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 환우 가족

Q. 먼저 가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 사는 13살 똥강아지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우리 가족은 13살 아들, 엄마, 아빠 이렇게 세 가족이 지내고 있습니다.

Q. 평소 자녀의 건강관리(출혈관리 등)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아직 주 3회 예방요법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헬스장에서 PT를 주 2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자녀의 건강관리를 위해 가족 각자의 맡은 일이 있으신가요?

A. 아빠는 틈틈이 아이와 함께 농구, 탁구를 해주고 있습니다. 간혹 탁구를 치다가 아빠한테 업혀서(다쳐서요.~^^) 집에 올 때도 있지만요.

저는 아이가 다쳤을 때 물리치료가 필요하다면 물리치료를 받아서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매번 조심 좀 하라고 잔소리도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ㅎㅎ

아이는 PT를 열심히 받고 있고, 아플 때는 바로 엄마, 아빠에게 알려줘 필요한 치료를 미루지 않고 적절히 받고 있습니다.

Q. 자녀 건강관리의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다쳤을 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혼내면 아이가 다친 것을 이야기 하지 않거나 우리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이가 성장하면서 다친 상황이나 아픈 것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아이가 아픈 부분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 할 테고 적절한 치료가 빠르게 진행되더라구요.

Q. 진단 받은 후 힘든 부분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아이가 태어나서 6개월쯤 진단을 받았고, 엄마로부터의 유전이라는 것에 죄책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우울증도 심했고, 아이가 아플 때마다 미안함도 커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제가 이런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매번 주사를 맞아가면서도 씩씩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가끔 너무 많이 실패하면 저를 살짝 째려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요.~ㅎㅎ)

아이도 이렇게 잘 견뎌내며 자라주고 있기에 힘을 내야만 했고, 그런 아이의 모습이 큰 힘이 됐습니다.(더불어 걷기, 명상, 우울증이 심하면 우울증 약도 먹으면서요.~^^)

Q. 아이가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도 있으셨나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우리 아들은 혈우병은 걸릴 확률이 몇 명 중에 몇 명 정도 되냐고 자주 물어보는데요. 약 10,000명 중 한 명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우와 그럼 내가 그 어렵다는 10,000명 중에 한 명이라는 거지?”라며 으쓱해 하고 “그럼 우리나라에는 혈우병이 몇 명이야?”라고 묻기도 한답니다. 제가 “한 2,000분 넘게 계시는 것 같던데. 너 포함해서^^”라고 이야기 해주면 “헐~ 내가 그 2,000명 중에 한 명인가?”하며 또 다시 으쓱해 한답니다. 그리고 다시 질문합니다. “그럼 우리 동네에는 나밖에 없겠지?”라고 이야기 하면서 “내가 우리 구에 한 명밖에 없는 혈우병이닷~~으하하하!!”하며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답니다. 아이도 성장하면서 혈우병이 불편하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을 텐데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면서 감사했답니다.

Q. 우리 환우가족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인데요. 여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A.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다치는 것에 겁이 많이 나서 여행을 잘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여행에 조금씩 도전해 보고 있는데요.

출발 전 준비 사항으로 첫 번째는 예방약과 비상시(추가 약) 대비, 두 번째는 응급상황 시 여행지 근처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확인, 세 번째는 여행 중 다쳐서 그냥 돌아오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놀기 위해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는 시설을 확인하거나 최근에는 저렴한 캠핑용(캠핑을 하지는 않지만요.^^) 웨건을 장만해 아이가 다쳤을 때는 태워서도 다니고 짐도 싣고 다니고 한답니다.

아이가 고학년이라 웨건 타는 걸 쑥스러워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담요로 얼굴 가려~”라고 농담하거나 “선글라스 낄래”라고 하면 “헐~” 하다가 휴대폰 게임하면서 잘 타고 다닌 답니다. 어떤 때는 재미있는지 양심 없이 빨리 끌어달라고 할 때도 있답니다. 하하하

Q.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 아이가 점차 크면서 단체생활에서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예방주기를 잘 지켜서 예방을 해주었고, “다쳐도 괜찮아~치료받으면 되지”라는 이야기를 해줘, 놀이하는데 긴장하거나 염려하지 않도록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랬더니 정말 많이 다쳐오더군요.~ㅎㅎㅎ

Q. 또 아이에게 어떻게 용기를 주시나요?

A. 저는 사실 염려가 많은 편인데 아이 아빠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 혈우병에 대해 “남자들은 축구하다가도 다치고, 농구하다가도 다치는 건 흔한 일이야. 다들 그렇게 놀고 다치면서 크는 거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합니다. 그런 말들이 오히려 아이에게 혈우병 때문이 아니라 “놀다보면 다칠 수도 있지?”라며 혈우병을 가지고 성장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Q. 아이에게 자가주사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게 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우리 가정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는 아빠가 예방을 해주고 있는데, 아이 아빠는 우리 집에 친척이 방문하거나, 손님들이 방문하면 아무 생각 없이 다 같이 있는 곳에서 예방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조심스럽고 여러 가지 생각들로 아이 아빠에게 “방에서 살짝 해주고 나오자?”라고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아이 아빠는 “뭐~어때 그냥 주사 맞는 건데”라고 이야기 하며 다 같이 있는 거실에서 예방을 해주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정 아이들은 갑자기 주사 맞는 형이나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눈이 동그래지며 오히려 긴장하더라구요. 그런 모습에 아이 아빠랑 제가 “어 OO야~ 너도 한 대 놔줄까? 이리와~ 한 대 놔줄게~ 삼촌, 간호사 자격증 있어”라며 거짓말도 섞어가며 놀리기도 한답니다. 또는 “어디 아파?”하며 걱정하는 어른들에게는 “무릎 관리해 줘야 해서 놔주는 거야”하고 이야기하며 지나가기도 한답니다. 간혹 심각하게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데 그럴 때는 “쉿!! 비밀이야”라고 농담하며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마무리하기도 한답니다. 아마도 엄청 궁금할 거랍니다.~^^ 아이도 이런 상황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가주사라는 부분을 점점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Q. 다른 환아 부모님이나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하하하~ 저는 아직도 많은 다른 부모님들께 조언을 들으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고 우리 아들을 보면 어떤 때는 저보다 철든 것 같은 모습이 보여서 감히 제가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전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혈우병은 인생의 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패도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