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는 일반인과 국세청 사이의 통역사

안녕하십니까. 현재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경증 환우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혈우병과 유병 사실을 알았을 만큼 병원을 자주 다니지 않았습니다.

또한 다른 환우분들에 비해 재단소식도 조금 접하였고, 재단의원에 내원한 회수도 적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많은 환우 분들게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저는 현재 서울시내 세무서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로 근무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잘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세무서는 나라의 세금을 징수하고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주로 재산(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분야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세무서에서 일하는 15년차 공무원이지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 제52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으니까, 이제 막 세무사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현재 세무사로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만큼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 주변에 세무사,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실 것입니다.

그만큼 세무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흔히 듣게 되고 접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사가 결코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세무사가 어떤 업무를 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먼저 세무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쉽게 말해서 세금을 내는 일반인과 국세청 사이에서

통역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람은 사업을 통해 자신이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때 소득세 신고를 대신 해주는 사람이 바로 세무사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이번에도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람은 평균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간단한 영어 회화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과 전문적인 주제를 갖고 대화를

나누기에는 어렵습니다. 그 사람이 외국인과 하필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툴지만 자신의 영어실력을 믿고 계약을 맺어야 할까요? 아니죠.

전문적인 사항인 만큼 통역사를 통해 확실하게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해야 합니다.

세무사도 이 상황에서의 통역사처럼 전문적인 세금 문제에 관하여 국세청에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는 사람입니다. 이때 세무사는 앞서 예로 든 사업자 세금 신고 외에

장부 작성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컨설팅, 조세불복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세무사, 퇴직 걱정이 없어.. 사교적인 성격일수록 좋아

요즘 언론을 통해 세무사와 관련한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뉴스를 보면 돈 많이 버는 직업

5위 안에 늘 세무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사람이자, 얼마전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뉴스에서 말하는 것만큼 벌이를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례로 새로 개업한 세무사들의 경우 여타 공무원들보다 급여를 적게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사는 돈 외에도 장점이 많은 직업입니다. 제가 보는 세무사라는 직업의 장점은 개인 사무실을

개업하면 퇴직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거래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생을 해야만 합니다. 단점은 매년 세법이 바뀌니까 사무실을 차린 뒤에도 계속 공부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니까 고단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무사라는 직업이 혈우 환우에게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사교적이고 싫은 소리를 들어도 금방 떨쳐낼 수 있는 성격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 사무실을 개업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시간 조정을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기에는

좋을 것입니다.

아픈 것을 빼놓고 생각해보자

공무원으로 입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승진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일을 하면서 승진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전립선에 이상이 생겨 계속해서 혈뇨가 나왔고,

입원치료까지 받다보니 업무에도 차질이 생겨 자연스럽게 승진의 기회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세무사자격증을 따서 개인사무실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세무사 시험은 1차 객관식 전형, 2차 주관식 전형으로 치러지는데,

저 같은 경우는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1차 전형을 면제 받고 2차 전형만 응시하였습니다.

시험 준비를 위해 한 7개월간 휴직을 하고 공부만 했습니다. 진짜 이 기간에는 공부만 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아내에게 맡기고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다가 몸이 안 좋아지면 안 되니까

매일 저녁에 한 시간씩 꾸준히 달리기도 하고 담배도 끊었습니다. 회사를 안 가니 술을 마시지 않게 되고,

금연하게 되고, 별로 활동을 하지 않으니 다칠 염려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험기간에 별 탈 없이

잘 생활하여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라서 세무사를 꿈꾸는 환우 분들의 진로에 대해

조언을 하기에는 힘들 듯 합니다. 그래도 드리고 싶은 말은 ‘아픈 것을 빼놓고 생각해보자’입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아픔 때문에 한계가 찾아왔었던 것 같습니다. 고3 때도 수능시험 전에 다리가 불편했고,

회사 다니면서도 수시로 병원에 다녀야 했고, 승진을 앞두고서도 몸이 아팠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좌절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어쨌든 재수해서 대학에 들어갔고, 회사에서

더욱 열심히 일해 인정 받았고, 승진은 못했어도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여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결국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조금 돌아갔을 뿐이지 가지 못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고 아픈 것을 생각하지 말고 진로를 준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조금 늦겠지만 결국에는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1, 2년 이내에 개인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할 것은 아니고요^^ 그저 작은 사무실에서 퇴직 부담 없이 일 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제 사무실에 놀러 오셔서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