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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가족 이야기

"혈우가족 이야기"는 혈우재단 재단보 ‘코헴지’에 소개되었던 환우와 가족의 경험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개인 보호를 위해 일부 글은 익명으로 게시합니다.

[환우 수기] 수술로 얻은 깨달음
관리자 ㅣ 2018-07-04 11:57 ㅣ 48

친구들과 다른 것이 싫었던 학창시절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 사는 혈우병A 중증 환우입니다. 얼마 전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고 환우 쉼터(코헴의 집)

에서 생활하며 물리치료를 받던 중 재단 소식지 담당자 분께 원고를 제안받아 이렇게 글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재단에도 바로 등록하여 유년기부터 출혈이

있을 때면 응고인자를 투여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혈우병이 무엇인지, 내가 왜 주사를 맞는지 등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남들과 다르게 활동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파도 체육시간에 빠지지 않았고 방과 후에는

여느 남자 아이들처럼 축구를 했습니다. 발목이나 무릎이 부어 절룩거릴 때도 결석하지 않기 위해 꾸역꾸역

학교에 나갔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뛰다가 삐었다거나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둥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말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지만 워낙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들이 혈우병을 알게 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싶어 혈우병을 숨겼고 아파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활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이어졌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더 격렬하게 축구와 농구를 하였고 출혈이

발생하는 빈도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왼쪽 무릎에 출혈이 자주 발생했는데 그래도 그때는 주사 몇 번 맞고

기다리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기에 걱정도 별라 하지 않았고 검진도 제대로 받지 않았습니다.

 

무릎 수술과 재활

그러다가 19살 겨울 무렵 드디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능을 치른 후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왼쪽 무릎에 출혈이 났는데 그때부터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높은 계단을 오르거나 점프를 할 때 무릎이 살짝 아픈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축구 같은

위험한 운동을 하지 않아 몇 년간은 괜찮았고 딱히 걱정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4살에 두 번째 대학에 입학하면서 장기자랑 준비 차 춤연습을 하던 중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습니다. 평지를 걸을 때도 통증이 느껴졌고, 격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크고 작은

출혈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보니 눈으로 보기에도 관절이 많이 변형되었고 부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허벅지 근력도 많이 약해져서 양쪽 허벅지의 굵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유지요법을

하지 않은 것도 상태가 악화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결국 27살 봄에 재단의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받은 결과 수술을 권고 받았습니다. 그 후 정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상태를 듣고 어떠한 수술을 하는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만 휴학을 하기는 싫어서 수술 날짜는 한참

뒤로 잡았는데, 그 사이에 무릎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진 것을 생각하면 다시금 후회가 남습니다.

수술은 28살이 되던 해의 2월에 받았습니다. 관절경수술로 활액막을 절제하고, 골이식도 하는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후 2주 동안은 병원에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보았습니다. 별다른 물리치료는 하지 않았고 퇴원할 즈음엔

왼발을 땅에 디딜 수는 없지만 양쪽에 목발을 짚고 이동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 상태로 환우 쉼터에

입소하여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재단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부기도 심했고 열도

많이 나서 전기치료와 가벼운 CPM, 다리에 힘주기 위주의 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점차 상태가

좋아지면서부터 걷는 연습과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였고, 각도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조금씩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녁에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무릎을 굽혔다 폈다

반복하는 운동을 했습니다.

그렇게 2달 정도 쉼터 생활을 마친 후 현재는 CPM을 대여하고 실내자전거를 구입하여 집에서 재활운동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CPM, 자전거, 다리 들어올리기

등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다리를 편 상태로 앉아 무릎을 눌러주기도 하고요. 물론 출혈 예방을 위해

주사도 매일 맞고 있습니다.

수술을 받기 전에는 석 달 정도만 물리치료를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 상태를 보아하니 앞으로도 한동안은

재활에 힘써야 할 듯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조급해하지 않고 재활에 열중할 수

있는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못 했던 공부를 하거나 책도 읽으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후회만 하기에는 많이 남은 인생

이번 수술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유지요법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관절에 무리가 가는

축구나 농구를 즐겨한 것, 병원에 제때 찾아가지 않은 것 등에 대해 많이 반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후회를 발판 삼아 앞으로는 보다 몸 관리에 철저하여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일단 평소에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수술 받은 무릎 외에 나머지 관절들의 상태는 괜찮은 편인데, 생각해보면 나름 열심히 운동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근육을 키워놓아야 보다 수월하게 재활을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헬스장에 다니거나 PT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제 경험상 상체는 팔굽혀펴기, 하체는 자전거 타기 정도만

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학창 시절에 종종 있던 팔꿈치 출혈은 팔굽혀펴기를 시작한 후로 한 번도

없었고, 자전거를 꾸준히 타면서부터는 수술을 받지 않은 오른쪽 다리는 웬만한 사랍들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관절상태를 검사받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24살부터 무릎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음에도 27살이 되어서야 재단의원에 내원했습니다. 아마 제가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더라면 조금 더 일찍 수술을 받고 무릎 관리에 신경을 썼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린 친구들은

관절이 건강할 때 미리미리 검사도 받고 관절 관리에 철저하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학업이나 취업 준비 등으로 수술 시기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인생은 길고 1년 정도

뒤처지는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동기들보다 늦게 졸업하는 것이 싫어서 졸업 후에

수술을 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일찍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여유를 갖고 돈이나 좋은 직장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취업은 계획했던 것보다 뒤로 미루고 계속 재활에 열중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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