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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꿈을 가져라
관리자 ㅣ 2018-02-07 14:24 ㅣ 160

열심히 노력하면 못 할 것도 없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북에 살고 있는 환우입니다. 지난 여름에 골극 제거수술 및 골이식 수술을 받고 서울에

있는 환우 쉼터(코헴의 집)에 머물며 재활을 하던 중 재단 소식지에 경험담을 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짤막한 글이지만 여러 환우, 가족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 경험을 나눕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자랐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분들 대부분도 환우분들인지

라 다들 저마다 그러한 시선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무언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전까지

누구도 저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람의 인식이 모두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어렸을

때 본 어른들은 저를 그저 아픈 아이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이야기하였고

가르치려고만 하였습니다.

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께 부담스러운 학생이었던 저는 자연스럽게 친구들에게조차 혈우병을 말하기

꺼려졌습니다. 10살 때 발목 관절경 수술을 받았었는데, 친구들 중에서는 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픈 저를 보고 놀리기에 급급한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다시는 친구들에게

제가 혈우병에 걸렸다는 것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되었고

남들이 하는 건 똑같이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엇나가는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또래 환우들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많이 푸는 것 같았는데

저는 운동 대신 비행으로 욕구와 불만을 해소하였던 것입니다. 어느덧 저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도 많이 하고 말썽피우는 학생으로 여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공부와도 담을 쌓아서 성적은 당연히

바닥을 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3이 되자 대학은 가고 싶어졌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말에 선생님들은 포기하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더욱 오기가 생겨 정말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대학을 가겠다는 의지만 갖고 시작한

공부였는데, 정말로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명문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위권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하였는데 그때 저희 학급에서 처음으로 합격한 학생이 바로 저였습니다. 졸업을 할 때 선생님께

위로와 사과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수술, 후회와 깨달음

저의 첫 수술은 10살 때 받은 발목 관절경수술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라 어떻게 다쳤고 어떻게 수술을 받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어려서부터 발목이 자주 아팠고 저희 부모님도 혈우병에 대해 지식이

부족했던 때여서 그저 응고인자만 맞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의 발목 상태는 계속 악화되어져서 결국 재단에 올라가 검사를 받은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만 해도 환우 쉼터가

재단 근처에 있다는 걸 몰라서 의정부에 있는 이모네 집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아침 재단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당시 같은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수술 후 1~2달이면 걸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물리치료를 성실하게 받지

않았던 탓인지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뒤에야 비로소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였음에도 전혀 조심하지 않았습니다. 체육수업과 축구, 농구에도 다 참여하였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러한 운동이 우리 같은 혈우 환우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출혈 예방을 잘하고 몸을

아무리 잘 관리한다 해도 격렬한 스포츠는 몸에 부담을 주고 출혈을 유발시킵니다.

이처럼 발목을 소홀하게 관리한 결과는 두 번째 발목 수술로 돌아왔습니다. 두 번째 수술이라니. 이제야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행여나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몸과 발목을 좀 더 열심히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수술을 받고 쉼터에서 2달간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두 번의 수술로 인해 제 오른쪽 다리는 많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런 다리를 보고 있자니 정말 후회스러웠고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탓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 더 먼저 조심하였다면,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한 건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만 들 뿐이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자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스스로 출혈을

관리하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부모님이 해주시던 응고인자 관리도 제가 하게 되었고 관절에 좋다는

약과 비타민도 챙겨먹으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술 후 3달여가 지났는데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발목 통증도 많이 사라져서 부드럽게 발목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부위는 수술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발목 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환우가 있다면 절대

조급함을 갖지 말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수술이 끝나고 언제 걸을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정말로 많이 하였는데, 주변에 환우 형들이나

선생님들이 모두 차근차근 재활을 하고 걷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이제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말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차근차근 올바른 자세와 걸음걸이를 배우고, 걸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운 꿈을 갖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볼까 합니다.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우 여러분들도 포기하지 마시고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향해 노력하시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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