. 뭔가 이루려면 능력을 받아야 합니다. 부모든 친구든 누가 도와주든지 간에 옆에서 능력을 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가복음 923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도 마음에 새깁니다.

하루에 열 번쯤 읊으면 힘이 생깁니다.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할 수 있다와 없다는 마음가짐은 천지 차이를 만듭니다.

소신을 잃지 말고, 실천하면 반드시 길이 생깁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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